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지구 지상군 침공 '초읽기'··· 美 등 국제사회, 민간인피해 우려 급증 [뒷북 글로벌]

박준호 기자 2023. 10.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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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대피령 24시간 경과에도 지상군 진입 없어
110만 주민 중 남부 피란자 수만 명에 불과해
바이든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적 위기대처 우선"
이란 "팔레스타인, 가자 파괴로 해결되지 않아"
이스라엘, 북부로 전선 확대될 위험 점점 커져
[서울경제]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침공하려는 움직임은 주민 전원 대피령을 계기로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당초 이스라엘군이 주민들에게 가자지구 중심도시인 가자시티를 떠나도록 통보했던 시간인 24시간은 넘겼지만, 이스라엘은 국제사회 안팎의 강력한 문제제기에도 지상군 침공을 강행할 태세다. 가자시티 주민 중 피란길에 오른 이는 일부에 불과해, 민간인 피해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13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EPA연합뉴스

14일 현재 이스라엘군은 전날 “가자시티에서 군사작전이 벌어질 것”이라며 “구역 내 모든 민간인에게 집에서 남쪽으로 대피할 것”을 촉구한 후 아직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안다”며 강경했던 태도에서 한발 물러난 상태다. 하지만 수일 내 지상군 침공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유효하다. 이스라엘군은 대피령 발동 후 14시간 동안 가자지구 내 억류된 인질의 행방을 파악하기 위한 수색 작전이 있었음을 공개했는데, 대규모 지상전에 앞선 국지적 작전으로 관측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대국민 연설에서 이스라엘이 전례 없는 힘으로 적을 공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하마스에 대한 군사 작전에 대해 “길고, 치명적이고, 강력하며, 영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가자시티 주민이 인명피해를 받을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BBC방송은 “110만 명이 24시간 내 집을 떠나기는 불가능하다. 시간당 4만 명이 대피해야 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은 이스라엘군의 대피령 통보 이후 이날 현재까지 대상자 110만명 중 남쪽으로 이동한 주민이 수만 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 사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은 하루 새 25% 늘어 42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하마스 난민 당국은 대피령에 대해 “역겨운 심리전”이라며 주민들에게 “집에 머물라”는 반대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한 팔레스타인 남성이 14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가족들이 먹을 음식을 들고 길을 건너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남쪽으로 대피명령을 내렸지만, 현재 피란한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AFP연합뉴스

지상전이 벌어질 경우 하마스가 납치해 간 인질 150명의 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민간인 주택을 사전 경고없이 공격할 때마다 인질 한명씩 살해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에서 실종된 미국인 14명의 가족과 전화 통화를 했으며, CBS 방송에 출연해 “인질들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동 국가들은 물론 유엔, 미국 등도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우려하거나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적 위기 대처가 우선순위”라고 밝히는 등 과격한 결정을 견제하는 분위기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하마스를 공격할 때 전쟁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가자지구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지대 설치 방안을 이스라엘, 이집트와 논의한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안보리 회의에서 “전쟁에도 규칙이 있다”며 민간인 보호를 호소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도 “가자지구의 무제한적 파괴는 끔찍한 테러가 정당화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13일(현지 시간) 레바논-이스라엘 접경지역에서 언론인이 탄 차량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불타고 있다. 이 공습으로 언론인 1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AP연합뉴스

중동·남아시아 등지에서도 이슬람권을 중심으로 가자지구 파괴가 해결책이 아니라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이슬람교 주일인 13일(현지 시간) 이라크·이란·레바논 등 중동 도시 곳곳에서 기도 후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며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집회에 참석해 “팔레스타인 문제는 가자를 파괴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팔레스타인 보호가 우리의 의무라 여기기에,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세계는 여러분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에서는 헤즈볼라 서열 2위인 나임 카셈 부총재가 “헤즈볼라로서 우리는 대결에 기여하고 있으며 우리의 비전과 계획에 따라 계속해서 기여할 것이다. 완전히 준비돼 있고 행동할 때가 오면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란 외무장관이 가자지구 공격이 계속되면 ‘새로운 전선’이 열릴 수 있다고 경고한 것과 관련, 이스라엘 북부 레바논 접경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날 AF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레바논에서 국경을 넘어 침투하려던 '테러리스트' 여러 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현재 이스라엘은 이 지역에서 헤즈볼라와 산발적으로 충돌 중으로, 상황에 따라 헤즈볼라가 전면 개입할 가능성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은 “헤즈볼라가 자체 보유한 로켓포 15만여 개를 동원해 참전하면 분쟁은 극적으로 확대되고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세 번째 전선이 형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팔레스타인에서 하마스 다음 가는 무장세력인 이슬라믹 지하드도 요르단강 서안지구로 전선을 넓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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