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젤, 소송 리스크 털고 '차석용 매직' 다시 쓴다 [Why 바이오]

김병준 기자 2023. 10. 15.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취임 6개월만에 사업확장 행보
LG생건서 68분기 연속 흑자 이뤄
휴젤서 '차석용 매직' 통할지 주목
美 ITC, 지난달 21일 이후 증거조사절차 개시
메톡 소송 대리인, 1호 영업 비밀 소송서 철회
행정 판사 수용시, 균주 문제 소송에서 빠질듯
균주 제외되면 공정 도용 여부가 핵심 쟁점 돼
[서울경제]

취임 6개월을 맞은 차석용 휴젤(145020) 회장이 본격 사업 확장 행보에 나선다. LG생활건강 재직 시절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주도하며 ‘차석용 매직’을 써낸 차 회장이 에스테틱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도 일부 청신호가 확인되며 소송 리스크를 일정 부분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사실은 주식 시장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되며 휴젤의 주가는 급등했다.

LG생활건강 이끈 차 회장···휴젤에서 사업 확장 시동

14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휴젤은 최근 미래사업실 산하에 10명 내외 규모로 신사업전략팀을 꾸린 것으로 전해졌다. 신사업전략팀에는 컨설팅 회사 출신 인물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팀은 에스테틱 분야 기업들을 중심으로 후보 기업들을 물색하고 M&A를 추진한다. 휴젤 내부에서는 필러·봉합사 전문 기업 등이 M&A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휴젤의 사업 전략에 대해 “LG생활건강을 크게 성장시킨 차 회장의 방향으로 보인다”며 “기존 사업과 함께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을 인수하며 에스테틱 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차 회장이 휴젤에서도 ‘차석용 매직’을 다시 써낼지 주목하고 있다. 차 회장은 LG생활건강에서 2005년부터 18년간 대표를 지냈다. 17년 동안 매 분기 연속 매출과 영업이익 신장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매출은 2005년 1조 원대에서 2021년 8조 원 이상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00억 원대에서 1조 2000억 원대로 키웠다. 또 코카콜라음료를 시작으로 더페이스샵·해태음료 등을 인수했다.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총애를 받았던 차 회장은 지난해 중국 시장 봉쇄 여파 등으로 어려움을 겪자 대표직 사임을 용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생활건강 재직 당시 여러 M&A를 주도했던 만큼 차 회장에게는 ‘M&A의 귀재’ ‘차석용 매직’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10대 그룹 계열사 가운데 ‘역대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라는 타이틀도 보유한 차 회장은 LG생활건강 외에도 한국P&G 총괄사장, 해태제과 대표 등으로 업계에서 경영 역량을 입증받았다. 휴젤의 한 관계자는 “차 회장이 에스테틱 분야는 물론 다양한 산업계를 넘나드는 사업적 인사이트를 갖고 있는 만큼 휴젤의 글로벌 성장을 이끌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고부가가치 에스테틱 산업···영업이익률 30% 넘어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보툴렉스. 사진 제공=휴젤

에스테틱 분야는 미용에 대한 관심과 함께 성장 가능성이 큰 유망 산업으로 분류된다. 휴젤은 지난해 매출 2816억 원, 영업이익 1024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21.5%, 7.2% 증가한 수치로 성장세를 입증했다. 특히 시장에서는 휴젤이 36%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휴젤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 ‘보툴렉스’와 함께 HA필러·봉합사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3월 보툴리눔 톡신 최대 시장인 미국에도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휴젤은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품 최초로 중국·유럽·호주 현지 시장에 출시했으며 지난해 6월에는 캐나다에서 품목 허가를 받았다. HA필러는 최근 덴마크·헝가리 시장에 진출하며 유럽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독일·영국·스페인 지역의 매출은 지난해 대비 각 176%, 23%, 39%씩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상반기에는 폴리디옥사논(PDO) 봉합사 브랜드 리셀비를 통해 태국 시장에 진출했다. 휴젤은 올 3월 태국 식약청(TFDA)에서 리셀비 10개 제품에 대한 허가를 획득했다. 휴젤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가 태국 시장에서 점유율 50%를 달성한 만큼 봉합사 마케팅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휴젤은 2020년 제이월드의 지분을 인수하며 보툴리눔 톡신, HA필러, 리프팅 실을 모두 생산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스타트업과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도 추진하고 있다. 휴젤은 △에너지 기반 미용의료기기 △차세대 필러 및 스킨부스터 △코스메슈티컬 등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 중이다. 또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기술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바이오 특화 운영사로 선정된 후 현재까지 10개 벤처기업을 지원한 바 있다.

