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군 농가서 홈스테이한 美켄터키주 농무장관...“고향처럼 포근”

정혁훈 전문기자(moneyjung@mk.co.kr) 2023. 10. 1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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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터키주는 미국을 대표하는 농업지역
현지 농민·활동가들과 함께 농촌 체험
치유농업 토론에 김치·고추장 만들기도
한·미 양국 농업·농민·농촌 교류 이어질듯
라이언 퀄스 미국 농무장관을 중심으로 한 현지 농민과 단체 관계자들이 전북 순창군 농가에서 김치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한국 농촌의 자연환경이 켄터키주와 이렇게 비슷할 줄 몰랐습니다. 고향에 온 것처럼 포근해서 너무 좋습니다.”

라이언 퀄스 미국 켄터키주 농무장관은 14일 전북 순창군 복흥면에 있는 농가 ‘햇뜰애’에서 이틀을 묵은 뒤 밝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퀄스 장관이 켄터키주에서 멀리 한국 농촌까지 날아온 이유는 농업분야에서 한국과 교류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그의 이번 방한에 켄터키주 현지에서 농사를 짓는 농업인과 농업분야 비영리단체 관계자 등 16명이 동행한 이유다.

켄터키라는 이름은 국내 최초의 해외 프랜차이즈인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이나 골프장 잔디인 ‘켄터키 블루’를 통해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다. 켄터키는 치킨이나 잔디 이름에 사용될 정도로 미국을 대표하는 농촌 지역이다. 잎담배와 옥수수, 콩, 밀, 각종 과일, 잔디 등 작물로부터 소, 돼지, 말 등 축산까지 농업이 켄터키주의 대표 산업이다. 더구나 동쪽으로는 미국 동부 최대 산맥인 애팔래치아산맥을 끼고 있어 산악지형이 67%에 달하는 우리나라와 지형 조건이 매우 유사하다. 퀄스 장관이 고향처럼 포근하다고 말한 배경이다.

라이언 퀄스 미국 켄터키주 농무장관(앞줄 오른쪽에서 다섯번째) 일행과 순창군 복흥면 농민 등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생일을 맞은 퀄스 장관은 우리 농민들로부터 떡케잌을 받았다.
퀄스 장관은 켄터키주도 한국 농촌에서 겪고 있는 문제를 똑같이 경험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애팔래치아 산맥을 끼고 있는 켄터키주 농촌은 미국에서도 규모가 작은 소농들이 주로 집중돼 있는 곳”이라며 “한국과 마찬가지로 젊은층이 도시로 떠나면서 인구 소멸 문제를 심각하게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농업 분야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도 비슷했다. 퀄스 장관은 “켄터키주 대표 도시인 렉싱턴에서는 농민들에게 디지털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스마트 농업 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며 “소농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첨단 기술을 더 많이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지역 농산물을 활용하는 로컬 푸드 시스템의 중요성이 높아졌다”며 “소농들이 그런 추세에 잘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북 순창군 복흥면에서 홈스테이를 한 켄터키주 관계자들이 고추장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한국 농촌과 다양한 교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퀄스 장관은 “자연 환경이 비슷하고, 겪고 있는 문제와 고민도 비슷한 만큼 한국 농촌과 켄터키주 교류는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에는 이번에 순창에서 만난 농업인과 관련 단체 관계자들을 켄터키주로 초청해 교류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퀄스 장관 일행은 이날 지역민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김장 김치 담그기와 고추장 만들기 체험을 하며 즐거움을 만끽했다. 퀄스 장관 일행에게 숙소를 제공한 햇뜰애의 박형주·유춘자 부부는 친환경 농산물 재배와 노니고추장과 된장, 간장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만들고 있다. 박형주 대표는 “이번 방한단에 포함된 켄터키주 비영리단체인 배나치 설립자인 안정현 박사와 연결돼 이번 홈스테이 행사를 주관하게 됐다”며 “참가자들이 김치와 고추장에 처음부터 큰 관심을 보이고, 직접 만들면서 열광하는 것을 보고 K푸드의 인기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전북 순창군 복흥면 주민들이 라이언 퀄스 미국 켄터키주 농무장관 일행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이번 켄터키주 방한단은 국내에서 최근 들어 관심이 커지고 있는 치유농업에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치유농업 관련 사단법인인 팜뜨락과 함께 ‘한·미 치유농업 교류 심포지엄’을 개최한 이유다. 지난 10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애팔래치아 농촌지역 치유농업 사례(발레리 혼 코완커뮤니티센터 대표), 한국의 치유농업 프로그램 운영사례(한재춘 팜뜨락 대표), 렉싱턴의 도시지역 치유농업(린드라 포만 푸드체인 대표) 등 발표가 있었다.

한재춘 대표는 “전세계적으로 치유농업이 도시농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번 켄터키주 농무장관 일행의 방한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치유를 테마로 한 도시농업이 좀 더 활기를 띠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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