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탕후루 쓰레기' 나아졌을까? 서울 홍대거리 다시 가봤더니
송혜수 기자 2023. 10. 15. 09:12
"제발 본인 탕후루 쓰레기는 스스로 치웁시다."
지난 8월 '탕후루' 쓰레기로 거리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에 대부분의 사람이 보인 반응입니다.
탕후루는 여러 가지 과일을 꼬치에 꽂아 설탕물을 입히고 굳힌 뒤 과일사탕처럼 먹는 중국 전통 간식입니다.
바삭한 식감과 단맛 덕에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덩달아 쓰레기 문제도 잇따랐습니다. 꼬치를 아무 데나 버리거나 설탕 코팅이 녹아 흐르면서 바닥이 끈적끈적해진다는 겁니다.
서울 거리 탕후루 쓰레기 문제, 조금 나아졌을까요? 지난 13일 JTBC 취재진은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를 다시 찾았습니다.
이날 점심쯤 탕후루 가게가 밀집해 있는 거리에 가보니 가게마다 장사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몇몇 가게 앞에는 사람들이 줄지어 탕후루를 주문하고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먼저 가게에 들러 탕후루 쓰레기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A 사장은 "탕후루 쓰레기가 심각하다는 뉴스를 봤다"며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탕후루 꼬치가 아무 데나 버려져 있으면 속상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 가게뿐 아니라 여러 가게에서 탕후루 꼬치를 가게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고 많은 손님이 다 먹은 꼬치를 가게로 다시 가지고 온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탕후루 가게의 B 사장은 "탕후루 꼬치를 버릴 수 있는 통을 밖에 두고 통이 가득 차면 곧바로 처리하고 있다"며 "처리할 땐 꼬치를 부러뜨리고 설탕 포대에 싸서 버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예전보다 거리에 꼬치를 버리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며 "다른 탕후루 가게에서 먹은 꼬치와 종이컵을 가지고 오시는 손님도 계셨는데 이 경우에도 흔쾌히 버리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탕후루 가게에선 외국인 직원 송탁항 씨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는 "손님 대부분이 다 먹은 탕후루 꼬치를 들고 가게로 다시 온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송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도 두 손님이 꼬치와 종이컵을 들고 가게를 다시 찾았습니다.
그렇다면 시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거리에서 만난 10대 C씨는 "여전히 탕후루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것 같다"며 "거리를 걷다 보면 하수구 등에서 탕후루 꼬치가 버려져 있는 걸 종종 봤다"고 말했습니다.
40대 강민지 씨는 "탕후루 꼬치를 아무 데나 버린다는 뉴스를 봤다"며 "맛있게 먹고 스스로 치워야 하는 게 맞는데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20대 주준홍 씨도 "강남에서도 탕후루 꼬치가 길가에 버려져 한군데 모여 있는걸 봤다"며 "바닥에 흘려져 있는 설탕 시럽을 밟으면 신발까지 찐득거려 조심하게 된다"고 토로했습니다.
취재진이 이날 저녁 6시부터 2시간 동안 홍대 거리를 돌아다녀 보니 다 먹은 탕후루 꼬치와 꼬치에 끼워주는 작은 종이컵이 곳곳에서 심심치 않게 보였습니다.
바닥에 흐른 설탕 시럽 위로 떨어진 낙엽을 살짝 떼어보니 찐득한 시럽이 실처럼 길게 나왔습니다. 시럽이 바닥에 눌어붙어 딱딱하게 굳은 곳도 있었습니다.
바닥에 흘린 지 얼마 안 돼 보이는 설탕 시럽은 미끈거렸습니다. 설탕 코팅이 조각나 유리처럼 날카롭게 흩어져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쓰레기봉투를 뚫고 나온 탕후루 꼬치도 눈에 띄었습니다.
거리를 청소하고 있는 마포구 환경미화원은 취재진에 "쓰레기를 비우다 꼬치에 손가락이 찔려 다치는 동료들을 많이 봤다"며 "거리에 탕후루 쓰레기는 여전한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들른 탕후루 가게의 D 사장은 "사실 가게 주변까지 쓰레기를 직접 치우고 있는데 이전과 많이 달라지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D 사장은 "탕후루 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쓰레기를 함부로 길에 버리는 일부 사람들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취재 이후 홍대 거리에서 앞서 만난 탕후루 가게 A 사장을 우연히 다시 만났습니다. A 사장은 맨손으로 길가에 버려진 탕후루 쓰레기를 직접 치우고 있었습니다.
그는 "잠깐 여유가 생기면 가게를 나와 쓰레기를 정리하곤 한다"며 "탕후루 맛있게 드시고 쓰레기는 다시 가게로 가지고 와 주면 고마울 것 같다"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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