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예산 부족으로 터널·다리 수리 못한다…큰 재앙으로 [창+]

송현준 2023. 10. 1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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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주식회사 대한민국, 민자사업 30년 해부' 중에서]

2012년, 일본 야마나시 현의 터널이 갑자기 붕괴돼 9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천장의 철제 구조물이 떨어졌습니다.

예산 부족으로 개통 이후 사고 때까지 36년간 한 차례도 교체하지 않았습니다. 2005년 민간에 관리를 위탁했지만 마찬가지였습니다.

<나가이 고헤이/일본 동경대학교 교수>
"천장판을 매달고 있던 철제 부품이 낡아 빠져버린 것이 사고 원인입니다. 한 곳이 빠져서 천장판이 한 장 떨어졌는데, 그 옆에 있는 천장판도 그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서 차례로 천장판이 떨어졌고..."

일본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사회기반시설의 30%, 지방정부가 관리하는 사회기반시설의 70%가 예산 부족으로 제때 보수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가이 고헤이/일본 동경대학교 교수>
"문제는 ‘손상된 교량이나 인프라를 발견한 후에 제대로 고칠 수 있는가'라는 점인데요. 고치기 위한 예산과 기술 등이 부족하다는 게 문제입니다."

일본 도쿄에서 350km 떨어진 도야마 시.

하천을 사이에 두고 두 마을을 잇는 다리가 폐쇄됐습니다. 40년 전에 지어져 보수가 필요하지만,예산이 부족해 폐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철거 예산조차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마을 주민>
"제일 가까운 편의점이 저 다리 쪽에 있으니까 갈 수가 없잖아. (저기에도 있었군요?) 응, 저 다리 건너편에 있었는데 이제는 갈 수가 없어. (편의점 등은 다리 건너서) 아주 멀리 돌아서 가야 해."

사회기반시설 관리 예산 부족에 도야마 시가 내린 결정은 통·폐합. 2,300여 개 교량을 대상으로 안전도와 이용빈도를 조사해 교량 10%를 점차 폐쇄하기로 했습니다.

<도야마시 직원>
"가능한 한 남길 수 있는 것은 남기고, 이미 낡아서 위험한 다리는 철거하거나 새로 고칠 겁니다. 이용자가 없는 다리는 당연히 철거하고요."

하지만, 도로나 터널 등 다른 시설에 대해서는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노가미 가즈나리/도야마시 건설정책과장>
"안타깝게도, 다른 지자체에서는 아직 이런 시도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솔직히 장기적으로 불투명한 것 같습니다.“

민간이 관리하는 일본의 고속도로 요금은 세계적으로 비싸기로 유명합니다.

<조화행/일본 거주 한국인>
"나리타공항까지 80km 되거든요. 80km를 왕복하는데 들어가는 돈이 약 6,000엔(약 55,000원)정도 됩니다. 통행료가. 보통 때는 비싸다는 것을 못느끼는데, 한국에 갔다오면 비싸다는 걸 느끼고, 일본사람들도 고속도로를 이용하려면 굉장히 비싸다는 (인식이) 있어서 신중하게 계획을 세워서 여행을 다니는 거 같더라고요.”

2005년, 고이즈미 총리는 고속도로 부채를 갚기 위해 '일본 도로공사'를 4개 권역으로 나눠 민영화했습니다. 민영화 성과로 2052년 이후 고속도로를 무료화한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하지만, 기시다 내각은 올해 초 고속도로 무료화는 2115년 뒤에나 가능하다고 번복했습니다.

<네토모 유지/일본 동양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지금까지 무료화하겠다고 말해왔기 때문에 ”영구히 유료“라고 정치적으로는 말하기 어려우니까 무료화 시기를 연장한다고 말하는 거죠. 무료가 될 수는 없어요.”

또 다른 ‘사사고 터널 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보장할 수 없는 상황.

<네토모 유지/일본 동양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일본은 (대응할) 시기를 놓쳤어요. 한국은 반드시 ‘인프라 시설 절약’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노후된 SOC가 결국 우리에게 흉기가 될 것이다.”

일본 언론의 표현입니다.

한국에도 일본과 유사한 어려움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도로나 교량 등 사회기반시설을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은 2021년부터 30년 동안 1,014조 원이 필요합니다.

