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페드로까지 "커쇼 은퇴 안 돼" 설득 나섰다, PS ⅓이닝 6실점 충격 부진에도 "1경기로 쉽게 결정할 거냐"

양정웅 기자 2023. 10. 1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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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클레이튼 커쇼(왼쪽)와 페드로 마르티네스. /AFPBBNews=뉴스1
클레이튼 커쇼가 8일(한국시간) 열린 애리조나와 NLDS 1차전에서 마운드를 내려온 후 괴로운 듯 얼굴을 감싸쥐고 있다. /AFPBBNews=뉴스1
'살아있는 전설' 클레이튼 커쇼(35·LA 다저스)가 은퇴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메이저리그(MLB)의 또다른 전설 페드로 마르티네스가(52) 이를 만류하고 있다.

마르티네스는 지난 12일(한국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단 한 번의 가을야구 등판으로 커쇼의 은퇴 여부가 결정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 메이저리그를 휩쓴 마르티네스는 사이영상 3회, 평균자책점 1위 5회, 올스타 8회 등 수많은 트로피를 차지한 선수다. 통산 219승과 2.93의 평균자책점, 3154탈삼진을 기록한 그는 강력한 임팩트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1992~1993년 다저스에서 뛰었던 마르티네스는 커쇼의 팀 선배도 된다.

페드로 마르티네스. /AFPBBNews=뉴스1
마르티네스의 이 발언은 같은 날 커쇼의 소속팀 LA 다저스가 시즌을 마감하면서 나오게 됐다. 다저스는 이날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위치한 체이스 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와 2023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3차전에서 2-4로 패배, 시리즈 전적 0승 3패로 탈락이 확정됐다.

이번 NLDS에서 다저스는 투·타 모두 정규시즌 16승이나 차이나는 애리조나에 압도당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발투수는 한 명도 5이닝은커녕 3이닝도 채우지 못했고, 다저스가 자랑하던 100타점 4인방(무키 베츠, 맥스 먼시, J.D. 마르티네스, 프레디 프리먼)은 시리즈 도합 1타점(마르티네스 2차전 솔로포)에 그쳤다.

클레이튼 커쇼(왼쪽)가 8일(한국시간) 열린 애리조나와 NLDS 1차전에서 1회 초 가브리엘 모레노에게 홈런을 맞고 있다. /AFPBBNews=뉴스1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커쇼의 부진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그는 8일 열린 NLDS 1차전에 선발투수로 등판한 그는 ⅓이닝 동안 단 35구를 던지면서 6피안타(1홈런) 1볼넷 6실점을 기록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경기 시작과 함께 코빈 캐롤과 크리스티안 워커의 적시타, 가브리엘 모레노의 스리런 홈런 등 5타자 연속 안타를 맞고 5점을 내줬다. 이어 1사 후에도 에반 롱고리아에게 적시타를 맞으며 결국 마운드를 내려가고 말았다.

더그아웃에 들어간 커쇼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자책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선발이 처음부터 무너지면서 이길 수 없는 싸움을 시작한 다저스는 결국 2-11로 대패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 흐름은 3차전까지 이어지며 다저스는 다윗에게 꺾인 골리앗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커쇼의 통산 포스트시즌 성적은 39경기(32선발) 13승 13패 평균자책점 4.49가 됐다. 통산 페넌트레이스 기록(210승 92패 평균자책점 2.48)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번 등판은 그 중에서도 최악이었다.

클레이튼 커쇼가 8일(한국시간) 열린 애리조나와 NLDS 1차전에서 마운드를 내려온 후 더그아웃에서 자책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커쇼는 자책감에 빠졌다. 미국 매체 스포츠넷 LA에 따르면 경기 후 커쇼는 "난 모든 사람들을 실망시켰다"며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그는 "그런 식으로 선발 투구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심지어는 내년 거취마저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13일 "커쇼에게 본인의 미래를 물었을 때 그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12일 경기 결과(LA 다저스의 NLDS 셧아웃 패)는 뛰어난 정규시즌 성적에도 3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프랜차이즈에 많은 것을 의미했다. 커쇼에게 이번 패배는 자신의 마지막을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커쇼는 LA 다저스가 제안한 다년 계약을 거절하고 1년 2000만 달러의 단기 계약을 체결했다. 2018시즌 종료 후 맺은 3년 9300만 달러 계약 종료 후 2년 연속 1년 계약이었다. 디 애슬레틱은 "지난해 정규시즌 111승을 거둔 다저스가 포스트시즌 초반 탈락하자 커쇼는 아내와 며칠간의 논의 끝에 (FA 시장이 아닌) 다저스로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올해는 향후 거취를 결정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클레이튼 커쇼가 8일(한국시간) 열린 애리조나와 NLDS 1차전 경기 도중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AFPBBNews=뉴스1
하지만 마르티네스는 전혀 다르게 생각했다. 그는 SNS를 통해 "커쇼는 완벽히 건강을 회복한 뒤에 다음 시즌 그의 '명예의 전당급' 커리어를 화려하게 마무리해야 한다. 그는 그럴 자격이 있다"고 두둔했다.

마르티네스가 커쇼의 건강을 언급한 건 그의 어깨 문제 때문이었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커쇼는 지난 6월말 당한 왼쪽 어깨 부상에 대한 추가 검진을 받는다. 수술 대신 재활을 선택한 4개월 전 결정은 직구 구속 감소와 제구력 저하로 이어졌다. 이것이 이번 포스트시즌의 대참사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지난 2003 ALCS 7차전에서 홈런을 맞은 후 고개를 숙이고 있다. /AFPBBNews=뉴스1
마르티네스 본인도 과거 포스트시즌에서 악몽을 겪은 바 있다. 보스턴 시절이던 지난 2003년 뉴욕 양키스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7차전에 등판한 그는 7회까지 2실점으로 잘 막아내며 팀의 3점 차 리드를 만들었다. 그러나 8회에도 올라온 그는 3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결국 팀도 5-5 동점이던 연장 11회 말 끝내기 홈런을 맞으며 월드시리즈 진출이 무산됐다. 당시 보스턴은 1918년 이후 85년 동안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었기에 더욱 뼈아팠다.

하지만 마르티네스는 이듬해 세인트루이스와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선발승을 따냈고, 보스턴도 이른바 '밤비노의 저주'를 깨고 월드시리즈를 제패하는 감격을 누렸다. 커쇼 입장에서도 이런 드라마를 한번 쓸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클레이튼 커쇼가 8일(한국시간) 열린 애리조나와 NLDS 1차전에서 마운드를 내려온 후 멍하니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AFPBBNews=뉴스1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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