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선발 등판 극약처방→또 2군행' 끝판왕 파란만장, 마지막에 이뤄낸 대기록 "짜릿했다"
[마이데일리 = 심혜진 기자] '끝판대장' 오승환(41·삼성 라이온즈)이 마침내 전인미답의 대기록을 작성했다. 홈 최종전에 달성해 더욱 의미가 있었다.
오승환은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홈 최종전에서 구원 등판해 1⅓이닝 2볼넷 무실점을 기록하며 400세이브를 완성했다.
이날 오승환은 팀이 4-3으로 앞선 8회 2사 2루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그가 상대할 첫 타자는 친구 추신수였다. 강민호 타석이었는데 SSG가 대타로 추신수를 내보냈다. 풀카운트 승부 끝에 6구째 빠른 볼로 1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이번 아웃카운트는 수비의 도움을 받았다. 1루수 이성규가 몸을 날려 선상으로 빠지는 타구를 낚아챘다. 이렇게 이닝이 끝났다.
오승환은 9회에도 위기를 맞았다. 선두타자 오태곤에게 볼넷을 내줬다. 최지훈을 3루수 플라이로 잡았지만 한유섬을 9구 승부 끝에 다시 볼넷을 헌납했다. 1사 1, 2에서 에레디아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은 뒤 박성한을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경기를 끝냈다.
이 세이브는 큰 의미가 있었다. 오승환의 400번째 세이브가 달성된 순간이기 때문이다. KBO리그 최초다.
오승환은 만세를 불렀고 포수 강민호에게 안겼다. 야수들 모두 마운드에 모여 오승환을 얼싸안았다. 특히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구자욱은 오승환에게 기념구를 공손하게 전달해 훈훈함을 안겼다.
400세이브를 기록하기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사실 올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오승환의 모습을 봤을 때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을지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시즌 초반부터 부진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잠시 마무리 자리를 내려놔야 했다. 불펜으로 나섰지만 오승환답지 않은 모습이 이어졌다.
이때 정현욱 투수 코치가 묘수(?)를 냈다.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좋았던 구위를 되찾기 위해 선발 투수로 내보내는 것이었다.
그렇게 오승환은 정현욱 코치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5월 3일 대구 키움전에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가 선발 투수로 등판한 것은 2005년 프로 데뷔 이후 처음이었다.
첫 선발 등판은 의미가 있었다.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6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팀이 1-3으로 져 패전 투수가 됐다.
선발 투수로 나섰다고 해서 바로 나아진 것은 아니었다. 5월과 6월 두 차례나 더 1군에서 말소됐다. 구위 저하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자 은퇴설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오승환은 노력하고 노력했다. 주변의 시선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마침내 오승환의 모습이 돌아왔다. 8월부터 구위가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8월 한 달간 가장 많은 13경기에 나섰는데 무려 10세이브를 올렸다. 8월 20일부터 27일까지 4경기 연속 세이브를 달성하기도 했다.
9월에도 흐름을 이어갔다. 8경기서 1승 1패 3세이브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1.04로 좋았다.
그리고 시즌 막바지에 돌입했다. 10월이 된 것이다. 2일 롯데와 더블헤더에서 2경기 2⅓이닝을 소화하며 모두 세이브를 올렸고, 5일 한화전에서도 1이닝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추가했다. 이렇게 개인 통산 399세이브가 됐다.
마침내 10월 14일 전인미답의 40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오승환과 세이브 기록은 떼레야 뗄 수가 없다. 데뷔 19년차를 맞이하고 있는 오승환은 KBO리그 대부분의 세이브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오승환은 세이브와 역사를 함게 하고 있다.
2007년 최소 경기, 최단 시즌 100세이브 달성을 시작으로 150세이브, 200세이브 역시 최연소 기록으로 완성했다.
특히 334경기 만에 달성한 200세이브는 최소 경기 세계 신기록이었다.
이후로도 250, 300, 350세이브 모두 KBO리그 최초였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는 일본과 미국 진출로 KBO리그를 떠나있었음에도 그를 추격하는 이는 없었다.
지난 6월 6일 대구 NC전에서는 한미일 통합 500세이브 위업도 올렸다.
당연히 세이브 타이틀도 오승환이 최다다. 무려 6차례나 구원왕에 올랐다.
2006년(47세이브), 2007년(40세이브), 2008년(39세이브) 3년 연속 세이브왕에 오른 오승환은 2011년(47세이브) 다시 타이틀을 탈환했다. 이어 2012년(37세이브)까지 2년 연속 구원왕에 등극했다.
이후 손승락, 임창용, 김세현, 손승락, 정우람, 하재훈, 조상우 등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듯 했지만 KBO리그 복귀 2년차인 2021년 44세이브로 구원왕 타이틀을 탈환했다.
박진만 감독은 "(상황에 따라) 4아웃까지는 가능하다"며 오승환이 8회에도 등판할 수 있음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면서 오승환의 자기 관리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박진만 감독은 "오승환은 시즌 초반 팀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그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다"면서도 "나이가 있다 보니 근력 이런 부분들이 예전보다는 떨어진다고 판단됐다. 중간 중간 휴식을 주면서 한 것이 힘 비축이 잘 됐던 것 같다" 짚었다.
이어 "오승환은 자기 관리는 잘 하는 선수다. 그런 모습을 후배들이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 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오승환은 대기록 달성 후 구단을 통해 "먼저 팬분들께 감사를 전한다. 올해도 고개를 들지 못할 성적을 올려서 죄송스럽다. 그래도 마지막 경기에 이겨서 기쁘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400세이브라는 기록이 분명히 부담도 있었고, 의식도 했다. 내색은 안 했지만 언제 나올까 생각했다. 마지막 홈 경기에 나와서 더 짜릿했던것 같다. 지금까지 했던 세이브 중 오늘 세이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감격적인 소감을 전했다.
오승환은 "남은 목표는 다른건 없다. 1승, 1승 거둬서 다른 팀보다 높은 순위에 있고 싶다. 승리를 거두면 나도 그만큼 세이브를 했다는 의미일거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