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엔 돈 주고 사서 봤는데…KBO 48승→ML 48승 대반전, 이젠 직접 마운드에 선다
[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불과 1년 전만 해도 직접 입장권을 구입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는데 이제는 당당히 마운드에 선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주축 선발투수 메릴 켈리(35)의 이야기다. 켈리는 KBO 리그에서 뛰었던 경력을 발판 삼아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역수출 신화'의 주인공.
2019년 애리조나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무대에 데뷔, 183⅓이닝을 던져 13승 14패 평균자책점 4.42를 남긴 켈리는 단축 시즌으로 치러진 2020년 31⅓이닝을 소화하며 3승 2패 평균자책점 2.59로 활약했고 2021년 158이닝을 던져 7승 11패 평균자책점 4.44를 기록한 뒤 지난 해 200이닝을 돌파(200⅓이닝)하면서 13승 8패 평균자책점 3.37로 맹활약했고 올해도 177⅔이닝을 소화하면서 12승 8패 평균자책점 3.29로 애리조나가 와일드카드 한 자리를 차지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켈리의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127경기 750⅔이닝 48승 43패 평균자책점 3.80. KBO 리그에서 4년간 쌓은 성적과 데칼코마니 수준으로 같다. 켈리는 2015~2018년 SK 와이번스에서 뛰면서 119경기 729⅔이닝 48승 32패 평균자책점 3.86으로 활약했다.
켈리의 호투 행진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켈리는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 선발투수로 등판, 6⅓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다저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다저스 팬들을 침묵하게 만들었다. 당시 다저스 선발투수로 나섰던 클레이튼 커쇼는 ⅓이닝 6실점으로 무너져 대조를 보였다.
애리조나는 켈리의 호투 속에 11-2로 대승을 거두면서 기선제압에 성공했고 파죽지세로 3연승을 거두며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이제 애리조나가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만날 상대는 바로 필라델리아 필리스. 필라델피아는 지난 해 월드시리즈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팀이다.
양팀의 리그 챔피언십시리즈 1~2차전은 필라델피아의 홈 구장인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열린다. 켈리는 2차전 선발투수로 등판할 예정이다.
필라델피아는 홈 팬들의 엄청난 함성으로 유명한 곳이다. 켈리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지난 해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이를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애리조나 선수인 켈리가 왜 월드시리즈가 열린 경기장에 갔던 것일까.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는 15일 "필라델피아의 홈 구장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얼마나 큰 소리가 나는지 켈리에게는 말할 필요가 없다. 켈리는 가장 큰 소리가 나는 순간에 그곳이 어떤 곳인지 직접 목격했다"라고 켈리의 사연을 소개했다.
사연은 이렇다. 켈리는 지난 해 월드시리즈 3차전이 열린 시티즌스뱅크파크를 찾았다. 이는 켈리의 형인 리드 켈리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것이었다. 리드는 시카고 지역으로 이사하기 전까지 필라델피아 외곽 지역에서 살았다. 리드가 가장 좋아하는 팀이 필라델피아이기도 했다. 켈리는 인터넷에 접속해 직접 티켓을 구입할 정도로 지극정성을 보였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입장이었지만 이제는 직접 마운드에 서야 한다. 켈리는 "우리가 리그 챔피언십시리즈를 치르기 위해 필라델피아로 간다는 사실은 꽤 멋진 일이다. 실제로 그 에너지가 어떤 느낌인지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MLB.com'은 "애리조나는 필라델피아가 마치 전기가 흐르는 듯한 분위기라는 것을 알고 있다. 정말 시끄러울 것이고 필라델피아 팬들은 그들이 그동안 포스트시즌 상대팀들에게 했던 것처럼 상대의 감정을 짜증나게 만들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는 데이터로도 증명하고 있다. 필라델피아는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열린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26승 11패로 승률 .703를 자랑한다.
올해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뛰다 애리조나로 이적해 34세이브를 거두며 커리어 하이를 경신한 우완투수 폴 시월드 또한 "꽤 시끄러울 것이다. 필라델피아 팬들은 소란스럽다. 또한 지난 시즌 이후 자신감을 느끼고 있고 지금도 팀이 승승장구하고 있다"라고 시티즌스뱅크파크의 열기가 엄청날 것임을 머릿 속에 그리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큰 압박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일. 시월드는 가장 간단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중요한 것은 리드를 잡는 것이다"라는 시월드는 "다저스타디움에서는 6만 명의 관중들이 파란 수건을 흔들었지만 1회 이후에는 거의 흔드는 모습이 없었다. 그것은 다저스타디움에서 투구하기에 훨씬 쉬운 환경으로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애리조나는 디비전시리즈 1~2차전을 다저스의 홈 구장인 다저스타디움에서 치렀는데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결국 야구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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