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서 다시 ‘창경궁’, 올 가을 큰 잔치 연다

2023. 10. 1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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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격하 후 명칭복원 40주년
궁중문화축전 가슴 찡한 콘텐츠
15일 월대복원식 열려 감동 두배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일제가 왕실 전각을 부수고 동물을 집어넣어 동물원으로 만들었던 창경궁이 제 이름을 찾은 지 올해 40년을 맞았다.

‘그후로도 오랫동안’이라는 영화제목처럼, 일제 강점은 원폭 응징으로 끝난게 아니고, 그리 오래전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도 일제시대 부역자 같은 자들이 정치계, 역사학계 등에서 심심치 않게 출몰하고 있어 안타깝다.

일제가 동물을 집어넣고 놀이공원으로 훼손한 창경궁 복원 직전 모습
창경궁 퉁명전

일제와 전쟁후 일본은 오키나와 유구국(琉球國)의 정통성을 훼손하기 위해 수리(首里)궁성을 ‘공원’으로 바꾸었고, 원주민들은 끝내 자신들의 700년 고대-중세 국가 역사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말았다. 창경궁 같은 또 하나의 사례이다.

▶월대복원 100년, 창경궁 명칭회복 40년= 불과 몇십년전만해도 아픈 상처를 갖고 있던 창경궁이 리오프닝 2023년 가을 궁중문화축전을 통해 좀 더 푸근하게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맞는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한국문화재재단은 ‘2023 가을 궁중문화축전’의 일환으로 올해 창경궁 명칭환원 40주년을 기념하는 사진전과 인문학 콘서트를 창경궁 일원에서 선보인다.

‘궁중문화축전’은 매년 봄과 가을에 고궁과 종묘·사직단 등지에서 펼쳐지는 국내 최대 문화유산축제다. 이번 ‘2023 가을 궁중문화축전’은 지난 13일 시작해 오는 18일까지 일정으로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에서 열린다.

특히 올해 축전은 일제가 파괴한 여민동락(與民同樂:임금과 백성이 함께 즐김)의 상징 광화문 월대가 복원되는 시점과 맞물려 있기에 역대 최고의 가치를 지닌다. 15일 해질녘 경복궁 앞에서 월대 복원식이 열린다.

궁중문화축전을 기획한 한국문화재재단 문화유산활용실 조진영 실장은 “올해 궁중문화축전은 창경궁 명칭환원 40주년을 맞이하여 창경궁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특별한 프로그램들을 선보인다”며, “국민들이 이번 가을 축전을 통해 지난 봄 축전과는 또 다른 궁궐의 매력을 느껴보고, 창경궁 명칭환원 40주년의 의미도 함께 되새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열린 ‘봄 궁중문화축전’에서는 1743년 창경궁에서 열렸던 영조 임금의 오순 잔치인 어연례를 재현하는 ‘시간여행-영조, 홍화문을 열다’를 대표 프로그램으로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가을 궁중문화축전에서도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창경궁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조명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가을 고궁을 찾는 국민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준비했다.

▶토닥이고 싶은 창경궁 변천사= 창경궁 환경전에서는 창경궁 명칭환원 40주년을 기념하는 사진전 ‘다시 찾는, 궁’이 개최된다.

사진전은 가을 축전 기간(10.13~18) 중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상설 운영되며, 창경궁을 방문하는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는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 그 이후 복원 과정 및 현재 모습까지 창경궁이 변화해온 모습을 4부에 걸쳐 보여준다.

1부는 ‘조선 시대 속 창경궁’을 주제로 동궐도, 무신진찬도 등 조선 시대 기록을 통해 당시 창경궁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2부는 ‘빼앗긴 고궁’을 주제로 창경원으로 격하된 모습을 다룬다. 격하에 따른 궁궐과 왕실의 권위 하락 모습을 이왕가박물관, 창경원 동물원 등의 사진을 통해 엿볼 수 있다.

3부는 ‘명칭환원 및 복원공사’를 주제로 명칭환원에 따라 옛 모습을 되찾는 창경궁의 모습을 창경궁 복원 계획 및 현장 사진으로 구성했다.

4부는 ‘다시 찾는, 궁’을 주제로 중건기념 경축행사, 궁궐 활용 행사 등의 사진을 통해 다시 찾은 궁을 만끽하는 우리의 모습을 표현했다.

▶서경덕, 최태성, 썬킴의 여민동락 콘서트= 창경궁 통명전에서는 16, 17일 창경궁 관련 인문학 토크 콘서트인 ‘창경궁, 우리의 유산’이 진행된다.

서경덕
최태성
썬킴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사회를 맡는 이번 콘서트는 사전예약 또는 현장접수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매회 관람 인원은 300명으로 운영된다.

16일에는 ‘궁궐 저널, 그날’을 주제로 한 최태성 한국사 강사의 강연을 듣는다. 최태성 강사는 창경궁에서 펼쳐진 영조의 오순 어연례와 궁궐의 생활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강연에 이어 한국문화재재단 예술단의 전통 무용과 가곡 공연을 즐긴다.

17일에는 ‘되찾은 이름의 역사, 창경궁 명칭환원의 의미’를 주제로 역사 스토리텔러 썬킴(Sun Kim)의 강연이 진행된다. 서경덕 교수가 사회자 겸 해설자로 출연하며, 창작 국악 그룹 ‘더미소’의 공연도 감상할 수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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