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그대로…" 상속세 개편 이젠 터놓고 말합시다 [질문+]

홍석구 대표ㆍ김다린 기자 2023. 10. 1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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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홍석구의 稅務와 世務
상속세 이대로 괜찮을까
찬반 뚜렷한 논쟁적 주제
‘부자 감세’ ‘재분배 악화’ 비난
20년 넘게 손도 못 댄 건 문제
상속세 개편 방법론 다양해
경제 상황 맞춰 공론화해야

상속세를 사이에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상속세를 폐지하자'는 쪽이든 '높은 세 부담을 더 유지해야 한다'는 쪽이든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유야 어찌 됐든 부의 대물림과 연관돼 있어서 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상속세의 큰 틀은 20년 넘게 변하지 않았다. 상속세, 이대로 놔둬도 괜찮은 걸까.

상속세 개정을 둘러싼 사회적인 갈등이 커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상속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논쟁적인 세금이다. "지금처럼 상속세를 많이 거두면 누가 기업을 계속 경영하겠느냐"면서 폐지를 주장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부의 이전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세율을 매기는 게 부의 재분배란 취지에 적합하기 때문에 건드리지 말자"는 반론도 있다.

그래서인지 상속세는 꽤 낡은 법이 됐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1999년 말 세법 개정이 이뤄질 당시, 최고세율 구간을 50억원 초과에서 30억원 초과로 낮추고 최고세율은 45%에서 50%로 끌어올린 이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개정 논의가 나오다 수그러들기를 반복하다 몇차례 고쳐지긴 했다. 그런데 가지치기 수준에 불과했고 큰 틀에선 변화가 없었다.

이는 상속세가 그만큼 사회적 합의가 까다로운 세목이라는 방증이다. 어쩌면 단순히 '상속세를 폐지하자 말자' '세율을 높이자 낮추자'를 두고만 다투다 보니 벌어진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낡은 법을 둘러싼 문제의식은 크다. 가령, 상속세의 과세표준구간은 20년 넘게 그대로다. 그간 화폐가치가 크게 변했다는 걸 고려하면 합리적이지 않다. 뜨거운 이슈라고 마냥 내버려 두는 건 현명한 태도가 아니란 거다.

과연 우리 사회는 상속세를 어떻게 다뤄야 할까. 어떤 방식으로든 그간의 변화를 감안해 개선해야 한다. 일단 한국의 상속세가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부터 따져보자.

■ 상속세 파급효과 = 상속세 개정 논의가 고개를 들면 흔히 나오는 반론은 이렇다. "상속세 부담에 시달리는 상속인은 극히 드물다"거나 "재벌 회장님만의 일인데 뭐하러 고치냐"는 거다. 그런데 상속세를 재벌만 내는 세금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최근엔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자산가치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에게 적용된다.

더구나 상속세는 어떤 식으로든 사회적인 논란이 된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나 김정주 넥슨 창업주 등이 유명을 달리할 때마다 거액의 상속세액이 회자되는 게 대표적이다. 얼마 전엔 영국 보수당이 상속세 폐지를 추진한다는 소식에 한국 재계가 들썩이기도 했다.

일단 숫자로만 보면 한국의 상속세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50%)은 일본(55%)에 이어 전 세계 2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상속세율인 15%를 크게 웃돈다. 최대주주가 기업 경영권을 이어받아 할증률이 적용되면 최고세율이 60%까지 상승한다. 각종 공제제도를 고려한 실효세율을 따져보면 직접 비교가 적절하지 않을 수 있지만, 어찌 됐든 상속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고 확언하긴 어렵다.

필자는 과거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업계에서 운용역으로 일했는데, 이때도 많은 중견기업 경영진의 한숨소리를 적지 않게 들었다. 상속세 부담 때문에 가업을 자녀에게 승계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때문에 장수기업이나 기술이 탄탄한 뿌리기업의 창업주가 경영권을 사모펀드에 매각한 사례는 많다. 콘돔으로 유명한 유니더스, 밀폐용기 제조업체 락앤락, 화장품 업체로 유명한 에이블씨앤씨 모두 상속세 부담을 이유로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맡겼다.

상속세를 한국 증시가 저평가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으로 꼽는 시선도 있다. 직접적인 연결은 어렵지만, 개연성은 충분하다. 상속을 원하는 대주주 입장에선 주가가 오르면 세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주가를 억누르기 십상이란 거다.

여론의 입방아에 오를 게 뻔한데도 알짜사업과 일감을 자녀회사에 몰아주는 편법을 쓰는 데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자녀가 훗날 자신들의 회사 지분을 팔면 25% 안팎의 양도세만 내면 그만이어서다. 이는 최고 상속세율보다 25%포인트 낮은 세율이다.

■ 방향성 = 이런 이유에서인지 상속세 개정 흐름은 정부의 성향과 무관하게 부담을 가급적 완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연부연납 기간 연장과 가업상속공제 규정 완화가 대표적이다. 연부연납은 세금 납부를 연기해 주는 제도인데 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났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2022년 초에 시행했다.

가장 최근엔 윤석열 정부가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규정을 완화했다. 이 제도의 골자는 고인이 생전에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ㆍ중견기업을 상속인에게 승계할 경우, 세 부담을 경감해주는 거다. 올해부턴 이 제도를 적용하는 중견기업의 매출액 기준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런 식의 개정은 언급했듯 '가지치기'에 불과하다. 연부연납은 기간만 늘릴 뿐 부담은 그대로다.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찾는 이가 많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상속세의 뼈대를 바꾸는 논의가 필요한데, 현재 법적 개선을 꾀하고 있긴 하다. 과세방식을 현재의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변경하는 게 대표적이다.

현행인 유산세 방식은 고인의 유산 전체에 세금을 매기는 거고, 유산취득세 방식은 상속인 각자가 받은 재산에 세금을 내는 구조다. 고인의 유산 전체보다 상속인 각자가 받은 재산이 적기 때문에 세 부담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방식은 문재인 정부의 기획재정부에서도 고려했던 변화다.

한국의 높은 상속세율은 1999년 말 개정 이후 그대로 유지돼 왔다.[사진=뉴시스]

유산취득세 방식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한다는 측면도 있다. OECD 38개 회원국 중 상속세가 있는 국가는 24개국인데, 이중 유산세 방식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4개국(한국ㆍ미국ㆍ영국ㆍ덴마크)뿐이다. 나머지 20개국은 유산취득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다만 결과적으로 세액이 감소하고, 부의 재분배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개정 속도를 못 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개정에 따른 부작용이 있다면, 대응방안을 면밀히 검토해서 보완하면 된다.

미래에도 상속세를 둘러싼 첨예한 찬반 논쟁은 벌어질 거고, 여기에 마침표를 찍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로가 강조하는 가치가 우월하다고만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제 케케묵은 담론에서 벗어나 상속세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결과를 내야 한다. 누군가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할 때다.

홍석구 정율 세무회계 대표
seokgu1026@jungyul.co.kr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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