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발 소낙비에 뚫렸는데…북한 1만6000발 쏘면 '한국형 아이언 돔' 대응 가능할까
하마스 '까삼 로켓'에 속수무책 당해
한국도 2026년 아이언 돔 개발 착수
北 장사정포, 하마스보다 위력 월등
힘 실리는 9·19남북군사합의 폐지론
'요격률 90%' 이스라엘의 최첨단 방어 시스템인 '아이언 돔(Iron Dome)'이 지난 7일(현지시간) 오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속수무책 뚫리면서 한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은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에 대비해 2026년 전력화를 목표로 3조 원을 들여 '한국형 아이언 돔'을 구축 중이다. 하지만 아이언 돔이 5,000발 규모 하마스 로켓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면서 시간당 최대 1만6,000발의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북한의 공격엔 잘 대응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요격률 90%' 아이언 돔, 소나기 공격엔 속수무책
아이언 돔은 이스라엘과 미국이 2007년 초반 공동으로 개발에 나서 2011년 실전 배치한 단거리 미사일 요격 체계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등 무장 단체의 로켓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개발됐다. 각 지역에 배치된 요격 미사일이 적의 로켓포가 포착되면 지상에서 약 70㎞ 떨어진 공중에서 격추하는 방식이다. 돔(Domeㆍ둥근 지붕) 같은 방공망을 형성한다는 의미에서 아이언 돔으로 불렸다.
아이언 돔은 실전 배치 후 90% 이상의 요격률을 자랑하며 효과를 입증했다. 올해 5월에도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쏜 로켓 270여 발 중 3발만 놓치고 대부분 요격에 성공했다. 과거 이스라엘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아이언 돔은 하마스가 쏜 미사일을 공중에서 지그재그로 추격해 마치 불꽃놀이처럼 요격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무적의 방공망' 아이언 돔이 이번 하마스 로켓 공격 방어에 실패한 것은 동시에 많은 로켓이 날아왔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마스는 지난 7일 "첫 20분간 5,000발 이상의 로켓을 쐈다"라고 발표했다. 수천 발의 로켓을 소나기처럼 퍼부은 셈이다. 이스라엘은 10기의 아이언 돔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언 돔 1기에는 요격 미사일 발사대 3~4대가 설치된다. 발사대 1대당 요격 미사일 20발을 발사할 수 있다. 아이언 돔 1기당 최대 80발의 미사일을 쏠 수 있다.
10기가 한 번에 모두 작동했다고 가정해도 최대 800발만 대응 가능하다는 얘기다. 발포 후 미사일을 재장착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하마스의 집중 공격에 미처 대응하지 못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마스가 사용한 로켓에 대응할 이스라엘 요격 미사일 가격도 도마에 올랐다. 하마스가 제조한 '까삼' 로켓 가격은 개당 수백 달러 수준이지만, 아이언 돔의 요격 미사일은 한 발당 5만 달러(약 6,000만 원)를 호가한다. 무작위로 사용하기엔 비용 부담이 커 방어 능력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아이언 돔이 뚫려 이스라엘군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하마스는 감시카메라와 원격 기관총, 레이더 등을 파괴한 뒤 무장 대원들을 투입해 기습 공격을 감행했다.
北 장사정포 시간당 1만6,000발, 직경 600㎜
국내에서 개발 중인 '한국형 아이언 돔'도 북한의 로켓 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군은 북한이 다연장로켓(방사포)과 자주포로 구성돼 있는 장사정포를 모두 동원할 경우 수도권을 향해 최대 1시간당 1만6,000발을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마스의 미사일 발사 규모보다 월등히 많다. 북한은 대남 타격용 장사정포 700여 문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수도권 겨냥용이 300여 문에 달한다.
하마스가 사용한 로켓에 비하면 북한 장사정포의 위력도 훨씬 크다. 하마스가 이번 공격에 사용한 '까삼' 로켓은 직경 55㎜ 정도로 조악하지만, 장사정포는 170㎜의 자주포와 240~600㎜에 달하는 방사포까지 있다. 북한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하는 이유도 뛰어난 장사정포의 공격 능력에서 나왔다고 할 만큼 핵심 위협 무기로 꼽힌다.
'한국형 아이언 돔'이 개발되더라도 북한이 하마스처럼 게릴라식 기습 공격을 한다면 막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 개발 중인 아이언 돔은 약 2,000발의 요격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장사정포뿐 아니라 미사일과 방사포 등을 섞어 동시에 공격에 나서면 아이언 돔으로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다.
김승겸 합동참모의장(육군 대장)은 12일 서울 용산 합동참모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앞으로 북한이 (기습 공격을) 하게 된다면 하마스와 비슷한 점이 많을 것 같다"며 "이스라엘군의 정보 및 감시·정찰 부족과 하마스의 다양한 기만적 수단으로 초기 기습이 성공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9·19합의 폐지가 답?... "北 공세 가능성만 높아져"
정부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참고해 남북이 2018년 합의한 9·19 남북군사합의 폐지에 무게를 싣고 있다. 9·19합의에 따른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군 정찰 기능이 줄어들었다는 판단이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도 10일 "북한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감시·정찰 자산으로 북한군 동향을 보고 있어야 도발 여부를 알 수 있다"면서 "이번에도 이스라엘군이 정찰 자산을 띄워서 계속 감시했다면 그렇게 안 당했으리라 본다"고 강조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12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에서 "북한 장사정포는 시간당 최대 1만6,000여 발의 로켓탄을 쏠 수 있어 북한이 하마스와 같은 게릴라식 파상공격을 할 경우 최전방 지역은 물론 수도권 방어도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라며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며 대책을 마련하고, 9·19 합의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9·19 합의 파기가 남북 간 긴장감을 높이고 북한에 공격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2일 YTN 라디오에서 "우리 군의 고고도 정찰 능력은 이런 합의와 상관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며 "9·19 합의로 휴전선 일대 북한 동향 파악에 조금 제한이 있을 뿐, 감시 자체 능력이 떨어졌다고 보기는 무리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9·19 합의가 파기 되는 순간 북한이 선 파괴에 대한 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에 대한 도발적 행동을 소위 정당화하는 논리로 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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