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공통 고민' 떠오른 중진 험지 차출론…각 당 셈법은
민주, "다선, 험지 나가 당 헌신해야" vs "친명 먼저 선언하라"
(서울=뉴스1) 이서영 신윤하 기자 = 부산 해운대에서 3선을 지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의 서울 출마 선언에 여야 모두 술렁이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각각의 이유로 3선 이상 중진들의 험지 출마론 혹은 차출론이 제기될 수 있어서다.
국민의힘에선 총선 전초전으로 여겨졌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7%p 차로 참패하면서 '중진 차출론'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도 덩달아 영향을 받는 모양새다. 초·재선 의원들과 친명(친이재명)계 위주로 '동일 지역구 3선 연임 초과 금지' 등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국민의힘 내부에선 인지도가 있는 영남권 중진들이 험지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공천만 받으면 사실상 당선이 확실시되는 영남권의 중진 의원들이 당을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단 주장이다.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수도권에서의 선전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수도권에서 심각한 인물난을 겪고 있다는 데 있다. 국민의힘 계열의 보수정당은 지난 19대 총선부터 수도권에서 진보진영에게 패한 데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인재풀이 축소됐다.
중진 험지 출마론을 통해 인적 쇄신도 도모할 수 있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혁신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는데 '혁신'에 있어선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셈이다. 중진의 수도권 험지 출마론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물론, 당내 의견은 엇갈린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후폭풍을 맞게 된 국민의힘에선 중진 차출론을 놓고 "제2, 제3의 하태경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과 "물갈이가 정답이 아니다"라는 반발이 동시에 나온다.
중진의 험지 출마에 대한 반대 의견 역시 명분은 있다. 당장 당내에선 중진이 지역구를 버리고 험지에 출마한다고 해서 총선에서 승리하긴 힘들단 비판이 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 뉴스1에 "영남 다선 의원들이 수도권에 들어온다고 해서 뭐가 바뀌겠냐"며 "영남 자리를 비워서 영남에 새로운 인물을 몇 사람 더 채우는 의미가 있을 순 있어도, 영남 의원이 수도권에서 더 많이 득표할 거란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래통합당이 2020년 4·15 총선에서 중진 의원을 수도권 험지에 배치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여러 인사들이 험지에 출마했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사정이 다르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로 친명계와 비명계 간의 전선이 형성된 가운데 친명계가 비명(비이재명)계를 몰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중진 험지 출마론'을 제기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원외·원내 친명계는 "3선 이상 다선 의원들이 험지로 옮겨 당에 헌신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반면 비명계는 "다수 다선 의원을 보유한 친명계에서 먼저 선언하라"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원외 친명계인 '더민주혁신회의'는 '3선 이상 중진 험지 출마'를 강력히 요구해왔다. 친명계 재선 김두관 의원도 지난 10일 한 라디오에서 "3선 이상 다선 의원들이 험지 충청이나 영남으로 옮겨서라도 당에 헌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비명계에는 3선 이상 중진들이 다수 포진한 만큼 '중진 험지 출마론'은 비명계를 퇴출 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지난 11일 BBS 라디오에 출연해 "친명계 의원 중 다선 의원이 10명이 넘을 것 같은데 그분들이 먼저 선언해야 한다"며 "'너희 해, 우리는 이 자리 지킬 거야'라고 하면 누가 그걸 인정하겠나"라고 따져 물었다.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 대표가 지난 9일 퇴원 후 강서 보선 지원 유세에 합세해 통합 메시지를 낸 것을 놓고 '비명계 몰아내기'보다 단합에 무게가 실릴 거란 의견이 상존한다. 이 대표는 "단결하고 단합해 국민의 위대함과 역사가 진보하는 것임을 증명하자"고 했다.
박성준 대변인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회의에서 민주당의 제1과제는 민생과 당 내부 통합이라는 논의가 있었다"며 "분열하면 정권에 반사이익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통합, 단합에 대한 당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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