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가족, LG-두산 '우리가 라이벌이라고?'...경기 전 훈련에서 만나면 어떤 분위기일까 [유진형의 현장 1mm]

유진형 기자 2023. 10. 15.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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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두 팀의 중심에는 김현수가 있다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종목을 막론하고 프로 스포츠 최고의 흥행 카드는 라이벌전이다. 

KBO리그에도 여러 라이벌이 존재하지만 '잠실 한 지붕 두 가족' LG와 두산, 두산과 LG는 특별한 라이벌이다. 두 팀은 개막전 맞대결도 10여 차례 했고, 매년 어린이날 시리즈를 펼치며 라이벌전 이미지가 더 커졌다.

LG와 두산은 모두 잠실구장을 홈 구장으로 사용한다. 그리고 야구장 안에 있는 구단 사무실도 중앙 로비를 기준으로 1루 쪽에는 두산, 3루 쪽에는 LG가 위치해 서로 마주 보고 있다. 구단 사무실 간의 거리가 불과 50m 정도로 아주 가깝다. 물리적으로는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있는 두 팀이지만 심리적인 거리는 생각보다 멀다. 

LG, 두산 양 팀 선수와 코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두 팀이 라이벌이 된 것은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2년 두산의 전신 OB 베어스가 창단한 뒤 충청도에 연고를 뒀다가 1985년 서울로 올라와 동대문구장을 홈으로 사용했다. 그러다가 이듬해인 1986년부터 LG의 전신 MBC 청룡과 두산의 전신 OB 베어스는 잠실구장을 함께 사용하며 '한 지붕 두 가족'이 됐다.

두 팀은 오랜 전통의 라이벌로 과거도 현재도 서로에게만은 절대 질 수 없다는 승부욕이 넘친다. 이는 선수뿐 아니라 구단 직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라이벌 경쟁 구도는 그라운드 안에서 야구를 할 때만이다. 그렇다면 양 팀이 경기 전 훈련 시간에 만나면 어떤 분위기일까.

지난달 29일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는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이날은 두산의 홈 경기로 두산 선수들이 먼저 훈련을 시작했다. 그리고 오후 4시경 LG 선수들이 훈련을 위해 그라운드로 나왔다. 그런데 두산의 타격 훈련이 끝나지 않아 LG 선수들이 배트를 들고 베팅 게이지 옆에서 기다리게 됐다. 

LG, 두산 양 팀 선수와 코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LG 박경완 코치가 두산 이영수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4시 20분까지 두산 훈련이 끝나지 않자, LG 이호준 코치가 "이건 반칙이지"라며 큰 소리로 외치며 두산 김주찬 코치와 고영민 코치에게 장난치며 압박하기 시작했다. 김주찬, 고영민 코치는 이호준 코치에게 다가가 양해를 구하며 미안해했고 이호준 코치는 환하게 웃으며 받아줬다. 

이후 뒤늦게 훈련을 마친 두산 선수들이 LG 선수들에게 다가가 웃으며 사과했고, 양 팀 선수들은 훈련공을 함께 주워담으며 반갑게 인사했다. 하지만 김현수는 달랐다. 끝까지 잔소리하며 두산 옛 동료들에게 장난쳤다. 그만큼 친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장난이었다. 그리고 두산 선수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다.

경기에서는 치열하게 경쟁하는 라이벌이지만 평소에는 둘도 없이 친한 사이가 양 팀이다. 선수도 코치도 서로 돕고 많은 정보를 공유한다. 두산 코치들의 질문을 받은 박경완 코치도 성심성의껏 답해주는 모습이었다. 

김현수가 두산 코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한편 KBO리그 대표 라이벌 양 팀은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적이 없다. 하지만 올해는 한국시리즈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다. 올 시즌 LG는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그리고 두산은 3위로 정규시즌 마무리를 하려 노력하고 있다. 만약 한국시리즈에서 양 팀의 맞대결이 성사된다면 KBO리그 41년 역사상 처음으로 잠실구장에서 모든 경기가 열리는 '더그아웃 시리즈'가 펼쳐진다.

지난 2000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펼쳐진 뉴욕 양키스와 뉴욕 메츠의 '지하철 시리즈'는 44년 만에 펼쳐졌다. 만약 LG와 두산의 '더그아웃 시리즈'가 41년 만에 성사된다면... 야구팬들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LG와 두산 선수들이 훈련 시간이 겹치자 서로 웃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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