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의 유리천장"...노벨경제학상으로 본 한국 사회
[앵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하버드 대학의 클로디아 골딘 교수는 노동시장에서의 남녀 임금 격차 원인을 연구해 온 공로를 인정받았습니다.
사회의 역할 기대와 여성의 생애 단계에 따라 노동참여와 임금이 달라진다는 연구는 특히 한국 사회에 유의미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나연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내가 다 할테니까 자기는 내 옆에서 조금만 도와줘, 알았지?" "구영이 네가 뭘 할 줄 안다고, 저기로 가 있어." "여기 남은 거라도 먹어라, 한 개씩 먹어 치우자, 응?" - 웹 드라마 <며느라기>
"뭐 애 하나 생긴다고 크게 달라지겠어?" "과연 그럴까?" "제가 잘 도와드리겠습니다!" "딸내미가 최고다, 너무 예쁘다." - 영화 <82년생 김지영>
똑같이 공부하고 일하는데도, 여성은 여전히 '뭔가 잘못됐다'고 느낍니다.
왜 남성보다 취업이 어려울까.
왜 같은 직장에서도 임금에 차이가 날까.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노동시장에서의 성 불평등 문제, 이른바 '유리천장'을 연구해 온 클로디아 골딘 교수에게 돌아갔습니다.
[한스 엘레그렌 / 스웨덴 왕립과학원 사무총장 : 여성의 노동시장 성과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증진한 공로로 하버드 대학의 클로디아 골딘 교수에게 상을 드립니다.]
골딘 교수는 2백 년이 넘는 장기 시계열 데이터를 토대로 미국 경제사에서 여성의 노동 참여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여성의 노동 참여는 꾸준히 상승한 게 아니라, 'U자형'으로 변화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19세기 초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결혼한 여성의 노동참여율은 감소했다가, 20세기 초 서비스산업 성장과 함께 다시 증가합니다.
취업 직후 비슷했던 남녀 임금은 차츰 격차가 벌어지는데, 특히 여성이 첫 아이를 출산한 직후 급격했습니다.
골딘 교수는 주말과 여가를 반납하고 쉼 없이 일해야 더 많은 소득을 얻는 '탐욕의 일자리(Greedy work)' 문화가 이런 현상을 부채질한다고 지적합니다.
2021년 기준 남녀 임금 격차가 31.2%로 26년째 OECD 꼴찌에다
같은 해 합계 출산율 0.81명으로, 역시 OECD 최하위인 우리나라에 골딘 교수의 연구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황지수 /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클로디아 골딘 교수 제자) : 가정을 꾸리고 나서부터 발생하게 되는 남녀 격차를 관찰하고 알게 된 젊은 세대는 출산을 점점 기피하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일과 가정의 병행이 어려운 환경 안에서는 저출산이 해결되기 어렵다는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노벨경제학상 55년 역사에서 여성 수상자가 처음 등장한 건 불과 15년 전.
골딘 교수는 노벨상 명단에서마저 예외없는 남녀 불평등 구조의 근원을 파헤치며, 여성으로선 세 번째 수상자이자 첫 단독 수상자가 됐습니다.
YTN 나연수입니다.
영상편집: 전자인
그래픽: 김진호
YTN 나연수 (ysna@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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