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 칭찬에 김형준이 답한, AG 금메달 매치 ‘마지막 볼배합’

안승호 기자 2023. 10. 15.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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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김형준. 정지윤 선임기자



지난 8일 폐막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야구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낸 과정의 하이라이트 중 하이라이트는 결승 대만전의 9회말 마지막 장면이었다.

2-0 리드 속에 1사 뒤 1·2루로 몰렸다. 대표팀 마무리 고우석(LG)은 낮은 보더라인을 파고든 패스트볼이 연이어 볼 판정을 받은 끝에 주자 2명을 내보냈다. 홈런이라도 하나 맞으면 곧바로 메달 색깔도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후속타자는 일본프로야구 세이부에서 뛰는 우넨팅. 고우석-김형준(NC) 배터리는 볼배합을 바꿨다. 슬라이더를 3개 연달아 던졌다. 초구 슬라이더가 볼로 빠진 가운데 또 한번 슬라이더를 선택해 헛스윙을 끌어냈다. 그리고 또 한번의 슬라이더로 타이밍을 빼앗으며 2루수 땅볼 병살타로 최후의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냈다.

김성근 ‘최강야구(JTBC)’ 몬스터즈 감독은 지난주 인터뷰에서 이 장면을 두고 1999년생 젊은 포수 김형준이 변화구 3개를 연달아 주문한 것을 주목했다. 고우석이 후배 사인을 믿고 던진 것을 칭찬하면서도 김형준의 시야에 잡힌 볼배합 변화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지난 12일 잠실 NC-두산전에서 앞서 기자와 마주한 김형준은 당시 볼배합에 대한 물음에 “타자가 빠른 직구에 맞춰 타이밍을 잡는 것 같았다. 헛스윙을 하는 것을 보고는 3구째 슬라이더를 다시 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형준은 이번 대표팀 발탁 과정에서 크게 주목받은 선수 중 한명이다. 기본 25세 이하 선수를 선발 대상으로 하되 29세 이하 와일드카드 3명을 뽑기로 한 이번 대표팀은 당초 와일드카드 한장만큼은 젊은 투수진 전체를 리드할 주전 포수 확보에 쓰는 것이 당연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택은 김형준이었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과 김동수 배터리 코치 등 주요 스태프는 KBO리그 젊은 선수들을 관찰한 것을 토대로 확신있게 김형준을 낙점했다. 아주 쉬운 표현으로 “그 세대에서 가장 잘 한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김형준이 여러 야구인으로부터 칭찬을 받는 것은, 자신의 볼배합에 ‘왜’라는 나름의 이유가 분명히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형준은 결승전 마지막 장면의 볼배합 배경을 두고도 소신 있게 설명했다.

야구인들이 흔히 하는 말로 볼배합에 정답은 없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정답’이 있다면, 타자도 그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포수의 볼배합에는 설명할 수 있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의 김형준(왼쪽)과 문동주. 연합뉴스



야구 경기는 포수 사인으로부터 매장면이 시작된다. 사인 하나하나에 실린 깊이로 경기 수준도 나타나기 마련. 경기 상황, 투수 페이스, 타자 특성 등을 두루 읽어야하는 포수의 시야와 지혜가 곧 볼배합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를 배제하면 야구에서는 그저 던지고 때리고 뛰는 ‘하드웨어의 싸움’만 남게 된다.

‘세대교체’를 화두로 걸고 집결했던 이번 대표팀은 한국야구의 숙제와 희망을 함께 던졌다. 긍정 신호 중 하나가 새로운 포수들이 등장할 계기가 마련된 점이었다. 올시즌 KBO리그 10개구단 주전 포수 중 ‘막내’가 1992년생인 유강남(롯데)이다. NC 또한 주전포수 박세혁과 함께 안방을 끌어갈 특급 포수 유망주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지금 한국야구는 포수에 목마른 시간이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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