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 총무' 그만! 친구·가족·연인끼리 안 싸우는 돈 관리법 [내돈내산]
카톡 연계 편의성 높인 카뱅부터
누구나 출금・결제 가능한 토뱅,
최대 10% 이자 주는 케뱅까지
편집자주
'내 돈으로 내 가족과 내가 잘 산다!' 금융·부동산부터 절약·절세까지... 복잡한 경제 쏙쏙 풀어드립니다.
‘회비… 잊으셨나요…? 모임주에게서 회비 요청이 왔어요!’
시무룩한 표정의 캐릭터가 그려진 메시지 카드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황급히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열고 모임통장을 들여다보니 매달 모으는 여행 곗돈을 저만 안 보냈네요. 서둘러 송금하고 단톡방에 지각의 변을 풀어놓습니다. “미안. 이번 주 회사 일이 바빠서 깜빡했지 뭐야.”
가족·친구 모임과 연인 간 데이트 비용, 부부 공동 생활비 등 일상 속 함께 돈을 모으고 써야 하는 일이 꽤 많죠. 이럴 때 총무 개인 계좌 대신 ‘모임통장’을 활용하면 공금을 더 투명하고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어요. 후발 주자 케이뱅크의 참전으로 인터넷전문은행 3사 간 치열한 경쟁에 막이 오른 참인데요. 우리 모임에 딱 맞는 통장, 함께 골라 볼까요?
최강 카뱅, 가입자 1000만 눈앞
모임통장은 말 그대로 각종 모임의 공금 관리를 위해 여러 명이 한 계좌를 같이 쓰는 금융상품입니다. 아주 새로운 개념은 아니에요. 다만 시중은행이 선보였던 기존 모임통장은 개설 때 회칙·회원명부·회의록 등 모임 입증 서류를 만들어 내야 했고, 사용 내역도 모임주가 공유해 줘야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번거로움 탓에 사용자가 늘지 않자 서비스를 접는 은행도 속속 나왔죠.
새 지평을 연 건 2018년 말 인터넷은행 중 처음으로 모임통장을 출시한 카카오뱅크였어요. 모임주가 가진 카카오뱅크 입출금통장을 모임통장으로 전환해 별도의 안심 계좌번호를 부여하고, 카카오톡으로 최대 100명의 멤버를 간편하게 초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카카오뱅크 계좌 유무와 상관없이 초대장을 보낼 수 있어 개방적이고, 귀찮은 서류 제출 절차가 없는 데다 모든 구성원이 앱으로 잔액과 거래내역을 실시간 조회할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각종 회비 관리 기능도 도입했습니다. 회비 내는 날과 금액을 규칙으로 정해 놓고 회비 내는 날 자동 알림이 가도록 설정하거나, 미납자에게 일괄적으로 납부 요청을 보낼 수 있도록 한 게 대표적이에요. 카카오톡으로 캐릭터가 그려진 재치 있는 메시지 카드를 보내는 식이라 총무가 직접 “돈 달라” 이야기하는 부담을 덜 수 있죠. 뒤따라 나온 타사 상품도 비슷한 기능을 갖췄지만, 국민 메신저 앱과의 시너지는 카카오뱅크만의 강점으로 꼽혀요.
일찍부터 시장을 선점한 카카오뱅크는 명실상부 모임통장 ‘최강자’가 됐습니다. 출시 4년 6개월 만인 올 6월 말 기준 고객 수(중복 제외)는 920만 명으로 1,000만을 목전에 뒀고, 잔액은 5조9,000억 원을 달성했어요. 수시입출금통장인 만큼 기본 금리가 연 0.1%로 낮은 점이 아쉽지만, 모임통장을 파킹통장인 ‘세이프박스’에 연결해 예치하면 최대 1억 원 한도로 연 2% 이자를 받을 수 있어요.
'누구나 결제' 토뱅·'최고 연 10%' 케뱅
토스뱅크와 케이뱅크도 각각 올 2월과 8월에 새로운 모임통장 상품을 선보였습니다. 두 은행 모두 카카오뱅크보다 4년 이상 늦은 만큼 신선한 혜택을 앞세워 신규 고객을 불러 모으고 있어요.
토스뱅크 상품부터 볼게요. 카카오뱅크 모임통장이 총무의 수고를 덜어주는 기본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면, 토스뱅크는 구성원 누구나 ‘돈 쓸 권리’를 가지도록 해 차별화를 꾀했어요. 통장 최초 개설자가 아니어도 모임원 전원의 동의를 얻은 ‘공동모임장’이 되면 개인 명의 모임카드를 발급받고 결제 및 송금까지 할 수 있게 한 건데요. 카드 한 장으로 돌려써야 하는 불편함도 없고, 본인 명의 카드 결제에 따른 소득공제 혜택도 각자 가져갈 수 있답니다. 대신 공동모임장은 하루 100만 원까지 거래할 수 있고, 이를 초과하는 거래를 하려면 다른 공동모임장 동의가 필요해요.
