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보인 빈 좌석, 역대급 흥행 기록 이어가던 'V리그의 위기'...프로배구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인천 유진형 기자] 2005년 출범 이후 오랜 기간 '겨울 스포츠의 꽃'으로 불렸던 V리그가 14일 개막했다. 6개월의 대장정에 돌입한 프로배구지만 이번 시즌은 고민이 많다.
최근 몇 년간 프로배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악재 속에서도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할 만큼 최고의 겨울 스포츠였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의 여자배구 4강 신화와 '배구 여제' 김연경의 국내 복귀로 배구 인기는 화룡점정을 찍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여자배구는 2022년 2023년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동네북으로 전락하며 2년간 1승도 챙기지 못했다. 남자배구는 더 심각하다.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지컵에서 3위에 그쳐 2024 VNL 참가 자격조차 얻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끝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남녀 대표팀 모두 악몽 같은 경기를 펼쳤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그간의 참패를 만회할 마지막 기회였지만 보고 있기 민망할 정도의 결과를 가져왔다. 남자 대표팀은 조별 예선에서 인도에게 패한 뒤, 12강에서 파키스탄에 셧아웃 패배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여자대표팀은 그동안 한 수 아래로 평가하던 베트남에 충격의 패배를 당한 뒤 중국에 패하며 조기 귀국했다. 결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후 남녀 대표팀 감독 둘 다 물러났고 대한배구협회는 성적 부진에 대해 사과했다.
선수들의 연봉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국제 경쟁력을 잃은 한국 배구는 위기를 맞았다. 국제대회에서 연이어 실망감을 안긴 남녀배구가 위기 속 프로배구 V리그 개막을 맞았고 팬들의 반응은 예전같이 않았다. 14일 열린 남녀부 개막전 모두 매진에 실패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위기를 잘 극복해 보자며 서로를 격려했다. 1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개막전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경기에서 그랬다. 경기 전 양 팀 선수들이 코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현대캐피탈 허수봉은 대한항공 코트로 넘어가 따뜻하게 포옹하며 반갑게 인사했다. 특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함께 뛰었던 김규민과는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는 현역 최고의 세터로 꼽히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함께 갔던 한선수가 허수봉에게 한국배구 잘해보자며 격려했다.
양 팀 선수들은 승패를 떠나 항저우의 아픔을 잊고 V리그에서 발전된 기량으로 최선을 다해 팬들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현재 한국배구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프로배구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
[양 팀 선수들이 경기 전후 반갑게 인사하며 최선을 다하자며 서로를 격려했다 / 한국배구연맹(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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