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살인적 교육열’에 코웃음…천재들 쏟아지는 이 나라 [한중일 톺아보기]
지난 8월 인도는 인류 최초로 달의 남극에 우주선을 착륙시켜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덩치만 크고 인구만 많은 개도국에 불과한 나라로 알고 있는데 미·중·러 등 쟁쟁한 우주기술 강국들이 해내지 못한것을 성공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죠.
IT는 인도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분야 입니다. 미국 실리콘 밸리에선 발에 채이는 게 인도계 인재들이고, 인도의 벵갈루루 라는 도시는 어느새 실리콘 밸리에 이어 세계 IT산업의 허브로 자리잡고 있죠. 유니콘 기업숫자도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많습니다.
인도는 바이오 분야에서도 이목을 끌고있습니다. 인도의 거부 사이러스 푸나왈라가 1966년 창업한 인도혈청연구소(SII)는 현재 세계 최대 백신기업으로서 전세계에 다양한 백신을 공급하고 있죠.
이 같은 발전상과 관련해 이준규 전 인도 대사는 “인도가 갖는 중요성에 비해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지식은 여전히 너무 적고 이해도도 낮은 상황” 이라고 설명합니다. 단편적 지식과 막연한 편견이 인도에 대해 그저 낙후된 나라라는 오해를 부르고 있다는 겁니다.
그에게 인도가 IT를 필두로 우주, 바이오 등 첨단 지식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비결에 대해 물었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발췌.
먼저 IT의 경우 인도가 세계 3위 수출국입니다. 관련 종사 인력만 4백만명 정도 됩니다. 인도가 강세를 보이는 분야는 한국처럼 하드웨어는 아니고 주로 소프트웨어라 클라우드, 블록체인, AI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죠.
우주분야는 최근에서야 국내에 알려지게 됐지만, 인도는 오래전부터 우주에 많은 투자를 해왔습니다.
그 덕에 2008년에 이미 자체 개발한 발사체로 달 탐사선을 쏘아올렸죠. 2013년에 단 한번으로 화성 탐사선을 화성 궤도에 진입시켰고요. 주지하다시피 두달전 세계 최초로 달 남극에 탐사선 찬드라얀 3호를 착륙시켰는데 이를 기점으로 인도가 우주강국이라는 사실이 국내에도 빠르게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인도의 우주분야 경쟁력은 거의 미중러와 비견될 수준에 있다고 봅니다.
인도가 이렇게 IT 부터 우주, 바이오 산업을 발전시킬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보다 풍부하고 수준 높은 인적자원에 있습니다. 높은 교육열이 바탕이 되고 있고, 정부는 이런 분야에 역점을 두고 사업지원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 도시는 도시 전체가 수험생들을 위한 입시 학원 메카입니다. 인도 학생들이 전국에 23개가 있는 IIT, 즉 인도 공과대학에 들어가려고 부모와 떨어져 코타에 입성해 공부만 하는 거죠. 인도 부모들은 이렇게 해서라도 자식들을 IIT에 입학시키려고 혼신의 힘을 다합니다.
이러한 교육열은 당연히 우수한 인재배출로 이어지고, 이들이 인도내에서 활약 하고 또 미국 실리콘 밸리 등에 진출하면서 글로벌 인재가 되는 거죠. 실리콘 밸리의 대표와 직원 30% 이상이 인도인입니다. 한국의 경우 의대쏠림 현상이 계속 문제가 되는데, 인도도 의대가 인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아직 압도적으로 공대 인기가 높습니다.
현재 평균적 인도인들 보다 훨씬 많은 수익, 한마디로 거의 평생이 보장됩니다. IIT가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다보니 국가차원에서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아도 세계 유수기업들이 IIT 출신들은 서로 데려가려 애쓰거든요. IIT에 떨어져서 미국MIT에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한국도 나라가 미래지향적이 되려면 의대도 중요하지만 공대에 인재들이 진학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작금의 의대쏠림 현상은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꼭 타개해야할 문제라고 할 수 있겠지요.
왜냐면 제조업에서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는데 인도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도는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편이고, 무엇보다 인도인들은 정서적으로 제조업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금 모디 총리가 ‘메이크 인 인디아’ 기치하에 제조업 육성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죠. 하지만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진 않고 있습니다. 그 기저에는 열악한 인프라 이외에 제조업을 썩 내켜하지 않는 특유의 국민 정서도 작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요컨데, 경제규모에서는 성장추세로 볼때 인도가 곧 일본은 당연하고 중국도 넘어설 수 있을것 입니다. 중국을 추월한다는 건 미국까지 넘어 세계 GDP 1위를 넘볼 수도 있다는 뜻이죠. 가능성의 문제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는 나라는 현재 지구상에 인도 외에는 없습니다.
