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에 고춧가루?...감기 빨리 낫게 하려면 ‘이렇게’ 해야
그렇게 기승을 부리던 더위가 물러가자 바로 찬바람이 솔솔 불면서 감기 환자가 늘고 있다. 감기라는 단어의 감(感)자는 느낄 감, 일상생활에서 쉽게 “감 잡았어”란 말을 쓸 때의 감이다. 기(氣)라는 것은 어떤 기운을 의미한다. 한 마디로 감기는 ‘어떤 기운을 느낀다’, ‘어떤 기운에 사로잡혔다’라는 뜻이다. 그 기운이라는 것은 우리가 흔히 아는 찬 기운, 즉 한기(寒氣)이다. 내 몸이 차가운 기운과 싸우고 있는 상태가 바로 감기인 것이다. 차가운 기운이 너무 강해서 내가 그 기운에 잡힐 수도 있고 아니면 나의 기운이 너무 약해서 작은 찬 기운에도 감기가 들 수 있다.
감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면역력’
여기에서 말하는 기운은 면역력을 뜻하는데, 몸이 피곤하거나 스트레스가 많을 때는 그만큼 면역력이 약해지며 감기에 잘 걸린다. 특히, 어린 아이들은 어른보다 감기에 더 잘 걸리는데, 이것은 아직 면역체계가 완성되지 않아 유해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아이들은 감기를 더 자주 앓고 약을 먹어도 빨리 낫지 않는다. 열흘 이상 가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두세 달씩 지속되기도 한다. 따라서 아이들이라면 으레 감기도 걸리면서 자라는 것이라고 무심히 생각하면 안 된다.
그런데 사람마다 면역력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스트레스와 피로가 림프구의 활동을 떨어뜨려 바이러스나 암에 노출되는 환경을 만드는데, 사람마다 스트레스나 피로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방부제나 색소 등 화학 첨가물이 든 패스트푸드도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데 한몫 한다. 스테로이드제 역시 항원과 항체 반응을 억제하여 염증을 가라앉히고 가려움증을 완화하는 작용을 하므로 장기간 사용할 경우 면역력이 약해진다.
‘감기는 치료하면 7일 가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일주일 간다’라는 말이 있듯이 감기에 일단 걸리면 약을 먹어도 잘 낫지 않으므로 치료보다는 예방에 신경 써야 한다. 심지어 감기를 방치하면 편도선염, 기관지염, 축농증, 중이염, 천식, 폐렴 등 감기보다 훨씬 심각한 질병으로 전이될 수 있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올바른 식습관과 꾸준한 운동으로 호흡기의 중심인 폐의 기능을 강화하는 데 신경 써야 한다. 그러면 편도선과 코가 튼튼해질 뿐만 아니라 면역력이 강화되어 좀처럼 감기에 걸리지 않는 체질로 바꿀 수 있다.
감기에 좋은 식품은?
감기에 좋은 식품으로는 칡, 유자, 무, 잣, 호두 등이 있는데, 칡을 복용하면 땀을 흘리게 하여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고, 감기의 초기증상인 두통이나 어깨, 목덜미가 뻐근한 증상을 완화해주거나 예방해주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유자는 ‘본초강목’에 의하면 복용 시, 답답한 기운이 가시고 정신이 맑아지며 몸이 가벼워지고 수명이 길어진다고 기록되어 있다. 특히, 다른 과일에 비해 비타민이 매우 풍부하여 식욕촉진이나 감기 예방에 좋은 효능을 보인다. 무에는 비타민 C와 항산화 물질인 베타카로틴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면역력을 높여준다. 잣은 폐가 건조해서 발생하는 마른 기침에 효과적이며, 호두는 오한이 동반된 감기에 좋다.
감기에는 소주에 고춧가루…사실일까?
감기에 걸렸을 때 흔히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서 마시면 낫는다고들 하는데, 일리 있는 말이지만 자칫하면 위장병을 얻을 수 있고 효과 또한 일시적이다. 감기는 찬 기운과 바람 기운이 인체에 침범하여 발생하는 증상이다. 따라서 소주의 더운 기운과 고춧가루의 매운 기운이 열을 발산하는 성질이 있으니 그 열기로 감기의 원인이 된 찬 기운을 내쫓아서 치료한다는 논리로 이런 민간요법이 나온 듯 하다. 물론, 땀이 나면서 일시적으로 체온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이 근본적으로 감기를 낫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 체온을 낮추는 효과는 아주 일시적이고, 그것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사실은 오히려 몸의 컨디션을 떨어뜨려 감기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또 감기에 걸렸을 때 사우나나 찜질방에서 땀을 빼고 나면 감기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또한 주의해야 한다. 사우나나 찜질방에서 땀을 내도 열이 식기는 하지만, 밖으로 나오기 전에는 반드시 찬물로 몸을 식혀 땀구멍을 닫아줘야 한다. 그냥 바로 나오면 활짝 열린 땀구멍으로 찬 기운이 급습하여 감기가 더 악화될 수 있다.
그리고 소주에 고춧가루니 사우나니 이런 것보다는 감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며, 예방에 가장 좋은 방법은 평소 손을 자주, 깨끗이 씻는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 코로나 사태 때 감염 예방을 위해 온 국민이 가는 곳마다 손 소독제로 손을 열심히 닦았던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서효석 원장 (한의사)
서효석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전문가 대표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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