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2구 압도적 1위' PS 일등공신 누가 부정할까…"가을에도 어떤 상황이든"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정해진 건 없는데, 가을에도 어떤 상황이든 나가서 (양)의지 형 사인 내는 대로 던져야죠."
두산 베어스 필승조 김명신(30)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하는 세이브를 챙긴 뒤 활짝 웃었다. 김명신은 14일 잠실 LG 트윈스전 3-2로 앞선 9회말 무사 1, 2루 위기에 등판해 1이닝 12구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를 지켰다. 2017년 두산에 입단해 프로에 데뷔한 지 7년 만에 달성한 값진 세이브였다.
타구 3개가 모두 외야로 뻗어가면서 가슴 철렁했던 것은 사실이다. 김명신은 일단 첫 타자 오스틴 딘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한고비를 넘겼다. 좌익수 왼쪽으로 휘면서 안타가 될 것처럼 보였는데, 좌익수 조수행이 빠르게 타구를 쫓아가 낚아챘다. 이후 오지환을 우익수 뜬공, 문보경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경기를 끝냈다. 오지환과 문보경의 타구 모두 담장 앞까지 뻗어 갔으나 마지막 순간 외야수들의 글러브에 걸렸다.
김명신은 "첫 타자 오스틴은 안타인 줄 알았고, 2개는 홈런인 줄 알았다. 생각보다 공이 멀리 안 가서 기분 좋았다. 이렇게 말해도 되나 싶은데 어차피 내 주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막으면 잘한 것이고, 점수를 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의지 형 사인 내는 대로 최선을 다했다. 의지 형 리드가 기가 막혔다"고 되돌아보며 활짝 웃었다.
김명신은 이승엽 두산 감독의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한 세이브를 챙긴 것과 관련해 "학연, 지연이 있기 때문에 학교를 잘 나와 인연이 된 것 같아 뜻깊다. 중요한 순간 팀이 마지막에 순위 싸움을 하는 데 힘이 된 것 같아 기분 좋다"고 답하며 웃었다. 이 감독은 김명신의 경북고 대선배다.
덕분에 두산은 2021년 이후 2년 만에 가을야구 초대장을 품었다. 시즌 성적 74승65패2무를 기록하면서 6위 KIA 타이거즈의 트래직넘버 1을 지웠다. 두산은 이날 승리로 SSG 랜더스(74승65패3무), NC 다이노스(74승65패2무)와 함께 공동 3위에 올랐다. 정규시즌 3경기를 남기고 치열한 3위 쟁탈전의 서막이 열린 것. 두산은 일단 남은 경기에서 모두 이겨 가능한 높은 순위에서 포스트시즌을 맞이하는 것으로 목표를 재설정했다.
두산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KBO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차례 우승(2015, 2016, 2019년)을 차지하며 왕조를 구축했다. 그러다 지난해 구단 역대 최저 순위인 9위로 추락하면서 선수단 모두 자존심이 상했던 게 사실이다. 구단은 이승엽 감독을 새로 선임하면서 분위기 쇄신을 시도했고, 이 감독 부임 첫해부터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일단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김명신은 이날 세이브를 포함해 두산이 올 시즌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공을 세운 불펜투수다. 올 시즌만 공 1432개를 던져 구원투수 가운데 압도적 1위에 올랐다. 2위 노경은(SSG, 1389구)과 43개차다. 경기 수는 5위(69경기), 이닝은 3위(78⅓이닝)다. 두산 내에서는 투구 수와 경기 수, 이닝 모두 압도적 1위다. 두산 투수 조장 홍건희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김)명신이는 정말 지금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했을 정도로 기여도가 높았다.
김명신은 흔히 필승조의 필수 덕목으로 여기는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는 아니다. 직구 구속이 140㎞ 초반대로 형성돼 느린 편이지만, 구위를 이겨낼 만큼 정교한 제구력이 큰 강점이다. 포수 양의지가 미트를 대는 곳마다 정확하게 공을 꽂으면서 타자들과 싸워 나간다. 볼넷 주는 투수를 가장 싫어하는 이 감독에게 김명신은 최고의 투수였다. 이 감독의 믿음이 곧 경기 수와 투구 수, 이닝으로 나타난 셈이다.
구위로 윽박지르는 투수가 아니기에 자연히 세이브 상황에 나설 일도 거의 없었다. 이날이 프로 데뷔 2번째 세이브 기회였다고. 첫 기회는 지난 2021년 9월 1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서 얻었는데 최원준에게 홈런을 허용하는 바람에 패전을 떠안았다. 아울러 당시 두산 좌완 최초 100승에 도전하던 유희관의 승리까지 날려 스스로 충격이 더 컸다.
김명신은 "공이 빠른 투수가 아니라 그런지 기회가 많이 없었다. (유)희관이 형 100승을 놓쳤을 때 그때 한번 기회가 있었고, 이번이 2번째다. 그때 기억도 났는데, 이번에는 해보자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시즌 내내 많은 공을 던진 만큼 지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8월 평균자책점이 4.11가지 치솟았을 정도로 한여름에 고비가 찾아오긴 했다. 그래도 꾸역꾸역 버티면서 임무를 해 나갔다. 9월 이후에만 12홀드를 챙기면서 개인 한 시즌 최고인 24홀드를 달성했다. 종전 기록은 지난해 10홀드였다.
김명신은 "시즌을 치러보니까 내 공이 좋다고 잘 던지고, 공이 안 좋다고 못 던지는 게 아니더라. 흐름이 다 있고, 코너워크나 볼 배합을 신경 써야지 컨디션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결과가 안 좋았을 때는 힘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타자들이 더 잘 치고, 잘 대비한 결과라 생각한다. 힘이 떨어질 수는 있었지만, 문제가 되진 않았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김명신은 3위 쟁탈전을 펼치는 마지막 순간까지 필승조로 중용될 전망이다. 가을 무대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확실한 마무리투수가 없는 상황이라 더더욱 그렇다. 마무리투수로 시즌을 맞이했던 홍건희가 기복이 심해지면서 8월 중순부터 보직을 내려놨고, 바통을 이어 받았던 정철원은 블론세이브 9개를 기록할 정도로 최근 안정감이 떨어져 역시나 마무리 자리를 내려놨다. 이 감독은 일단 남은 시즌은 상황마다 좋은 투수를 올려 경기를 틀어막아 보겠다고 했다. 김명신을 비롯해 김강률, 박치국, 이영하 등이 함께 뒷문을 단속하는 부담을 나눌 예정이다.
두산 선수단은 2년 만에 가을야구에 복귀한 기쁨을 만끽했다. 김명신은 "작년에 9위를 하고 마무리캠프를 할 때 다른 팀들이 야구하는 것을 봤다. 우리는 항상 했던 거라 (가을야구를 안 하는 게) 와닿지 않았는데, 다른 팀들이 하는 것을 보니까 느낌이 다르더라. 내년에는 다시 해야겠다고 팀원들과 그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고, 거기에 내가 일조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이야기했다.
포스트시즌 무대에서도 김명신은 팀을 위해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정해진 것은 없는데, 어떤 상황이든 나가서 의지 형 사인 내는대로 던지겠다. 나는 의지 형이 사인을 내면 고개를 절대 흔들지 않는다. 사인을 내는 대로 구석구석 던지겠다. 그동안은 (승부가) 기울어졌을 때만 던졌던 것 같다. 중요한 경기에는 나도 느끼지만, 공에 힘이 있는 투수들이 잘 통하는 것 같아 그게 걱정이긴 하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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