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수술용 로봇팔부터 축구하는 휴머노이드까지 총출동…국대급 로봇기술 한마당

송복규 기자 2023. 10. 15. 07: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3 로보월드’ 한국 로봇 기술 총집합
KIST, 기존 수술 로봇 대체할 ‘초미세 수술 로봇’·'척추 수술 로봇’ 개발
국제 로봇 대회 ‘로보컵’ 준우승한 인간형 로봇도 전시
1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로보월드 2023에서 사족보행 로봇이 시연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 로봇기술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2023 로보월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달 11일부터 14일까지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로보월드는 올해 18번째 열리는 국내 최대규모의 로봇 행사다. 올해 로보월드는 214개사가 828개 부스를 이용해 다양한 로봇들을 선보였다.

올해 로보월드는 ‘스마트 공장’ 구현에 앞장설 제조용 로봇팔이 주로 전시됐다. HD현대로보틱스는 고속·고정밀을 자랑하는 로봇팔 ‘HS220′을, 현대위아는 로봇팔과 자율이동로봇을 융합한 ‘MPR’을 선보였다. 이외에도 대부분 부스가 제조업 현장에 적용될 수 있는 협동 로봇을 전시하고 있었다.

로보월드 전시장에 협동 로봇만 있는 건 아니다. 로봇기술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혁신적인 로봇들은 로보월드를 찾은 학계·산업계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정밀한 수술이 가능한 로봇팔이나 전 세계적으로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사족보행 로봇,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이 주인공이다. 조선비즈는 13일 최첨단 로봇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2023 로보월드’ 현장을 다녀왔다.

1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로보월드'에 전시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진이 개발한 '초미세 수술 로봇’./송복규 기자

◇ ‘초정밀 수술 시대’…로봇팔이 의사 조력자 된다

수많은 제조용 로봇팔 사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의료용 로봇팔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능로봇연구단과 헬스케어로봇연구단은 ‘초미세 수술 로봇’과 ‘최소침습 척추 수술 로봇’을 각각 전시했다. 두 로봇 모두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수술용 로봇인 ‘다빈치’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됐다. 미국 수술 로봇 제조기업 ‘인튜이티브 서지컬’이 만든 다빈치는 8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1999년 출시된 만큼 새로운 수술용 로봇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능로봇연구단이 개발한 초미세 수술 로봇은 2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굵기의 실과 바늘을 이용해 1㎜ 이내의 혈관·신경을 봉합할 수 있는 초정밀 로봇이다. 20㎛는 머리카락 굵기의 5분의 1 수준으로, 기존 수술 로봇으로는 100㎛ 이상의 봉합사만 사용할 수 있었다.

1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로보월드'에 전시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진이 개발한 '최소침습 척추 수술 로봇’./송복규 기자

초미세 수술 로봇은 펜 모양의 손잡이로 로봇 머니퓰레이터(Manipulator)를 정밀하게 제어한다. 수술하는 의사는 눈높이에 있는 현미경을 통해 봉합 부위를 자세히 보고, 로봇에 장착된 카메라를 이용해 수술 부위를 영상으로도 관찰할 수 있다. 로봇 양쪽으로 제어하도록 만들어 두 명의 의사가 총 4개의 로봇 머니퓰레이터를 조작해 정밀하고 빠른 수술이 가능하다.

헬스케어로봇연구단이 내놓은 최소침습 척추 수술 로봇도 마찬가지로 펜 모양의 손잡이로 로봇을 제어한다. 다만 왼쪽 손잡이는 척추 수술 도구, 오른쪽 손잡이는 관절경을 조작하는 역할이다. 특히 발 쪽에는 최소침습 수술에 필요한 드릴 같은 수술 도구를 작동하는 페달이 있다. 연구팀은 현재 수술용 로봇이 절개가 필요한 복강경 수술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 주목해 최소침습 수술 로봇을 개발했다.

김천우 KIST 헬스케어로봇단 선임연구원은 “이 로봇은 척수신경을 압박하는 뼈나 인대·디스크를 제거하는 최소침습 수술을 관절경으로 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며 “최소침습 수술은 흉터가 적고 회복이 빠른데, 기존 수술 로봇들이 복강경에 치중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전시장 누빈 보행 로봇, 로보월드 빛냈다

전시장을 걸어 다니면서 누비는 로봇들은 방문객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올해 로보월드에는 4개사가 사족보행 로봇을 선보였고, 두 발로 보행하는 인간형 로봇은 전시장에서 단 한 부스에서만 볼 수 있었다. 이 로봇들을 전시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건 아직 상용화되기 어려운 미래 기술이라는 의미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내년 초 출시할 사족보행 로봇 ‘RBQ’ 시리즈를 시연했다. 사족보행 로봇은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곳을 정찰하거나 탐사할 수 있다. 라이다(LiDAR)와 카메라 센서를 장착해 주변을 인식하고 영상을 송출한다. 완충 시 최대 3시간 작동하는데, 크기가 작은 RBQ-3는 한 시간에 7.2㎞의 거리를 갈 수 있다. 실제로 시연 중인 RBQ는 계단을 쉽게 오르내렸고, 앞으로 사람이 지나갈 땐 가던 길을 멈췄다. 사족보행 로봇은 물류·군용·소방·방범 분야에 활용된다.

로봇 스타트업 에이로봇 부스에서는 인간형 로봇 ‘앨리스’와 안내 로봇 ‘제미니’, 반려 로봇 ‘에디’가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이중 앨리스는 이족보행이 가능한 로봇으로, 상자를 나르거나 노약자를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계단을 오르거나 좁은 공간을 지나가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앨리스는 로봇들이 축구 시합을 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지능(AI) 로봇 대회 로보컵(RoboCup) ‘휴머노이드 어덜트’ 리그에서 지난해와 올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AI 기술이 적용돼 사람과 소통하며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에이로봇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은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는 “로봇이 사람이 하는 일을 대체하려면 필연적으로 인간의 형상을 닮을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산업적으로 큰 효과를 보지 못하지만, 기술은 지금부터 시작해야 로봇 분야의 선구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