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은 불황에 강하다더니... 실적 부진에 주가 고전
“소비심리 회복·비용 부담 완화 등 실적 개선 전망”
해외진출·적자 사업부 철수 등 노력
편의점 업계 양대 산맥인 GS리테일과 BGF리테일의 주가가 고전하고 있다. 편의점은 유통업태 중에서도 불황에 강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최근 들어 주가가 떨어지면서 증권가 목표주가가 낮아졌다.
다만, 비용 부담이 완화되고 편의점 업계 전체적으로 점포 수가 증가하는 등 점진적인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이 유통업계 시각이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지난 13일 주가는 한 주당 13만96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4일에는 13만18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지난 1년 동안의 주가 중 최저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20일 21만30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신증권은 지난 6일 BGF리테일의 목표 주가를 22만원에서 19만원으로 14% 하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지난달 27일 이 회사의 목표 주가를 26만원에서 21만원으로 하향했다.
이유는 실적 부진에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 BGF리테일의 연결 기준 매출액이 2조22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894억원으로 2.4% 감소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쟁사인 GS리테일 역시 주가가 하락세다. 지난 2월 20일 종가 3만85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하락해 13일 2만350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7월 26일에는 최저가인 2만50원을 기록했다.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에 부합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업황 부진에 따라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편의점 업계 업황 회복이 더딘 것에 대해 “재화 물가보다 서비스 물가 상승이 더 크기 때문에 국내 소매 유통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코로나 기간 제약을 받았던 해외여행의 수요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트래픽 감소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둔화된 대신, 인건비, 유가 상승에 따라 매장 운영에 들어가는 각종 비용이 상승하면서 부정적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매출을 견인했던 코로나 자가검사키트가 엔데믹 이후 판매량이 줄어든 것이 영향이 컸다”면서 “지난해는 코로나로 외부 활동이 적어 집콕족(집에만 있는 사람), 근거리 쇼핑객, 국내 여행 등 내수 소비가 많았다면 올해는 해외여행 등 외부 활동이 증가한 게 매출 부진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날씨의 영향도 컸다. 편의점은 사람들의 야외활동 빈도가 잦은 3분기가 성수기로 꼽히지만, 이번 여름은 장마가 길어지면서 매출이 부진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편의점은 날씨에 민감한 업종인데 7, 8월 내내 날씨가 좋지 않았다”며 “여행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도권 외 지역 편의점에서는 매출이 상승한 곳도 일부 있지만, 해외여행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수도권에서 매출이 부진했다”고 했다.
그러나 증권가와 편의점 업계는 4분기 이후 업황이 나아질 거라고 입을 모은다. 소비 심리 위축과 ‘런치플레이션(점심 물가 상승)’ 등으로 도시락, 삼각김밥 등 편의점 제품이 잘 팔리는 데다, 저가형 자체 브랜드(PB) 상품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어서다.
점포 수 증가도 편의점 실적 개선에 영향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8월 편의점 3사(BGF리테일, GS리테일, 세븐일레븐)의 편의점 점포 수는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전인 2019년(4.7%)보다 높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편의점 점포 수는 5만4197개에 이른다.
엔데믹 이후 늘어난 해외여행 수요가 정상화될 경우 편의점 업계 실적도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해외여행 수요가 정상화되고, 4분기 각종 지역 축제와 2024 파리 올림픽 등이 소비 심리가 살아나는데 기여해 매출 활성화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즌 상품(특정 시기를 겨냥해 판매하는 물품)에 가까운 PB 상품의 성공과 매장 순증에 기댄 현재의 편의점 전략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는 “편의점이 그동안 협업을 통한 PB 상품으로 성공을 거뒀는데 사실상 시즌 상품에 가까워 새로운 협업을 만들기엔 한계에 부딪힌 것 같다”라며 “매장의 다양한 서비스 확장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 교수는 “단순히 매장 숫자를 늘리는 것에만 그칠 게 아니라 각 지역 특성에 맞는 로컬화나 취급 상품 수(SKU)를 늘리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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