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새 주인 누가될까…동원·하림·LX 3파전 속 유찰 가능성도
자금조달 능력 관건…해운업 다시 침체 빠져 난관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신선미 기자 = 국내 유일의 원양 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5일 산업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매각 측은 다음 달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하고 연내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HMM 인수전은 동원·하림·LX그룹 3파전 양상으로 좁혀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인수 가격이 너무 비싼 데다, 고금리 장기화와 해운업 침체 등의 요인이 입찰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HMM 우선협상대상자 내달 중순 확정"…동원·하림·LX 3파전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 등 매각 측은 입찰적격후보(숏리스트)로 동원산업, 하림·JK파트너스 컨소시엄, LX인터내셔널 등 3곳을 추려 지난달 6일부터 실사에 나섰다.
매각 측은 약 2개월간 실사작업을 거쳐 다음 달 최종입찰을 진행해 중순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할 계획이다.
과거 현대상선이던 HMM은 2013년 말 유동성 위기로 6조8천억원의 공적자금을 수혈받고 산업은행 관리를 받아왔다. 이 회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2020년부터 작년까지 3년간 사상 최고 실적을 내면서 경영 정상화를 달성한 뒤 매물로 나왔다.
매각 대상 주식은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보유한 보통주 1억9천900만주에 영구채에서 주식으로 전환될 2억주를 합쳐 모두 3억9천900만주에 이른다.
HMM 매각 주간사 삼성증권은 입찰 기업에 HMM의 사업계획, 사업 부문별 현황, 재무 정보 등의 자료를 제공했다.
삼성증권은 최근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경영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HMM 최고경영진이 직접 사업 현황, 경영전략, 재무회계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핵심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인수 후보 업체들은 HMM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인다.
동원산업의 경우 HMM을 인수하게 되면 종합물류 기업인 동원로엑스, 항만사업자인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과 함께 해상운송부터 항만, 육상운송으로 이어지는 유통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이에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은 지난달 "HMM 인수는 꿈의 정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인수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2015년 팬오션을 함께 인수한 하림과 JKL파트너스는 이번에 다시 손잡고 HMM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하림은 이번에 HMM 인수에도 성공하면 벌크선의 팬오션에 컨테이너선 중심인 HMM을 더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LX그룹도 사업 확장을 위해 HMM 인수가 필요하다고 보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매각가 5조∼7조원 추정 속 유찰 가능성도…"덩치 크고 고금리 부담"
그러나 HMM 매각을 두고 유찰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HMM의 매각가격이 5조∼7조원 정도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후보 세 곳 모두 자체 여력으로 HMM을 인수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인수 후보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이 LX그룹이 2조5천억원, 하림그룹이 1조6천억원, 동원그룹이 5천억원 등으로 세 곳 모두 대규모 자금 조달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하면 인수 기업의 비용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한 인수 후보 기업 관계자는 "아직 실사가 진행 중이라 조심스럽다"면서 자금과 관련한 언급을 피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유동화할 수 있는 주식이나 부동산이 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해운 운임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떨어져 해운업이 침체에 빠진 점도 변수로 꼽힌다.
이미 HMM은 영업이익이 급감해 적자를 걱정할 판인데 해운업계에서는 불황이 장기간 이어지면 중견 기업이 HMM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HMM은 자산 규모가 28조원으로 하림(17조원) 등 세 곳보다 훨씬 크지만, 코로나 특수 덕분에 현금성 자산을 12조∼13조원을 쌓은 점이 인수 매력으로 꼽힌다.
일각에선 후보들이 이에 눈독을 들이고 인수전에 뛰어든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업계 안팎에선 이번 매각이 유찰될 경우 다시 HMM 인수에 나설 잠재 후보로 현대차그룹과 함께 잠재적인 인수 후보군으로 꼽혀온 포스코그룹이 거론되기도 한다.
포스코홀딩스가 내년 3월 이후 새 경영진이 들어서면 HMM 인수를 다시 타진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포스코그룹은 그러나 "사업 연관성이 낮아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산업은행도 HMM 매각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정상적인 매각 절차를 진행해 올해 안에 매각을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우선협상대상자는 관련 법령에 따라 입찰가격, 자금조달 계획, 인수 후 경영계획, 국내 해운업 발전에 대한 기여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세부 평가 기준은 관계기관 간 협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매각 측이) 자금조달 계획을 중요하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
ykim@yna.co.kr,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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