시각장애 아동들에게는 그림책이 한 권도 없다? [주말엔]
"시각장애 아동들에게는 그림책이 한 권도 없다는 글을 우연히 봤어요."
그 당시에 전국에 맹학교는 13곳, '한 권씩 13권만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해 11년째 '점자촉각교구'를 만들고 있는 박귀선 씨를 만나봤습니다.
■ 두 아이의 어머니, 시각장애 할머니의 손녀딸
두 아이를 키우던 박귀선 씨,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놀이책을 만드는 북아트 작가로 활동하던 중 인터넷 카페에서 우연히 마음을 울리는 글을 봤습니다.
"시각장애 아동들에게는 그림책이 한 권도 없습니다. 특별한 그림책을 만들 작가를 찾습니다."
박귀선 씨의 할머니는 시각장애인이셨습니다.
어렸을 때 할머니가 겪는 불편함을 간접적으로 경험했었기에 시각장애 아동들에게는 그림책이 한 권도 없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고 합니다.
그렇게 점자촉각 그림 동화책을 만드는데 개발자로 참여한 박귀선 씨, 딱 한 권을 만들고는 바쁜 일상에 그때의 경험을 잊고 지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같은 어린이집 학부모 중 맹학교 선생님을 만났고, "점자 동화책이 꼭 필요한데 보급이 안 됐다. 다시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시각장애 아동들을 위한 책을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당시에 전국의 맹학교는 13곳, 그때 13권을 만들어서 각 맹학교에 기부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박 씨는 사회적기업을 설립, 다양한 점자촉각 교구를 만들어서 전국에 있는 맹학교와 점자도서관에 보급했습니다.
10세 미만 아이들은 책으로만 점자를 배우면 쉽게 흥미를 잃기 때문에 놀이를 통해 즐길 수 있는 교구를 개발했습니다.
■ 턱없이 부족한 동화책과 문제집
한빛맹학교 초등부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강주희 선생님.
아이들을 가르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도서류나 문제집을 구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점자로 가르쳐야 해서 일반 아이들은 쉽게 접할 수 있는 도서류라든가 문제집 같은 게 많이 부족해요."
"점역되어있는 점자책을 찾기도 힘들고, 학습을 위한 문제집은 찾기가 더더욱 힘들어서 선생님들이 다 타이핑을 하고 점역하는 과정을 거쳐서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유아들과 저학년 학생들을 위한 점자책도 필요하지만, 빠르고 정확하게 읽는 연습이 필요한 고학년 학생들을 위한 교재들이 더 많이 배부된다면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합니다.
■ "세상에서 저한테는 없어서는 안 될 글"
한빛맹학교 학생들에게 점자란 무엇인지 질문을 해봤습니다.
"세상에 저한테는 없어선 안 될 글?" (김세아 / 3학년)
"저한테 제일 도움이 많이 되고 제가 제일 편하게 쓸 수 있는 글씨예요." (현재성 / 3학년)
장래희망이 피아노도 치고 플루트도 부는 거라고 하는 심다은 학생은 박귀선 씨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다음에 한 번 더 만들어주시면 더 감사하겠습니다." (심다은 / 1학년)
2017년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1~4급 시력장애를 가진 장애인의 86퍼센트는 점자해독이 불가능합니다.
어렸을 때 점자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나이가 들면 손끝의 감각이 무뎌져 배우기가 더 힘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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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곤 기자 (towe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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