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보약? 가속노화를 앞당기는 수면 부족

서울문화사 2023. 10. 1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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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잠을 잘 자고 있는지, 자는 동안 푹 자는지, 잠들기 전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는지 떠올려보자. 수면 상태와 수면의 질은 가속노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실제로 치매 증상을 걱정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 중 상당수가 스트레스성 수면 문제로 수면제 처방을 받는다고 한다. 수면제는 잠이 드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계속 복용하게 되는데 몇 주 이상 복용하면 수면제 없이는 잠을 이루기 어렵게 돼 수면제에 대한 의존성이 생긴다. 문제는 수면제를 장기간 무분별하게 복용하면 수면의 효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기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약의 부작용을 겪는 상태에서 인지 기능 검사를 해보면 일부는 치매로 진단될 정도의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수면의 양과 질이 부족한 상태에서 불거져 나온 결과만 수면제로 억누르다가 애초에 없던 치매까지 생긴 안타까운 경우도 허다하다.

현대인의 가속노화 원인에는 잠이 문제가 되고 있다. 아니, 수면 부족은 초강력 가속노화 인자다. 수많은 연구를 통해 충분한 수면이 정상적인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수라고 밝혀졌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잠에 인색하고 잠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룻밤을 새우는 것은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 면허취소에 가까운 정도의 집중력 저하를 일으킨다. 이렇게 단기간 극단적으로 수면 시간을 줄이지 않아도 약간의 수면 부족이 일정 기간 누적되면 비슷한 결과를 초래하는데, 예를 들어 10일 동안 하루에 6시간만 수면을 취한 사람은 24시간 동안 잠을 안 잔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집중력을 보인다. 그뿐만 아니다. 수면 부족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키며 심혈관계의 긴장도를 높여 심근경색 같은 질환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높이고 면역력도 떨어뜨린다. 특히 만성 수면 부족은 광범위한 인지 기능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주는데 수면 시간을 줄이면 노년기에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몇몇 연구에 따르면 만성 수면 부족은 치매 발병을 10년쯤 앞당길 수 있다고 한다.

평균 7~7.5시간 이상 자고 있나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2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 고등학생의 평균 수면 시간은 5.8시간이다. 의료기기 회사 필립스가 2021년 ‘세계 수면의 날’을 맞아 수행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일 평균 수면 시간은 6.7시간에 불과하다. 2016년 OECD 통계에서 제시된 회원국 평균 수면 시간인 8시간 22분보다 현저히 짧고 한국인 평균 수면 시간 7시간 51분에 비해서도 많이 부족하다. 수면 부족은 대뇌 기능을 즉각적으로 떨어뜨리며 집중력과 장단기 기억력, 의사 결정의 질에 악영향을 준다. 그 결과는 엔트로피가 매우 높은, 화가 나 있는 상태를 불러일으키고 이는 당연히 몰입이 불가능해지고 과업 수행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업무 스트레스가 배로 증가하며 더 긴 시간 일을 해야만 하는 악순환을 불러일으키는 셈이다.

잘 자기 위한 노력

스스로 적절한 수면의 양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수면 생활을 바로잡는 것부터가 가속노화의 악순환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첫째, 언제 자고 깨는지를 기록하자. 가장 쉬운 방법으로는 스마트폰을 사용해 자신의 수면 시간을 체크해볼 것. 수면 부족을 확인했다면 수면을 보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도저히 수면 시간을 늘리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쪽잠 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평일 수면 부족은 절대 주말에 몰아서 자는 방법으로는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도 기억해둘 것. 둘째, 수면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 값비싼 매트리스, 침구를 구입하는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또 수면제는 잠에 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여주는 것이지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수면제와 술은 렘수면을 방해한다. 꿈을 꾸는 수면인 렘수면과 꿈을 꾸지 않는 비렘수면 모두 고유의 역할이 있는데, 수면 초반부에는 비렘수면의 비중이, 수면 후반부에는 렘수면의 비중이 더 높다. 어느 하나 부족해서는 안 되며 특히 렘수면이 소실되면 인지 기능이 나빠진다. 일상 속 수면장애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가장 먼저 신체 활동량을 늘리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빨리 그리고 깊이 잘 수 있다. 이른 아침과 대낮에 외부 활동을 하면서 햇볕을 많이 쬐면, 낮에 덜 졸리고 밤중 적절한 시간에 자연산 수면제인 멜라토닌이 분비된다. 단, 밤에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면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돼 잠들기 어려우므로 피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7시간이 됐든 8시간이 됐든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수면 시간을 찾아서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

에디터 : 송정은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참고 서적 :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더퀘스트), <노화의 정복>(까치), <늙지 않는 뇌 사용설명서>(도서출판 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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