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주민이 날 지켜줘"…반려견 산책하던 견주는 '순찰 중'
"어디에 폐가가 있고 경사진 도로가 있고 우범 청소년들이 있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누구일까요. 마을 주민들이죠. 안전한 동네를 만들려면 주민들 참여가 가장 중요해요."
지난 11일 서울 중구 무교동 한 사무실에서 만난 김성섭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장은 자치경찰제도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부여하고 지방 현안에 맞는 맞춤형 치안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2021년 7월1일 도입됐다. 자치경찰제는 경찰 사무 중에서도 지역 주민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생활안전(아동·청소년 포함), 교통, 지역경비 등을 담당한다.
그는 자치경찰제의 의의로 주민이 만드는 동네치안, 효율적인 업무 체계 등을 꼽았다. 김 사무국장은 "자치경찰은 지역 특색에 맞춰 치안 활동을 할 수 있고 지자체와 협의해 빠른 업무 처리도 가능하다"며 "주민들이 동네 치안에 관심을 갖도록 독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반려견 순찰대, 대학생 순찰대 등이 있다.
반려견순찰대는 반려견과 견주가 동네를 산책하는 과정에서 위험 요소 등을 발견하면 신고하는 동네 순찰 활동이다. 긴급안심비상벨, 가로등, 보안등 등 범죄 예방 시설물 점검 외에도 음주운전자 신고, 주취자 조치 등 다양한 치안 활동을 한다. 올해 2회째인 반려견순찰대는 상반기 719팀, 하반기 200여팀이 모여 총 1000여팀이 활동하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반려견 순찰대 참여자의 80%가 MZ세대였다"며 "평소 치안활동에 무심했던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동네 치안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9월에 진행된 범죄예방 시설물 집중점검 기간엔 안전 신고가 200여건 접수됐다. 최근 한 견주는 반려견과 산책하는 과정에서 술에 취한 여성을 발견에 119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대학생 순찰대는 최근 대학가에 성범죄와 불법 촬영, 안전 사고 등이 발생하는 것과 관련해 대학생들이 직접 순찰 활동에 나서는 것이다. 김 사무국장은 "학문의 상아탑이라고 불리는 대학 캠퍼스에 경찰들이 매번 상주할 수 없어 치안 공백이 있었다"며 "'우리 학교는 우리가 지키자' 슬로건을 내걸고 대학생 순찰대가 출범했는데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자치경찰제 도입 이후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자치경찰제 이전에는 경찰청이 하달하는 치안 정책을 각 지역 시도 경찰서에서 그대로 수행하다 보니 지역 특색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예산을 마련하려고 해도 지방경찰청 심사, 경찰청 소관 부서 심사, 경찰청 예산 부서 심사, 기획재정부 심사, 국회 심의 등 여섯 단계를 거쳐야 했다.
자치경찰제 도입 이후에는 관내 지역 기관들의 유기적인 협력이 가능해졌을 뿐만 아니라 예산 심사 단계도 대폭 축소됐다. 지금은 경찰서 보고, 시도 경찰청 심사, 시도 심의 등 세 단계를 거치면 된다. 김 사무국장은 "지난해에는 서울시 금천구의 한 초등학교 진입로에 인도와 차도 구분이 안돼 민원 신고가 있었다"며 "서울 도시교통실, 서울청 교통지도부, 도로교통안전공단, 녹색 어머니회, 모범운전자회, 학교 관계자 등이 모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학교 앞에 10㎝ 가량 도보 턱을 높였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안전한 마을을 만들려면 시민들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유럽은 노인들이 창가 쪽 베란다에 앉아 노상강도나 자동차 접촉 사고, 성희롱, 절도 등을 지켜보는 '창변 경찰'이 있다"며 "'어디서 누군가 나를 지켜본다' '누군가 나를 지켜준다'는 생각 때문에 상당히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또 "우리 주변 곳곳에서 발생하는 모든 범죄 요소, 취약 요소 그리고 생활 민원 등을 신고해주면 우리 사회는 촘촘한 신고망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이상동기 범죄 등 여러 범죄를 예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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