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아동학대 특례법 이전 피해자는 공소시효 연장 안 돼"
아동학대 범죄 피해자가 성인이 될 때까지 공소시효를 늦추는 '아동학대특례법'이 2014년 9월29일 시행되기 전에 이미 성인이 된 피해자에게는 이 특례 조항이 소급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달 21일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면소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함께 적용받은 폭행·강요·상해 혐의로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A씨는 피해자 B씨와 C씨의 이모부로 B씨와 C씨가 미성년자였던 2002년 5월부터 3명이 같은 집에 살았다. A씨는 B씨가 중학생이던 2007년 12월부터 약 1년 간 집에 늦게 돌아온다는 이유로 1시간 정도 기마 자세를 시키거나 알루미늄으로 만든 야구 방망이로 엉덩이 부위를 때린 혐의를 받았다.
B씨가 고등학생이던 2009년 초부터 2011년 10월 하순까지는 B씨 어머니가 차려놓은 식사를 먹지 못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부와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일정 기간 살을 빼지 못한다면서 쇠 파이프로 B씨 엉덩이를 수십회 때린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은 성인이 되고 나서도 가혹행위를 당했다. A씨는 2017년 6월 B씨가 대학교 시험에서 낮은 성적을 받았다는 이유로 B씨를 엎드리게 하고 나무 막대기로 엉덩이 부위를 약 10회 때렸다. A씨는 B씨에게 "잘 보이는 CCTV(폐쇄회로TV) 앞에서 삼천배를 하라"고도 시켰다. 같은해 8월 말까지 휴대전화를 통해 CCTV 영상을 보며 삼천배를 하는지 확인했다.
A씨는 이듬해 8월 B씨가 빨래를 제대로 널지 못했다며 바닥에 머리를 박게 한 뒤 발로 신체 부위를 밟아 치료 일수를 알 수 없는 치관 파절을 입혔다. 2016년 2월에는 당시 20세였던 C씨 뺨을 손으로 여러 차례 때렸다. C씨가 자신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1심은 A씨의 폭행·강요·상해 혐의를 유죄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훈육을 목적으로 한 행동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정도가 지나치고 피해자들이 엄벌을 바란다"며 "피해자 부모나 A씨 부인이 훈육 방식을 알고 있었음에도 방관했던 점, 피해자들이 A씨와 유대관계가 없어 불리하게 진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초범인 점 등 A씨에게 유리한 상황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1심은 다만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는 면소를 선고했다. 면소는 해당 범죄에 관한 공소권이 사라졌을 때 사건 심리를 거치지 않고 종결시키는 절차다. 재판부는 B씨가 미성년자였던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이뤄진 학대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판단했다. 당시 아동복지법과 형사소송법에 따라 A씨 행위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이 사건 기소 시점인 2019년 7월에는 이미 기소할 수 없게 된 범죄라는 것이다.
검찰은 2014년 9월29일 시행된 '아동학대처벌법'을 근거로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며 '법리 오해' 등을 이유로 항소·상고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해당 법 제34조 제1항은 '(아동학대 범죄의 경우) 피해 아동이 성년이 된 이후부터 공소시효를 진행한다'고 규정한다. B씨가 성년이 된 2013년부터 공소시효를 계산해야 한다는 게 검찰 주장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소급 적용을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2·3심도 1심 손을 들어줬다. 아동학대처벌법 제34조 제1항을 소급 적용할 수 있다는 명시적 법 조항은 없다.
대법원은 "특례 조항을 신설하면서 소급 적용에 관한 명시적 규정을 두지 않은 경우 소급 금지 원칙을 천명한 헌법을 바탕으로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적 안정성을 지키는 일도 가해자 처벌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 판결은 아동학대처벌법 제34조 제1항 시행 이전에 피해를 본 아동이 성년에 도달한 경우 공소시효 진행이 정지되지 않는다는 점을 최초로 설시한 대법원판결이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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