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억 투자 첫해 PS 복귀…돈은 이렇게 쓰는 겁니다

김민경 기자 2023. 10. 1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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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양의지 ⓒ 두산 베어스
▲ 양의지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양의지가 (홈플레이트 뒤에) 앉은 두산은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내 의도와는 다른 공략법이 왔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부임 선물로 안방마님 양의지(36)를 품으면서 했던 말이다. 두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 FA 시장에 나온 포수 최대어 양의지를 4+2년 총액 152억원에 계약했다. 구단주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까지 나설 정도로 양의지 재영입에 진심이었고, 역대 FA 최고 대우를 해줬다. 지난해 9위로 추락한 직후 다시 상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양의지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결과였다.

두산은 곧장 투자 효과를 봤다. 두산은 14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3-2로 승리하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시즌 성적 74승65패2무를 기록하면서 6위 KIA 타이거즈의 트래직넘버 1을 지웠다. SSG 랜더스(74승65패3무), NC 다이노스(74승65패2무)와 공동 3위에 오르면서 준플레이오프 직행 가능성까지 키웠다. 남은 3경기에서 모두 이기면 충분히 3위를 노릴 수 있다.

양의지는 공수에서 핵심이었다. 126경기에서 타율 0.309(433타수 134안타), 17홈런, 68타점, OPS 0.881을 기록했다. 팀 내 유일한 3할 타자이면서 OPS도 팀 내 1위에 올랐다. 홈런은 팀 내 3위, 타점은 팀 내 2위를 차지했다. 김재환, 양석환, 호세 로하스 등 주축 타자들이 기복이 있거나 고전할 때도 양의지는 묵묵히 중심을 잡으면서 4번타자 임무를 해냈다. 포수로서 휴식이 필요할 때는 지명타자로 뛰면서 타선에 무게감을 더했다.

투수 리드는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어린 투수들 육성에 크게 기여했다. 처음에는 양의지의 볼 배합에 적응하지 못한 투수들이 있었다. 생각하지 못했던 코스와 구종을 요구하니 처음에는 한번씩 고개를 갸웃했다. 양의지를 따랐을 때 결과가 좋을 때도 안 좋을 때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좋은 결과가 더 많이 나왔기에 점점 투수들과 신뢰를 쌓아 나갈 수 있었다. 양의지가 한국 최고 포수로서 지닌 신뢰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였다.

▲ 정철원(오른쪽)과 양의지 ⓒ곽혜미 기자
▲ 홍건희(왼쪽)와 양의지 ⓒ 곽혜미 기자

두산은 올해 김동주, 정철원, 곽빈, 박치국, 최승용, 최지강, 이병헌 등 어린 투수들이 양의지와 호흡을 맞추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한 두산 관계자는 "양의지가 어린 투수들에게 몸쪽 승부를 과감하게 자주 요구했다. 제구가 되든 안 되든 몸쪽에 던지게 하더라. 당장 몸쪽 승부를 해서 맞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지금도 중요하지만, 2~3년 뒤까지 보고 투수를 리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더라"고 귀띔했다.

프로 경험이 풍부한 투수들은 양의지의 변칙 볼배합에 놀라곤 한다. 김명신은 "사실 초반에는 (양)의지 형과 결과가 안 좋았다. 내가 의지 형한테 적응을 못하는 느낌이었다. 의지 형과 계속 대화를 나눴고, 의지 형이 요구한 내용들을 생각하면서 던지니까 더 잘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오른손 타자와 왼손 타자를 상대할 때 주로 쓰는 구종이 정해져 있었다. 주로 승부하는 패턴도 정해져 있었다. 의지 형은 그런 게 없는 것 같다. 오른손 왼손 관계없이 구종을 다 쓴다. 내가 공이 빠른 편이 아니니까 깊게 깊게 들어가면서 바깥쪽 직구 안 던지고 빼고 이런 느낌의 승부를 했는데, 의지 형은 그런 것 없이 그냥 초구에도 바깥쪽에 2~3개 들어가고 다시 몸쪽으로 간다. 진짜 생각지도 못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곽빈이 13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했을 때 투구 내용을 보면 양의지의 '변칙'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곽빈은 평소 시속 150㎞를 웃도는 빠른 공에 커브를 주 무기로 삼는 투수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도 같이 활용하긴 하지만, 평소 의존도가 아주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곽빈은 이날 109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54구를 슬라이더에 할애했다. 양의지가 1회 곽빈의 공을 받아보고 직구 구위가 좋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선택한 변화였다.

양의지는 "다른 구종(직구, 커브, 체인지업)이 제구가 잘 안돼서 슬라이더가 그나마 스트라이크가 들어가서 계속 주문했다. 카운트 유리할 때 다른 공을 던지게 하면서 결정구로 스트라이크를 던지게 해 결과가 좋았다. 단순하게 갔다. 되는 구종을 계속 요구한 게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양의지와 김명신 ⓒ 두산 베어스
▲ 하이파이브하는 양의지(왼쪽)와 이승엽 감독 ⓒ 두산 베어스

1년 내내 양의지는 소신을 지키면서 투수들을 리드했고, 결국 좋은 결과를 더 많이 내면서 신뢰를 쌓았다. 김명신은 한 시즌을 다 치른 지금 "나는 의지 형이 사인을 내면 고개를 절대 흔들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승엽 감독은 선수 시절을 되돌아보면서 "상대 팀 포수로 양의지가 앉았을 때 까다롭다고 느꼈다. 포수의 성향과 투수의 성향, 팀의 성향도 읽으면서 경기를 준비하는데 양의지가 앉은 두산은 예상하기가 힘들 정도로 내 의도와는 다른 공략법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의지가 영리하고 상대 팀 준비를 많이 하는 선수라는 것을 느꼈다. 나도 준비를 많이 하지만, 양의지를 보면 아무 표정 없이 경기를 하지 않나. 이 선수는 어떤 생각으로 하는 걸까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과감하고 예상하기 어려운 볼배합은 곧 투수와 상대팀 타자를 철저히 파악한 양의지의 자신감이라고도 볼 수 있다.

두산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양의지 스스로도 부담을 덜었을 듯하다. 겉으로 내색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구단이 152억원을 투자한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시즌 내내 달려왔을 것이다. 구단은 돈 쓴 보람을 충분히 느꼈을 테니 양의지는 이제 동료들과 함께 가을 축제를 즐기는 일만 남았다.

▲ 양의지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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