매년 평균 34조 원입니다.

<김상철/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
"우리는 어느 시점에 이 판단을 해야 됩니다. 어, SOC는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폐지를 해야되는 것도 고민을 해야 되는구나. 그러니까, 유지하는 것이 더 무의미한 SOC같은 경우는 그것을 없애는 방식의 의사결정을 해야되는데, 이를테면, 만들 때 의사결정도 민주적이지 않은데, 없앨 때는 민주적이겠습니까?“

인구가 2050년 4,700만 명으로 줄어들고, 생산가능인구는 전체 인구의 51%로 급감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관리 비용은 더욱 무겁게 다가옵니다.

정부는 침체된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사회기반시설 관리에도 민간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관리 비용이 고스란히 이용자인 국민에게 떠넘겨지는 게 아닌지, 우려가 나옵니다.

<이광수/부동산 애널리스트>
“민자사업 만능주의에 빠진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민자가 시장이 아니라는 거죠. 시장은 서로 동등한 주체들이 만나서 가격을 결정하는 게 시장이죠. 그런데 기업은 시장이 아닙니다. 기업은 돈을 버는 게 목적이에요. 시장을 원치 않아요. 기업이 그래서 가장 원하는 건 독점이고 과점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기업과 시장을 동일시해요. 그래서 기업한테 맡겨놓으면 시장에 맡겨놓은 것처럼 오해하고 곡해하고 과대포장한다는 거죠.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경기도 용인시에는 용인경전철 소송을 10년 동안 이끌어 온 시민들이 있습니다.

“2013년부터 감사 청구하고 주민 소송하고 이러기 때문에 젊으셨어, 보니까.”
“벌써 10년이나 됐나 봐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지자체가 변해야 하는데요.”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엄청난 재정 손실을 초래한 전직 용인시장들과 전현직 공무원, 한국교통연구원을 상대로 손실 1조 원의 일정 부분을 부담할 것을 법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박순애/용인경전철 주민소송 원고>
“우리는 그래도 한번 건드려라도 봐야겠다는 생각과 그래야 본인들도 한 번 시장들이나 이런 사람들이 다시 한번 무슨 사업을 할 때 생각해 볼 수도 있고 시민들이 가만히 안 있는다고 느끼게끔 하기 위해서 이렇게 참여하게 됐던 거 같거든요.”

1심 패소, 2심 패소, 대법원 일부 승소라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민자사업에 대한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83%가 “민자사업하면 특혜, 이권, 비리 등이 연상된다”고 했고, 82%는 “민자사업 추진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김상철/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
“민간투자사업은 구조적인 사기인 겁니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되게 억울하고 짜증이 나지만 누군가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그런 것들이 반복되는 거죠. 이를 테면 정치인이 책임을 지겠습니까? 그때 의사결정했던 시장이 책임지겠습니까? 아니면 사업을 시작한 현임 시장이 책임을 지겠습니까?”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처럼, 당장 추진이 쉬운 민자사업은 미래세대의 빚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이상근/회계사>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고 이야기하지만, 결과적으로 작은 정부로 인해서 정부 재정으로 해야 될 것을 민간 재정으로 하게 되면 결국은 그 고통을 국민들이 부담해야 된다. 특히 미래 세대들이 부담을 해야 된다는 게 민간투자사업의 문제라는 걸 국민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투명한 사업 추진과 사후 검증제도의 필요성. 과거 민자사업에서 교훈을 얻습니다.

<임호선/국회 행정안전위원>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뤄졌던 민간투자방식에 대한 보완이라든지 점검 차원의 문제가 있고, 지금부터 새롭게 투자하려고 하는 그 부분을 어떻게 과연 국가 재정의 문제하고 민간투자방식의 문제하고를 조화시킬 것이냐하는 이 두 가지 측면을 다 고려하고 살펴야 할 때가 지금이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경기 활성화를 이유로, 정치인의 득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정부 재정이 건전하게 보일 수 있다는 이유로, 민자사업은 전국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습니다. 민자사업을 떠받칠 재원을 부담해야 할 인구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금 제도를 손보지 않으면 사회기반시설이 우리를 위협하는 무기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방송일시 : 2023년 10월 10일(화) 밤 10시 KBS 1TV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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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준 기자 (song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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