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 장기화 충격에 대비하라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 2023. 10. 15.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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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금리 상승으로 국제 금리도 동반 상승세…先 장기채권 편입, 後 떨어진 주식 및 부동산 매입해야

(시사저널=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

9월20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전망 자료가 공개된 이후 미국 국채 금리뿐 아니라 국제 금리도 동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 국고채 금리 역시 상승했고,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며 원-달러 환율도 크게 올랐다. 고금리, 고환율,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해 고물가가 장기간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먼저 미국의 통화정책부터 살펴보자. 9월 FOMC는 5.25~5.50%의 페더럴펀드 금리 목표를 유지했지만, 3개월마다 공개하는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다. 2024년 페더럴펀드 금리 전망치가 지난 6월 4.5~4.75%에서 9월 5~5.25%로 3개월 사이에 0.5%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현재의 고금리가 내년까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신호를 준 셈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7월26일 워싱턴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AP 연합

내년부터 기준금리 내려간다고?

미국 국채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지표금리인 10년물은 9월20일 4.35%에서 10월3일 4.80%까지 급등했고, 20년물은 4.63%에서 5.12%, 30년물은 4.50%에서 4.92%까지 올랐다. 반면, 목표금리와 유사하게 움직이는 1년물은 9월20일 5.47%에서 10월3일 5.49%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장기금리만 상승하면서 수익률 곡선은 다소 평평해진 모습이다. 금리 동결에도 장기금리가 크게 오른 것은 여러 해석을 낳게 한다. 물론 일차적으로는 FOMC 위원들이 생각하는 기준금리, 즉 통화정책 전망이 달라진 점을 반영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기준금리가 상당히 내려가고 그에 따라 채권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그동안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FOMC 금리 전망 자료 공개 이후 기대감이 줄어들면서 장기물을 중심으로 매도가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통화정책 전망의 변화 외에 장기국채에 대한 요구 수익률이 높아진 점도 시장 변화의 중요한 원인으로 거론된다. 단기에 비해 장기로 갈수록 금리 상승에 따른 가격 하락,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실질가치 하락, 재정 악화에 따른 채무불이행 등의 위험이 커진다. 이들 위험의 보상으로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이 주어지는데, 이게 높아져 금리가 상승했다는 해석이다. 요컨대 만기가 짧은 단기에 비해 만기가 긴 장기에서 오는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기간 프리미엄과 이를 반영한 장기금리가 상승한다.

그렇다면 기간 프리미엄이 상승한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요소 중 하나인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졌다는 증거는 별로 없다. 뉴욕 연준(FRBNY)이 산출하는 1년, 3년, 5년 후 기대치는 모두 8월까지 하락세거나 별 변화가 없었다. 결국 프리미엄 상승 원인은 미국 재정 위험의 증가 또는 국채 수급의 악화라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올해 5월 정부 부채 한도 확대 협상 난항과 8월 피치사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9월 예산 갈등으로 인한 하원의장 해임과 연방정부 셧다운 논란 등이 그것이다. 미국 국채 10년물이 4월초 저점(3.29%)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원인이 무엇이든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은 국채 간 대체효과와 국제 자본 이동을 통해 주요 국가들의 국채 금리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유럽 국가 중 재정이 취약한 이탈리아의 국채 10년물의 경우 9월20일 4.45%에서 4.92%까지 올랐다. 국채 10년물의 1% 상한 정책을 시행 중인 일본중앙은행(BOJ)의 경우 금리 상승을 제어하기 위해 매수 시장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국고채 3년, 10년물은 9월20일 3.89%, 3.97%에서 10월4일 4.10%, 4.35%로 각각 상승했다. 미국 금리 상승으로 인해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원화 가치도 크게 하락했다. 원화 가치와 반대로 표시되는 원-달러 환율은 9월20일 1333원에서 10월3일 1360원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엔-달러 환율은 150엔을 돌파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이제까지 미국과 약 2%포인트의 기준금리 차이를 유지하며 물가 안정, 금융 안정, 경제성장의 조화를 추구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경제 주체들은 미국 소비자물가 동향에 주목하며 언제쯤 정책 전환이 이루어질 것인가에 관심을 기울였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에서 벗어나면 좀 더 안정적인 경제활동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만약 물가가 안정되고 통화정책이 긴축에서 완화로 돌아선다고 해도 미국 장기금리와 국제 금리가 하락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 될까. 고금리가 장기화하면 과다부채를 버티지 못하는 정부, 기업, 가계가 늘어날 것이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과정에서 지출 감소와 자산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다. 매우 암울한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의 일본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주요 국가들의 통화 당국이 했던 것처럼 시장에서 직접 국채를 매입하면 해결될까. 만약 그렇게 한다면 재정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더 악화할 수 있는데, 가능한 옵션인지는 모르겠다. 통화긴축에 이어 재정긴축이 불가피하다면 경기 침체는 불가피하고, 경제적 고통은 길어지며 더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울 여의도 KRX한국거래소 직원이 환율 등의 지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 주체의 자산 격차도 더욱 벌어질 전망

따라서 고금리에 대응한 경제 주체 전반의 부채 감축이 필요해 보인다. 그 이면은 자산 감축과 지출 축소다.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자산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성장과 소득 증대, 그리고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부채 감축이다. 선순환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신수요, 신성장, 글로벌라이제이션 같은 모멘텀이 필요하다. 이게 가능할까.

자산 운용의 관점에서는 모든 상황이 기회다. 은행예금이든 국채 단기물이든 안정적인 고금리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장기금리가 충분히 오르면 매우 싼 장기채권을 편입하고, 충분히 떨어진 주식이나 부동산을 여유를 갖고 사들이면 된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언제나 그렇듯이 소수의 몫이다. 자산 격차, 빈부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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