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소송 제기 3년 7개월 지났는데…헌재 결정 왜 늦어지나

기민도 2023. 10. 1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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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기후소송' 심리에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청소년 기후소송을 대리하는 '플랜 1.5'의 박지혜 변호사는 "헌법재판소가 있는 독일에서 1년 2개월 만에 결정이 나왔는데, 우리나라가 특수하게 더 시간이 걸려야 하는 여건인지 의문"이라며 "최근 해외 선례와 국가인권위원회의 위헌 의견 표명 등을 고려하면 헌재가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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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파급 효과 크기 때문에 심리에 상당한 기간 소요”
독일은 1년 2개월, 미국 몬타나주 3년 5개월 걸려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19명 원고들이 2020년 3월13일 기후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있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헌법재판소가 ‘기후소송’ 심리에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소송이 제기된 지 3년 7개월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헌법재판은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유다. 청구인 쪽은 기후위기에 대응할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며 결정이 더 늦춰져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헌재는 13일 기후위기 관련 재판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를 묻는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질의에 “헌법재판은 ‘대세효’가 있어 그 파급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선진외국의 헌법재판판례 및 입법례, 국내외의 연구자료 수집·분석, 관련 기관의 의견 취합 등 소정의 절차를 거친 후 신중한 결론을 도출해야 하므로 기본적으로 심리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는 답변서를 보냈다. 대세효는 해당 판결의 효력이 원고와 피고뿐만 아니라 제3자에게도 미치는 것을 의미하는 법률 용어다.

헌재는 또 “재판부에서도 관련 사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다는 점을 인지하고 보다 신속한 결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과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가 지난 7월6일 ‘제1차 국가 탄소중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대한 헌법소원을 내기에 앞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치하는엄마들 제공

2020년 3월13일,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활동가 19명이 이른바 ‘청소년 기후소송’을 제기한 것을 시작으로, 헌재에는 지금까지 청소년·어린이·태아를 청구인으로 하는 기후소송 헌법소원 6건이 제기돼 있다. 청소년 단체 등은 관련 법령·법정계획 등에 담긴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불충분해 미래세대를 포함한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지난달 20일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주도한 헌법소원은 기후 관련 위험과 대응, 전략 등의 정보를 공개하는 기후공시를 의무화하지 않아 시민의 환경권을 위협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헌재는 청소년기후행동이 위헌 확인을 청구한 지 딱 2년 만인 지난해 3월13일 전자헌법센터를 통해 ‘쟁점이 많고 사안이 복잡하여 심층적으로 이해 중’이라는 심리 진행 상황 고시를 게시한 이후 지금까지 소송 진행 상황을 알린 바 없다. 이에 법조인 215명은 기후소송이 제기된 지 3년을 맞은 지난 3월13일 헌재에 빠른 결정을 촉구하는 서명을 전달한 바 있다.

기후환경단체 등은 외국 법원들의 사례를 들어 헌재가 심리를 더 지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과 소송 형식이 가장 비슷한 독일 연방 헌법재판소의 경우, 소송이 제기된 지 1년 2개월 만인 2021년 4월29일 독일 기후변화대응법 일부 위헌을 결정한 바 있다. 독일 정부는 이후 기후변화대응법을 개정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1990년 대비 55%에서 65%로 상향 조정하고, 탄소중립 목표 시기를 2050년에서 2045년으로 앞당겼다. 미국 몬태나주 청소년 16명이 한국 청소년 기후소송과 같은 날(2020년 3월13일) 제기한 ‘기후소송’도 3년 5개월 뒤인 지난 8월14일 주 법원에서 승소했다.

미국 몬태나주 정부를 상대로 기후소송을 제기한 원고들이 지난 6월 20일(현지시각) 헬레나에 위치한 루이스클라크카운티 법원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AP 연합뉴스

청소년 기후소송을 대리하는 ‘플랜 1.5’의 박지혜 변호사는 “헌법재판소가 있는 독일에서 1년 2개월 만에 결정이 나왔는데, 우리나라가 특수하게 더 시간이 걸려야 하는 여건인지 의문”이라며 “최근 해외 선례와 국가인권위원회의 위헌 의견 표명 등을 고려하면 헌재가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8월21일 탄소중립기본법과 시행령에서 정한 탄소 감축 목표치가 낮고 2031년 이후 감축 목표가 없어 ‘위헌’이라는 의견을 헌재에 제출했다.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아무리 좋은 결정을 내린다고 한들 늦어지면 소용이 없는 일이 될 수도 있다”며 “헌재가 이제는 분명한 역할을 해야 할 시기”라고 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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