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킹크랩이 기가막혀' 가격 3개월새 40% 뚝 떨어진 이유는?

이지현 기자 2023. 10. 1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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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러시아산 레드 킹크랩의 가격이 내려갔다. 12일 찾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는 1kg당 5만5000원~7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올해 초에 한창 비쌀 때는 1kg당 14만원까지도 팔아봤어요. 지금은 상태 좋은 게 1kg에 6만 5000원이에요. 다리 하나 떨어진 건 6만원에 드릴게요.”(노량진 수산시장 상인)

러시아산 킹크랩 가격 얘기입니다.

최근 킹크랩 가격이 많이 내려갔습니다. 러시아산 킹크랩 수입 물량이 많아진 영향입니다.

지난 12일 찾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상인들은 입을 모아 “킹크랩 가격이 좋으니 사가라”며 손님들을 모았습니다.

대부분 가게에서는 러시아산 레드 킹크랩을 1kg당 6만 5000원 정도에 팔고 있었습니다. 수율(살이 차 있는 정도)이나 게 상태에 따라 가격이 다르긴 했지만 대부분 kg당 5만 5000원~7만원 정도였습니다.

12일 찾은 노량진 수산시장의 킹크랩. 대부분 1kg당 6만5000원 정도에 팔리고 있었다. 〈영상=이지현 기자〉

한 상인은 “작년 이맘때에는 kg당 8만~9만원 정도 했었다”면서 “올봄에는 물량을 구할 수가 없어서 kg당 14만원까지도 팔아봤다”고 했습니다. 그는 “그에 비하면 지금은 가격이 훨씬 저렴해졌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상인도 “킹크랩은 매일 경매를 통해 들어오는데, 어제만 해도 오늘과는 가격이 달랐다”면서 “어제는 오늘보다 kg당 5000원 더 비싸게 팔았다”고 했습니다.

저렴해진 가격에 킹크랩을 찾는 손님도 늘었습니다.

취재진이 노량진 수산시장 한 가게에서 킹크랩 가격을 묻는 동안에도 문의 전화가 이어졌습니다.

이 가게 상인은 “요즘에는 킹크랩 가격이 워낙 좋아서 찾는 손님도 많아졌고 가격을 묻는 전화도 많이 온다”면서 “지금 전화 온 손님도 단골인데, 가격을 듣더니 이따가 사러 오겠다고 했다”고 했습니다.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은 단체 외국인 관광객들도 킹크랩을 사 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12일 찾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킹크랩을 사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 〈사진=이지현 기자〉

하루 만에 4만원 '뚝'…대형마트들도 반값 행사 나서



한 수산물 유통 플랫폼에 따르면 러시아산 레드 킹크랩(수율 80% 이상, 3kg 이상)의 평균 가격은 12일 기준 1kg당 6만8800원이었습니다.

3개월 전인 7월 13일 12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약 42.7% 저렴해진 겁니다.

레드 킹크랩 가격은 지난달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지난 9월 18일 기준 1kg에 11만 5000원이었던 것이 9월 19일에는 7만 7400원으로 급락했습니다. 하루 만에 4만원가량이 뚝 떨어진 겁니다.

이후 줄곧 7만원 초반대에서 거래되던 레드 킹크랩은 지난 12일 6만원 후반대까지 가격이 내려갔습니다.

가격 확 떨어진 이유는? 러시아산 수입물량 급증 탓


지난 3개월 간 러시아산 레드 킹크랩 시세 변동 추이. 〈사진=인어교주해적단 페이지 캡처〉

레드 킹크랩 가격이 저렴해진 건 러시아산 킹크랩 수입물량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산 킹크랩 수입을 금지했습니다. 미국, 유럽은 러시아산 킹크랩의 주요 소비국이죠.

수출길이 막히자 러시아는 9월 첫 조업이 시작된 뒤 레드킹크랩 활어를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 많이 수출했고, 이 때문에 국내에서 가격이 급격히 내려간 것으로 분석됩니다.

킹크랩 가격이 내려가면서 대형마트들도 행사에 나섰습니다.

롯데마트는 18일까지 행사 카드(롯데·신한·KB국민)로 결제할 경우 100g당 9900원인 러시아산 브라운, 레드 킹크랩을 5994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합니다.

홈플러스도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킹크랩을 50% 할인하는 행사를 12일부터 2주 동안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킹크랩 가격이 하락하면서 판매 촉진 차원으로 행사를 진행하게 됐다”면서 “이달 말 추가 할인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연말 되면 비싸질 것”…매일 가격 달라지는 킹크랩


12일 찾은 노량진 수산시장의 킹크랩. 대부분 1kg당 6만5000원 정도에 팔리고 있었다. 〈사진=이지현 기자〉

다만 저렴한 가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킹크랩은 매일 경매를 통해 가격이 정해지는 데다, 워낙 가격 변동 폭이 큰 품목입니다.

킹크랩 가격이 하루 만에 4만원가량 떨어졌듯, 언제 또다시 오를지 모른다는 겁니다.

또 레드 킹크랩이 제철인 12~1월에는 가격이 더 비싸지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한 상인은 “매년 추세를 보면 레드 킹크랩은 이맘때부터 나오기 시작해 연말~연초에 가장 비싸게 팔린다”면서 “아무래도 한창 철일 때보다 지금은 살이 덜 차 있어서 저렴한 면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작년보다 전체적으로 가격이 낮아지긴 했지만 연말쯤 되면 다시 비싸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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