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회장님이 애기들 봐주신다며”…힘든 육아 돕는 기업은 [방영덕의 디테일]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byd@mk.co.kr) 2023. 10. 1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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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여성 친화 기업인 대한항공은 여성 직원이 임신과 출산 등으로 인한 퇴사 고민을 하지 않도록 육아휴직, 산전후휴가, 가족돌봄휴직 등 모성보호제도를 적극 운영하고 있다. [사진출처 = 대한항공]
‘기다립니다, 기대합니다.’

8년전 출산 휴가 및 육아 휴직 6개월을 쓰고 온 기자에게 모 기업 임원분이 건넨 책 제목입니다. 해당 기업에서 펴낸 워킹맘을 위한 생활지침서였죠.

당시 워킹맘이라면 꼭 알아둬야할 정보와 팁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지만, 마음 한 켠엔 해소되지 않은 답답함이 있었습니다. 일과 가정 생활 병행을 위해 남몰래 눈물을 닦아야 하는 이는 여전히 아빠가 아닌 엄마, 워킹맘들의 몫이었으니까요.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가 육아의 한계에 부딪쳤을 때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하는 건 으레 아내 쪽입니다. 아내들은 아이와 가정을 돌보기 위해 ‘풀타임’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 같은 유연한 일자리를 구하기도 합니다.

현실이 이러다보니 커리어 유지를 위해 아이를 아예 낳지 않는 여성들도 많습니다. ‘0.86명.’ 지난해 1분기 기준 한국의 출산율이죠. OECD 평균 합계출산율(1.59명)의 절반 밖에 되지 않습니다. 한국은 현재 급속한 저출산과 고령화로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할 국가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8월 삼성SDS 잠실캠퍼스에서 사내 워킹맘 10여 명과 만나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출처 = 삼성전자]
저출산 문제와 맞물려 여성 인력 활용이 갈수록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인구 충격에 따른 저성장 구조를 벗어나려면 출산율을 올려야하고, 그럴려면 여성들이 일과 가정생활 병행을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이 효율적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런 까닭에 최근 파격적인 출산·양육 지원 제도를 통해 여성 인력 활용에 적극 나선 기업들이 눈에 띕니다. 워킹맘을 기다리고, 기대하게 만드는 기업은 어떤 곳이 있을까요.

1993년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여성 인력 공채를 도입한 삼성은 그만큼 임신, 출산으로 인한 여성 임직원의 경력 단절을 예방하는 다양한 제도와 시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육아·난임·자녀 돌봄 휴직제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등이 대표적입니다. 삼성은 이들 제도를 법정 기준 이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령, 육아휴직의 경우 법적으로는 자녀 1명당 최대 1년을 지원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최대 2년까지 지원합니다. 나이 역시 법적으로는 만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지만, 만 12세 또는 초등학교 6학년 이하까지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난임 휴직 제도는 최대 1년, 최대 3회로 나눠 난임휴직을 허용하는 한편, 휴직 중 의료비도 지원합니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만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육아휴직을 최대 2년으로 확대 시행 중입니다.

LG전자에 따르면 매년 500~600여명의 직원들이 이같은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만약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려운 직원들의 경우 일 최대 5시간 내에서 1시간 단위로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다섯째 아이 탄생을 앞두고 있는 SK하이닉스 김진태 TL 가족의 모습 [사진출처 =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아예 ‘사내 구성원 출산율 확대’에 도전 중입니다.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기업의 사회적 가치 실현과 동시에 임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만족도 및 충성심 향상을 꾀하기 위해섭니다.

일례로 난임 치료와 시술에 필요한 휴가를 기존 3일(유급 1일, 무급 2일)에서 5일(유급)로 확대한 데 이어 여성의 체외 및 인공수정 시술 등 난임시술 비용에 대해서도 횟수에 제한없이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여성 친화 기업으로 대한항공을 빼놓을 수 없죠.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대한항공 전체 직원 1만9000여명 중 여성 비율이 약 45%에 달하고 있는데요.

때문에 대한항공은 여성 직원이 임신과 출산 등으로 인한 퇴사 고민을 하지 않도록 육아휴직, 산전후휴가, 가족돌봄휴직 등 모성보호제도를 적극 운영하고 있고, 매년 평균 500명 이상의 직원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한항공의 가족 친화 경영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수차례 강조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조 회장은 지난해 11월 직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세 아이의 아버지로서 육아가 상당히 힘들다는 점을 잘 알고 있고, 회사가 육아를 사유로 그 어떠한 불이익도 발생하게 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CEO의 경험과 생각이 기업 문화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키가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지난 4월 네쌍둥이를 출산한 사원의 집을 직접 방문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사진출처 = 포스코 김환 사원의 아내 박두레씨 인스타그램]
일찌감치 저출산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포스코는 2017년부터 ‘신(新)포스코형 출산장려제도’를 운영 중입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난임 치료를 위해 연간 최대 10일까지 휴가 사용을 허용한 한편, 출산장려금도 첫째는 200만원, 둘째 이상은 500만원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완전자율 출퇴근제, 전환형 시간선택제 등 개인 여건에 맞게 근무할 수 있는 육아지원근무제도 적극 운영 중입니다.

SK온은 지난 3월 네 쌍둥이를 낳은 직원에게 육아도우미를 지원했습니다. 총 1년간 육아도우미 2명을 지원하는 것인데요. SK온이 회사 차원에서 2개월을, 이어 최태원 SK회장이 5개월,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이 5개월씩 각각 사비를 털어 지원하기로 한 것입니다.

네 쌍둥이를 낳는 과정에서 SK온은 의료비를 전액 지원해 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미 SK온은 직원들의 직계가족까지 의료비 지원을 해주는 복지로 유명한데요.

이와 관련 SK온 관계자는 “다른 기업의 경우 수술을 하거나 특정 진단명에 따라 의료비 지원이 이뤄지지만, SK온은 업계 최고 수준으로, 폭넓은 지원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노동시장 내 성별 격차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해 온 클로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 대학 교수에게로 돌아갔습니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에 관심이 많은 골딘 교수는 그 해결책으로 “한국의 기업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여성 인력을 적극 활용하려면 아이 돌봄 비용을 낮추고, 유연근무제를 적극 시행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인구 절벽에 부딪혀 더 이상 성장의 기회를 모색할 수조차 없는 비극이 오기 전, 많은 기업인들이 새겨야 할 조언입니다. 저출산 문제는 더 이상 여성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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