“영업 비밀(Trade Secret) No.1 빼자”···휴젤 주가 급등

ITC는 자료 제출 기한인 지난달 21일 이후 증거조사절차에서 휴젤의 ‘메디톡스 영업 비밀(Trade Secret) No.1’ 파기 신청에 대해 5쪽 분량의 자료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메디톡스 소송 대리인 측은 ITC에 “핵심 쟁점을 좁히기 위해 Trade Secret No.1을 다루는 것을 철회하겠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대웅제약(069620)과 소송전에서 균주와 공정 문제가 ‘Trade Secret’으로 다뤄진 만큼 ‘Trade Secret No.1’을 보툴리눔 톡신 균주 문제로 보고 있다. ITC 행정 판사가 메디톡스 측 입장을 수용할 경우 이번 휴젤과 소송전에서 균주 문제는 제외된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3월 휴젤이 균주를 훔쳤다며 ITC에 제소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전문위원회를 열고 양사 균주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자료 반출을 승인했다. 보툴리눔 톡신은 국가가 관리하는 자원으로 해외 반출시 산업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 ITC 증거 제출 기한은 지난달 21일로 양사 자료 제출 이후 본격적인 증거조사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디톡스와 휴젤 측은 이에 대해 자료 조정 과정이라고 말을 아꼈다. 다만 업계 한 관계자는 “영업 비밀에 대해 철회한 것 자체가 이번 소송에 흠집이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균주 문제가 다뤄지지 않게 되면 공정 도용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된다. 균주와 공정 문제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소송전에서도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ITC는 앞서 두 제조사 균주의 유전자가 상대적으로 유사하다는 점을 근거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를 도용했다고 봤다. 다만 최종적으로 균주는 영업 비밀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공정 기술을 침해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휴젤은 자체 특허 공정으로 알려져 있다”며 “양사 간 합의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균주 문제가 제외될 경우 국내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ITC는 균주에 대해 영업 비밀이 아니라고 판결했지만 국내 민사 1심 판결에선 대웅제약 균주가 메디톡스 균주에서 유래했다며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를 포함한 대웅의 보툴리눔 균주 제제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했으며 균주를 메디톡스에 인도하고 이미 생산된 제품에 대해선 폐기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휴젤로선 균주 문제가 제외될 경우 국내 소송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ITC에서 공정 도용 여부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나면 미국 시장 공략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휴젤은 이르면 내년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보툴렉스 허가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주식 시장에서 9월 27일 종가 기준 12만 5000원이었던 주가가 13일 종가 기준 14만 3400원까지 약 2만 원 가량 급등했다. 증권가에선 불확실성 일부 해소된 것으로 분석했다.

◇Why 바이오 코너는 증시에서 주목받는 바이오 기업들의 이슈를 전달하는 연재물입니다. 주가나 거래량 등에서 특징을 보인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해 시장이 주목한 이유를 살펴보고, 해당 이슈에 대해 해설하고 전망합니다. 특히 해당 기업 측 의견도 충실히 반영해 중심 잡힌 정보를 투자자와 제약·바이오 산업 관계자들에게 전달합니다.

김병준 기자 econ_jun@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