이런 기능 덕에 토스뱅크 모임통장은 부부가 함께 관리하는 생활비통장이나 연인 사이 데이트통장으로 특히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출시 5개월 만인 7월 이용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상승세가 가파르죠. 모임 활동에 특화한 카드 캐시백 혜택도 눈길을 끕니다. 구체적으로 △모임(음식점·주점 19~24시 결제) △놀이(노래방, 볼링장, 당구장, 골프장, 골프연습장) △장보기(대형마트) 등 3대 영역에서 1만 원 이상 결제 시 건당 500원을 돌려받을 수 있어요. 통장에 붙는 기본 금리 역시 연 2%로 높은 편이에요.
가장 최근인 8월 28일 출시된 케이뱅크 모임통장은 금리 혜택을 극대화했습니다. 기본금리가 연 2.3%로 국내에서 가장 높아요. 단, 300만 원 초과 금액엔 카카오뱅크와 같은 연 0.1% 금리가 적용됩니다. 이 상품이 내세우는 핵심 기능은 부가서비스인 ‘모임비 플러스’. 모임통장을 가진 모임장이 추가로 개설할 수 있는데, 구성원과 자동이체로 목표 금액을 모으기만 하면 최고 연 10%의 파격적인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어요.
모임비 플러스는 사람이 많이 모일수록(최대 10명) 금리 혜택이 커지는 구조예요. 기본금리 연 2%에 전체 목표 금액을 성공하면 연 3%, 성공한 인원 한 명이 추가될 때마다 연 0.5%씩 우대금리가 더해지거든요. 10명이 참여해 10명 모두 입금을 완료했을 때 연 10% 최대 금리가 적용되는 거죠. 기간은 30~200일, 목표 금액은 1,000만 원 이내로 설정할 수 있고 기존 회비가 들어있는 모임통장과 분리해 별도로 관리할 수 있어요. 모임통장을 운영하면서 계기가 생길 때마다 ‘연말까지 여행경비 500만 원 모으기’ 등 모임비 플러스를 만들면 되겠죠?
시중은행도 참전 채비
세 은행이 출혈 경쟁을 감수하면서까지 모임통장에 공을 들이는 건 시중은행의 급여통장 장악력이 막강하기 때문입니다. 급여통장은 매달 상당량의 자금을 낮은 이자로 손쉽게 유치할 수 있는데, 주로 기업 대출에 강점이 있는 시중은행이 회사와 대출 계약으로 독점해 왔어요. 그 틈새를 파고든 게 바로 모임통장입니다. 모임통장 역시 매월 꾸준히 현금이 들어오고, 여러 사람이 같이 쓰기 때문에 은행을 갈아타기 어려운 ‘끈적끈적한 예금’으로 분류돼요.
수신 관리뿐 아니라 고객을 모으는 마케팅 능력도 탁월합니다. 모임통장 한 개에 모임원 수 명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에요. 특히 인터넷은행 거래를 낯설게 느꼈던 40대 이상 중장년층을 고객으로 유입시키는 효과가 뚜렷했어요. 올 상반기 기준 카카오뱅크 모임통장 고객의 46%가 40대 이상이었고, 토스뱅크 모임통장 역시 40대 이상 고객 비중이 38%를 웃돌았어요.
인터넷은행의 성공을 지켜본 시중은행도 모임통장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금융소비자 선택권은 계속 넓어질 전망입니다. 5월 KB국민은행이 평소 쓰던 통장에 모임 관리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KB국민총무서비스’와 이에 연계한 ‘KB국민총무 체크카드’를 출시하며 신호탄을 쏘아 올렸어요. 모임통장 서비스를 중단했던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새로운 상품 출시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저원가성 예금 확보와 더불어 인터넷은행 대비 뒤처진 앱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끌어올리겠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여요.
모임통장 이자는 누구 소득? Q&A
정리하면 카카오톡 메신저를 활용한 편리성은 카카오뱅크, 공동 모임장을 통한 권한 분산은 토스뱅크, 높은 이자율로 목돈을 굴리기엔 케이뱅크가 유리해 보이네요. 마지막으로 모임통장을 사용할 때 맞닥뜨릴 수 있는 궁금증을 질의응답 형식으로 정리해 봤어요.
Q. 모임통장 이자는 누구 소득으로 신고가 되나요?
“모임통장은 모임주 명의로 된 계좌입니다. 따라서 모임통장에서 발생한 이자 소득은 모임주 개인의 금융소득으로 신고됩니다.”
Q. 모임주에게 압류 등 법적 문제가 발생하면?
“모임통장도 압류 설정돼 출금이 제한되며 강제집행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Q. 모임주를 중간에 바꿀 수 있나요?
“사용 중인 모임통장은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 없습니다. 총무를 변경하고 싶다면 새로운 모임주가 본인 명의로 모임통장을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Q. 미성년 학생도 모임통장을 만들 수 있나요?
“모임통장 개설은 입출금통장 개설이 가능한 17세 이상부터 가능합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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