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22대 총선 카운트다운…선거 운동장도, 규칙도 '안갯속'

김선호 2023. 10. 1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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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가 본격적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경기에 뛸 선수들만 나오고, 운동장과 규칙은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

국회가 선거구와 선거제 협상에 시간을 끌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와 정치 신인들에게 돌아간단 지적입니다.

장윤희 기자가 이번주 여의도풍향계에서 짚었습니다.

[기자]

정치권에서 '180'이란 숫자는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선거일 전 180일을 기준으로 중앙선관위가 선거 업무를 공식 개시하기 때문인데요.

이번 총선은 입법부 권력 지형을 결정하는 선거일 뿐 아니라 윤석열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 사활을 건 승부를 벼르고 있습니다.

선거가 다가오며 선거판에 뛰어드는 선수들은 늘고 있는데요.

하지만 정작 선거의 운동장도, 규칙도 보이지 않는 이상한 선거판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선거구 획정입니다.

후보들이 오를 '운동장'조차 결정되지 못하는건데요.

법정 선거구 1차 획정 기한은 총선 1년 전이었지만 이미 한참 지났고, 선관위가 총선 반년 전에는 획정을 마쳐달라 2차 요청했지만 국회는 약속을 또 지키지 못했습니다.

<김진표 / 국회의장(지난달 27일)> "선거제 최종 합의가 계속 지연되어 왔는데, 10월 12일날 선거구 획정위원회에 기준을 통보하는 날이고. 선거제 개편이 늦어도 10월 중에는 다 마무리가 되어야 해서…."

지난 총선 이후, 지역마다 크고작은 인구 변동이 있기 때문에 이 변화를 선거구에 정확히 반영하는 작업은 필수적입니다.

선거구 획정위에 따르면 내년 총선까지 선거구 재조정이 필요한 지역구는 31곳입니다.

서울 강동갑, 부산 동래구, 경기도에서만 12곳이 인구 기준을 초과해 지역구가 쪼개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인구가 줄고 있어 조정이 필요한 지역도 다수입니다.

여야가 각각 한 의석을 차지한 부산 남구갑과 남구을은 인구수 감소로 합칠 필요가 있는 지역구로 분류돼, 지역 정가에서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구도 인구수가 줄고 있어, 인근 서울 중구와 합쳐야 한다는 획정위 의견이 제시된 점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역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선거구 획정이 언제 확정됐는지를 살펴보면 이번에도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아 보입니다.

20대 총선 때에는 선거를 41일 남겨 놓고, 21대 총선 때에는 선거를 불과 33일 앞두고 선거구를 획정했습니다.

사실상 선거 한달을 앞두고 유권자와 후보자들이 자신의 선거구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선거일에 임박해서 선거구가 변경되면, 유권자는 자신이 속한 선거구의 후보자를 파악하고 판단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됩니다.

정치 신인은 자신이 뛸 운동장이 정확히 어디인지도 모르고 선거를 준비하게 되니, 선거구 획정 지연은 현역 의원에게 유리하단 지적입니다.

이렇게 선거구 획정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선거제 개편과 맞물려 있습니다.

지역구 의원은 한 선거구에서 한 명만 뽑는 소선거구제 유지로 가닥을 잡았지만, 비례대표 의원을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뽑을지를 놓고 여야는 접점을 전혀 찾지 못하고 있어 선거제 논의 자체가 공회전 중입니다.

현재 선거제 협상의 쟁점은 약 4년 전,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과 범여권 주도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통과된 순간에서 벌어졌습니다.

<심재철 /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2019년 12월 27일)> "이게 날치기가 아니고 뭡니까? 이게 지금 날치기잖아요."

<문희상 / 당시 국회의장(2019년 12월 27일)>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 법률에 대한 수정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 항의)"

합의 없이 처리된 과정뿐 아니라 그 끝도 좋지 못했습니다.

준연동형 비례제는 정당이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 수가 전국 정당 득표율에 미치지 못하면, 그 차이만큼 일부 비례대표 의석으로 총 의석을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반면 21대 총선 전까지 적용된 병립형은 정당이 얻은 전국 정당 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입니다.

지역구 선거에서 당선자를 배출하기 힘든 소수 정당에 의석을 보장하려는 취지였지만, 이른바 '위성정당 사태'가 벌어지며 거대 양당 쏠림만 심해지자, 정치권은 다시 선거제 손질에 들어갔습니다.

<김상훈 / 국회 정치개혁특위 여당 간사(지난 7월)> "굳이 유불리를 따지자면 각 정당에 불리하지 않는 안을 추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국민의힘은 '병립형'으로 돌아가고 의원정수도 감축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준연동형 틀을 고수하고, 비례대표 의원을 늘리는 대안도 제시하고 있어 절충점을 못찾고 있습니다.

<김영배 / 국회 정치개혁특위 민주당 간사(지난 6일)> "국민적 관심과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는 시기가 지금이다."

군소·신생 정당들은 실질적 다당제가 보장되는 선거제를 요구하며 거대 양당의 틈새를 벌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선거제 논의를 담당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이번달 활동을 만료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여야 논의에 진전이 없자 벌써 기한 연장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진행 중인 국정감사에, 곧 이어질 예산 정국, 그 뒤에 닥칠 공천 정국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선거제가 졸속으로 합의될까 걱정도 드는데요.

늘 '새로운 정치'를 선보이겠다던 여야, 선언이 아닌, 이제는 정말 행동으로 보여줄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여의도풍향계였습니다. (ego@yna.co.kr)

#선거구 #선거제 #국회 #총선 #여야

PD 김효섭 AD 이영은 김희정 송고 장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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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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