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조화' 대신 생화…추모 문화 바꾸고 화훼농가 살릴까
플라스틱 조화 '1회 용품' 규정 법안 발의…국립묘지도 동참 요청
"자발적 플라스틱 조화 사용 줄이는 성묘객 추모문화 확산 필요"
(전국종합=연합뉴스) 6일간의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달 28일 오전 경남도, 창원시 공무원들은 창원공원묘원, 천자봉공원묘원 두 곳에서 성묘객들에게 생화 나눔 행사를 했다.
경남 화훼농가가 키운 하얀색 국화를 4∼5송이씩 한 다발로 묶어 경남도가 1천 다발, 창원시가 1천 다발을 각각 성묘용 생화로 준비했다.
공무원들은 성묘객 한 가구당 두 다발씩 국화를 무료로 건넸다.
경남도, 창원시가 준비한 국화 2천 다발은 1시간 만에 다 소진됐다.
경남도는 이날 양산시 석계공원묘원·솔발산공원묘원, 거제시 충해공원묘원, 남해군 남해추모누리공설종합묘원, 함양군 구룡공설공원묘원 등 경남 다른 지역 공원묘원 5곳에서도 한 곳당 200∼1천 다발씩 국화꽃을 무료로 나눠줬다.
이곳에서도 생화는 금방 동이 났다.
경남도는 성묘 때 플라스틱 조화 대신 생화를 쓰는 문화를 확산하고자 행사를 마련했다.
현장에서 직접 꽃을 나눠준 김보성 경남도 환경정책과 주무관은 "성묘객 대부분이 플라스틱 조화 대신 우리 농민이 키운 생화로 추모의 정을 나누는 데 공감했다"고 15일 전했다.
추석 당일 부산 영락공원으로 성묘를 다녀온 김성욱(36) 씨는 "조화보다 생화를 들고 가는 것이 왠지 더 경건한 마음이 들었다"며 "환경에도 좋아 보여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생화는 빨리 시들지만, 플라스틱 조화는 생화보다 싸면서 성묘 후 무덤에 놔둬도 오래 버틴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대부분 공원묘원에서 플라스틱 조화가 추모용으로 광범위하게 쓰인다.
그러나 플라스틱 조화는 사실상 '꽃 모양 폐기물'이나 다름없다.
플라스틱 조화는 합성섬유, 플라스틱, 철심으로 만든다.
재질을 일일이 분류하기 어려워 재활용할 수 없다.
묻거나 소각해 처리할 수밖에 없는데, 태우면 탄소와 미세 플라스틱 먼지가 발생해 환경을 오염시킨다.
더구나 플라스틱 조화는 외국에서 들여온다.
우리나라가 1년에 수입하는 플라스틱 조화는 2천t 이상이다.
대부분 중국산이다.
대전 국립현충원에서 최근 5년간 버려진 플라스틱 조화는 449t에 이른다.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9월까지 대전 국립현충원 플라스틱 조화 폐기량이 2019년 95t, 2020년 78t, 2021년 108t, 2022년 92t, 올해는 9월까지 76t이나 됐다.
5년간 플라스틱 조화 폐기 비용만 1억4천200만원이 들었다.
공원묘원에서 플라스틱 조화 대신 생화로 추모의 마음을 표시하면 어떨까.
우선 플라스틱 조화 사용에 따른 환경오염도 줄이면서, 우리 화훼농가까지 도울 수 있다.
화훼산업이 발달한 경남 김해시는 지난해 1월 지역 4개 공원묘원,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와 함께 올해부터 전국 최초로 공원묘원에서 플라스틱 조화 사용 금지 정책을 공식 도입했다.
김해에서 시작한 이 정책은 경남, 부산 등 다른 지자체로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전국 상당수 공원묘원에서 생화보다 조화를 더 많이 볼 수 있다.
공원묘원 입구에서 성묘객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사람들도 생화보다는 조화를 더 많이 판다.
김해시는 플라스틱 조화 근절에 국립묘지도 동참해 달라고 국가보훈부에 요청했다.
정치권도 호응했다.
국회의원 10명은 지난 3월 플라스틱 조화를 1회 용품으로 규정하고 사용억제 시설에 공설·법인 묘지를 추가하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생화가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플라스틱 조화보다 비싸고, 삭고 색이 바래지기까지 몇개월을 버티는 플라스틱 조화와 비교하면 햇빛, 비바람에 잘 견디지 못한다.
야생동물이 꽃이나 잎을 뜯어 먹을 때도 있다.
김해시는 생화와 함께 '드라이 플라워'를 추모용으로 제안한다.
드라이 플라워는 '생화를 말린 꽃'을 일컫는다.
염료를 생화에 뿌리거나 줄기를 담가 말려 만든다.
시간이 지나면 시드는 생화보다 훨씬 오래 꽃 모양을 유지한다.
김해시는 지난해 지역 금융기관 협조를 받아 생화 저장고와 함께 드라이 플라워 자판기를 지역 4개 공원묘원에 1대씩 설치했다.
그러나 플라스틱 조화 근절 노력이 별 효과가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공원묘원 플라스틱 조화 금지 정책을 도입한다 해도 밖에서 사 오는 성묘객을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또 다른 장소, 다른 용도로도 플라스틱 조화를 쓰기 때문에 플라스틱 조화 수입 자체를 금지하지 않는 이상 사용을 줄이기는 힘들다는 논리다.
각 지자체 환경 담당 공무원들은 "플라스틱 감소를 위한 노력이 절실한 만큼, 성묘객들이 자발적으로 플라스틱 조화 사용을 줄이는 추모문화 확산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정훈 정다움 장지현 이주형 김도윤 박영서 박재천 김선호 나보배 김선형 신민재 기자)
sea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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