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해내는구나”…360억개 약물을 1만5000여개 인간 단백질에 적용했더니 [사이언스라운지]
지난 2020년 구글 딥마인드의 또 다른 AI 알파폴드(AlphaFold)가 단백질의 3D 형태를 높은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이후 과학자들과 제약 업계는 오픈소스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사용해 더 빠르고 저렴하게 약물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기대에 부풀어 있다.
알파폴드는 질병 등 생명 현상과 직접적 관련이 있지만 그 실체는 베일에 싸여 있는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는 AI다. 레고블록을 쌓듯 아미노산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각각의 단백질은 고유의 접힌 구조를 띠는데 이를 단백질 접힘이라고 부른다. 알파폴드의 ‘폴드’는 이 같은 단백질 접힘(folding)에서 따온 것이다. 지난 8월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위치한 바이오택 업체인 리커전은 “알파폴드가 구조를 예측한 1만5000개 이상의 인간 단백질에 360억 개의 잠재적 약물 화합물이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 계산했다”라고 발표했다.
리커전 공동 창업자인 크리스 깁슨은 “많은 사람들이 분자가 단백질과 결합하는 방식을 예측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많은 예측을 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단백질 구조를 알아내는 일은 쉽지 않다. 단백질 구조가 쉽게 무너지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 과정을 자물쇠 구조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무수히 많은 열쇠를 일일이 끼워보는 상황에 비유한다면,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는 것은 자물쇠 구조를 이해하는 것과 같다. 자물쇠 구조를 이해할 수 있다면 그만큼 자물쇠를 풀 수 있는 열쇠(신약)를 빨리 만드는 일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들에도 알파폴드가 신약 개발에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모두가 낙관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는 “알파폴드는 정말 신약 발견의 차세대 기술이 될 수 있을까”라는 주제의 분석기사를 다뤘다.
이 기사에서 마샤 카렐리나 스탠퍼드대 생물물리학자는 “알파폴드와 같은 모델은 단백질 구조를 잘 예측하지만, 이를 신약 개발에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파폴드가 많은 양의 데이터를 제공하지만 이 품질에 대해서 아직 확신하지는 못한다는 의견도있다. 최근 리커전의 발표도 ‘양적으로’는 인상적인 결과를 가져왔지만 ‘모델이 결합을 정확하게 예측했는지’에 대한 실험실 검증 데이터가 함께 제공되지는 않는다. 또한 계산된 상호작용은 ‘실험적으로 결정된 단백질 구조’가 아닌 ‘예측된 단백질 구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신약 개발자가 가장 강력한 결합이 발생될 수 있는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필요한 원자 수준의 해상도를 포함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다른 과학자들은 예측된 상호작용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오히려 신약 개발 비용과 시간이 지연되는 결과가 나타날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알파폴드를 비롯한 AI들이 신약 개발 분야에서 완전한 ‘게임 체인저’가 되기위해서는 제대로 된 검증이 되어야한다는 게 학계와 제약계의 판단이다. 미국 케임브리지 소재의 매사추세츠 공과대 수학자인 보니 버거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리커전과 같은 회사들은 방법이나 결과를 완전히 공유하지 않고 예측을 하는 등 투명성이 부족하다”며 “리커전 뿐 아니라 이 분야 모두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버거 박사에 따르면 업계에서 검증을 하고 있따고 하더라도 해당 데이터가 학계나 외부에 공유가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버거 박사는 “만약 알파폴드를 세상에 알린 것과 같은 대회가 열린다면 신약 개발을 촉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업계의 방법을 더 많이 조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언급한대로 알파폴드는 2020년 격년으로 열리는 단백질 구조 예측 비판적 평가(CASP) 경연대회에서 우승하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대회는 ‘실험적으로 구조가 결정되었지만 아직 공개되지는 않은 단백질 세트’에 대한 예측 모델을 테스트 하는 대회였다.
쇼이쳇 박사는 “알파폴드와 같은 모델을 신약 개발에 활용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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