물론 현실이 되려면 성장세가 유지되고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는 등 여러가지가 뒷받침 돼야 하겠지만요. 다만, 개인적으로 인도가 중국보다는 확실히 장래가 밝다고 봅니다.
반면에 인도는 조금만 들여다 봐도 어떤 문제가 있는지 우리가 다 볼 수 있고 또 보고 있죠. 이것이 인도의 단점일 수 있지만 장점일 수도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인도는 오늘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고 하면, 내일 다 드러납니다. 정치적으로도 자유민주주의고 사회적으로 언론 활동 등이 열려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때 정부 혹은 정치인이 손을 써서 은폐하는 상황은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해결책이 나오느냐는 또 다른 문제지만, 적어도 예측하지 못한 돌발사태가 발생해 온 나라가 흔들릴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겁니다. 이것이 장기적 추세로 봤을때 인도의 장래가 오히려 중국보다 밝을 수 밖에 없다고 보는 이유 입니다.
부정부패의 경우 그래도 모디 총리 집권 이후 많이 줄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과거에는 인도인들이 은행 계좌가 없어서 보조금 등을 전부 현금으로 지급받다보니 중간에 관리들이 자금을 빼돌리는 상황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추진중인 ‘디지털 인디아’ 정책으로 국민 모두가 디지털 계좌를 갖게 됐고 길거리에서 물건 살때도 큐알 코드를 쓰다보니 관리들이 중간에 횡령할 여지가 크게 줄어들었죠.
카스트 제도는 사실 법제도적으로는 이미 오래 전 사라졌습니다. 다만 관습적으로 남아서 폐해를 끼치고 있죠. 다만 앞으로 법제도적으로 부활할 가능성은 없고, 사람들의 인식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어서 국가 발전 자체를 가로막을 큰 장애요인이 되지는 않을거라고 봅니다.
남는 문제는 종교적 갈등인데, 지금 집권중인 DJP가 힌두 민족주의에 기초한 정당이라 일정부분 종교 갈등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것이 사회불안을 야기할 위협요인이 될 수도 있어 보이고요. 때문에 모디 총리가 이 문제에 대해선 어느시점에 가서 정책을 더 유연하게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2012년 대사 부임이후 은퇴한지 꽤 지난 지금까지 10년 넘게 인도인들과 교류해오는 동안 아직까지 인도인들이 거짓말을 하거나 약속을 안지킨적은 없습니다. 물론 제가 비즈니스맨이 아니고 외교관, 대사를 했다는 업무적 특수성이 있겠죠. 그렇더라도 한번도 그런 일을 겪은적 없다는 점에서 속설들은 과장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어디에나 좋은사람도 나쁜사람도 있는 법이니까요.
한국인들처럼 인도인들도 우수한 사람들이 많고 또 그렇다보니 비즈니스를 잘합니다. 비즈니스를 잘하다 보니 상대하기 어렵다고들 하죠. 그런데, 반대로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볼때 한국인들은 어떨까요? 비즈니스 하기 쉬운 사람들일까요? 아닐겁니다.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죠. 인도인들도 마찬가지인 겁니다.
가령 계약서를 작성한다고 할때, 아무리 촘촘하게 쓰더라도 작정하고 맘먹으면 다 빠져나갈 틈이 있기 마련입니다. 관건은 당사자간신뢰라고 봅니다. 국가간이든 비즈니스관계 에서든 상대방을 내편으로 만들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장기적 관계로 끌고 나가는게 중요합니다.
지금 10년 넘게 타결을 못하고 있는 양국간 CEPA개정협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세한 부분을 놓고 계속 밀고 당기다 보니 지지부진한 상황인데요. 서로 양보할 건 하고 가급적 양국관계의 미래를 위해 크게 바라보려는 노력이 지금 절실하다는 점을 꼭 강조하고 싶습니다.
※다음회에선 ‘인도 민주주의의 수준과 ‘인도의 박정희’라 불리는 모디 총리의 리더십’에 대해 들어봅니다. 하단 기자페이지 ‘+구독’을 누르시면 쉽고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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