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상사 폭언…‘일기’만 있어도 괴롭힘 인정되나요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Q. 9월 중순부터 상사의 지속적인 폭언과 무시로 인해 고통받고 있습니다.
관리자에게 여러번 중재를 요청했지만 폭언이 지속되고 있어 결국 직장 내 괴롭힘 신고까지 진행할 것 같습니다.
법 시행 후 4년 동안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직장갑질 사건 중 15%만 괴롭힘으로 인정돼 시정 지시, 기소, 과태료 처분이 내려졌거든요.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이고 각종 위험을 무릅쓰고 신고했다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다는 법원 판결문 좀 보세요.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Q. 9월 중순부터 상사의 지속적인 폭언과 무시로 인해 고통받고 있습니다. 관리자에게 여러번 중재를 요청했지만 폭언이 지속되고 있어 결국 직장 내 괴롭힘 신고까지 진행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직접증거는 많지 않고 간접·정황증거 정도만 있는 상황인데 괜찮을지 걱정입니다.(2023년 10월, 닉네임 ‘초롱초롱’)
A. 속상하지만 증거가 없으면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기 어려워요. 가해자가 사용자가 아닌 상사라면 회사가 조사하는데, 부하 직원 편을 드는 경우가 흔치 않거든요. 힘들겠지만 증거를 더 모으는 게 좋습니다.
첫째, 직접증거는 녹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 전자우편, 폐회로텔레비전 등입니다. 자신이 참여한 대화의 녹음은 불법이 아니지만, 녹음기를 자기가 없는 곳에 놔두고 녹음하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녹음파일을 공개하면 명예훼손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하시고요. 직접증거가 없다면 상사와 통화해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폭언 사실을 확인하는 대화를 나누는 방법도 있습니다. 법원은 “녹취해야 할 필요성과 긴급성이 있고, 녹취를 수사기관 제출 목적으로만 썼다면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합니다.
둘째, 간접증거는 목격자의 증언이나 사실확인서인데 이것도 확보가 만만치 않습니다. 가해자가 임원이나 영향력 있는 상사라면 목격자가 침묵할 가능성이 크겠죠. 따라서 사건 직후 최대한 빨리 목격자와 대화하거나 통화해서 녹음하는 게 좋습니다. 또 정신과 진료나 상담은 직장 내 괴롭힘 3대 요건 중 하나인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정황증거는 폭언 당시 상황을 육하원칙에 따라 자세하게 기록한 내용, 괴롭힘을 당할 때 쓴 일기, 괴롭힘 사실과 고통을 지인과 나눈 문자나 카톡 등입니다. 특히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성추행, 성희롱, 왕따 등은 증거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정황증거가 매우 중요합니다. 괴롭힘을 당했을 때 일기를 쓰고, 친구와 대화를 나누세요.
법원은 직접증거가 없는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지어내기 어려울 정도로 그 상황과 행동 등에 관한 묘사가 구체적이고, 피해자가 원고(상사)에 대한 앙심을 품고 그와 같은 이야기를 지어낸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달리 내부 문제 제기로 인한 각종 위험을 무릅쓰고 그와 같은 이야기를 지어낼 만한 뚜렷한 동기가 보이지 않는다”며 가해자에 대한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수원지법 2020구합75744)
그런데 노동청이 법원보다 훨씬 보수적이라는 사실이 함정. 법 시행 후 4년 동안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직장갑질 사건 중 15%만 괴롭힘으로 인정돼 시정 지시, 기소, 과태료 처분이 내려졌거든요. 회사에서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하면 노동청에 신고할 수 있지만, 노동청에서 인정 못 받으면 갈 곳이 없어요. 근로감독관의 소극 행정, 신고자 불신, 비전문성이 회사 갑질로 울며 찾아간 직장인들을 두번 울립니다.
전국의 직장 내 괴롭힘 전담 근로감독관들께 부탁드려요. 직접증거 모으기 정말 어려워요.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이고 각종 위험을 무릅쓰고 신고했다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다는 법원 판결문 좀 보세요. 직장인들 마지막 기댈 곳이 정부 아닌가요?오늘도 누군가 직장 내 괴롭힘 때문에 목숨을 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고요!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직장갑질119에서 평범한 직장인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노동권·인권 침해에 대응하고 있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하마스 낙하산처럼…북한 특수부대 20만명 AN-2 타고 침투?
- “한국에 정말 감사”…이스라엘서 일본인 51명 탑승에 SNS 후끈
- ‘대출 문자’ 어쩐지 잦더라니…SKT·KT 직접 보내고 수익 챙겨
- 미, 이스라엘에 항모 또 띄운다…‘확전 방지’ 앞세워 측면 지원
- [단독] 서울대, ‘사외이사’ 교수들에게 4년간 35억원 받았다
- 유흥주점·쇼핑몰서 ‘법카’ 3천만원 긁은 인터넷진흥원 고위직
- 끝나지 않는 상사 폭언…‘일기’만 있어도 괴롭힘 인정되나요
- 서울 민심 무섭게 변한다, 총선 승리 열쇠는 ‘공천 개혁’
- 당분간 춥다, 바람까지 불어 출근길 5도 안팎 ‘뚝’
- 녹즙 마시면 폐암 치료?…조회수 높은 건강정보 “맹신은 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