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돌고래에 강까지…자연이 인간에 소송 거는 시대 올까

CBS 오뜨밀 2023. 10. 15.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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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불꽃놀이, 새에게는 치명적 영향
美, 야생동물 번식기엔 불꽃축제 금지하기도
방음벽·유리창 충돌로 죽는 새 年800만 마리
새만금 무리한 개발, 철새 멸종에 원인 제공
제주 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 지정' 논의 중
생태법인 되면 동물이 소송 제기할 수 있어
뉴질랜드, '황거누이 강'에 법적 권리 부여해
아르헨, 침팬지 '동물원 나가겠다' 승소하기도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손희정 문화평론가, 김만권 정치철학자

◇ 채선아> 사회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을 문화평론가와 정치학자의 시각으로 풀어보는 시간입니다. 손희정 문화평론가, 김만권 정치철학자, 두 분 나오셨어요. 안녕하세요.

◆ 손희정, 김만권> 안녕하세요.

◇ 채선아> 이번 주 토요일(14일)이 세계 철새의 날이었는데요. 지난 토요일에는 여의도 세계 불꽃축제 있었잖아요. 그런데 이 새와 세계 불꽃 축제가 연결이 되더라고요. 2021년에 로마에서 불꽃놀이 이후에 수백 마리의 새 시체가 발견됐어요.

◆ 손희정> 정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할 수는 없었다고 해요. 다만 1월 로마에서 불꽃놀이가 성대하게 벌어진 직후에 벌어진 일이고 새 전문가들이 이거 불꽃 축제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는 거죠. 작년에는 세계 불꽃 축제와 세계 철새의 날이 같은 날이라 언론에서도 그렇고 SNS에서도 불꽃 축제가 새한테 안 좋다는 이야기가 많이 공유가 됐습니다.


◆ 김만권> 독일에서 연구한 논문 같은 것들을 보면요. 불꽃놀이가 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2015년에 발표됐어요. 새들이 불꽃놀이에 심리적 그리고 육체적 위협을 받는다고 해요. 인간이 불꽃놀이를 하면 주변 새들이 불안과 공포의 신체 증후를 보이고요. 심박 수도 실제로 증가한대요. 그래서 공황 상태에 빠진다고 하는데요. 소리에 너무 놀라서 방향 감각도 잃고 장애물 같은 데 부딪혀서 상처를 입곤 하는데요. 이 연구에 따르면 사망한 새의 90%가 공황으로 사망했다라고 이야기를 해요.

◆ 손희정> 공황 상태에서 확 튀어 올라서 유리창에 부딪히거나 전깃줄에 걸린다든지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 채선아> 인간도 불꽃축제 가면 그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는데 자그마한 새들은 또 어떻겠나 이런 생각도 드네요.

◆ 김만권> 그런데 불꽃놀이 규모 같은 것들도 좀 봐야 될 것 같은데요. 올해 세계 불꽃 축제 같은 경우에는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열린 거라 원래 원효대교 한강 철교 구간에서 하던 게 마포대교까지 확장이 됐대요. 거기다가 70분간 쏘아올린 폭죽 수가 10만 발이였다고 합니다. 하늘에 새가 10만 마리가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게 엄청날 텐데 폭죽이 10만 개가 터진 거예요. 새들이 70분 동안 그 주변에서 공포나 공황 상태에 빠졌을지 우리가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 손희정> 그리고 불꽃 축제 같은 경우에는 새한테만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고요. 다양한 야생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고 심각할 경우에는 번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요. 그래서 번식기에 불꽃이 터지면 번식을 멈추는 문제가 일어나기도 해서 미국은 번식기에 불꽃 축제를 금지하는 법이 있기도 하고요. 또 폭죽이 터질 때 소리나 불꽃만 나오는 게 아니라 엄청난 화학 약품들이 터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공기의 화학적 오염도 심각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동물한테만 안 좋은 게 아니고 인간한테도 좋지만은 않기 때문에, 1년에 한 번이고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축제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 놓여 있는 문제들을 우리가 함께 생각해 봐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김만권> 게다가 이번에 불꽃 축제가 벌어진 한강공원 같은 경우에는요. 멸종위기종인 흰꼬리수리, 큰기러기, 황조롱이 같은 56종의 겨울 철새가 매년 찾는 월동지라고 해요. 생태적으로 중요한 장소, 새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있는 곳이라 우리가 그 장소도 잘 골라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채선아> 불꽃 축제가 우리한테는 매년 하는 큰 이벤트잖아요. 밤하늘에 수놓는 불꽃을 낭만적으로 생각하는데 새 입장에서는 "또 시작됐다" 혹은 "재앙이 왔다" 이런 느낌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람에겐 좋은데 새들한테는 위협이 되는 게 또 한 가지가 있는데 고층 빌딩의 방음벽이래요.


◆ 손희정> 한 해 투명 방음벽이나 건물 유리창에 충돌해서 죽는 새가 800만 마리가 된다고 하거든요. 한국 같은 경우에 서울의 인구가 940만 명인데 새가 이만큼 죽는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무서운 일이죠.

◇ 채선아> 고층 빌딩이 다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잖아요. 거기에 풍경이 비치면 새들이 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을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 김만권> 말씀해 주신 대로 방음벽 때문에 새가 사망하는 게 800만 마리가 넘고요. 빌딩에 부딪히는 걸 다 합치면 한 해에 거의 1천만 회 이상 충돌이 일어난대요. 저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일어나고 있고요. 거기서 구조되는 개체 수는 0.012%래요. 부딪히면 거의 구조되지 못하고 사망한다고 봐야 되는 것 같고요. 새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방음벽에 스티커 같은 것들을 붙이는데 그 스티커도 기술적으로 잘 붙여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 손희정> 그게 5x10이라는 법칙이 있는데요. 가로로 5cm 세로로 10cm 정도의 간격이 있어야 새들이 통과할 수 없는 간격이라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5cm, 10cm를 띄어서 네모난 스티커들을 촘촘하게 붙여야 유리에 새들이 가서 부딪히지 않는데 요즘 '유리벽에 새 모양 스티커를 붙여놓으면 새가 안 부딪힐 거야'라고 생각하는 건 사실 요식 행위에 불과한 거죠. 효과가 별로 없기 때문에 동물들과 함께 살기 위한 도시를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촘촘한 고려가 필요하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동물에게도 적용돼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 채선아> 고층 건물이 많은 도시가 새들한테 살기 어려운 곳이란 환경을 가지고 있다면 새들이 잘 머물 수 있는 환경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잼버리 사태로 주목받았던 새만금 갯벌 있잖아요. 여기 철새들한테 굉장히 중요한 곳이라고 들었는데 어떤가요?

◆ 손희정> 서해안 갯벌 같은 경우에 8,000년 동안 흙이 쌓여서 만들어진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거든요. 여기에는 수많은 갯벌 생물들과 새들이 서식하고 있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유명한 철새 도래지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도요새 같은 경우에 뉴질랜드를 떠나서 멀리까지 날아갈 때 거의 1만 km를 쉬지 않고 날아간대요. 그런데 그때 딱 한 번 쉬는 곳이 서해안 갯벌인 거죠.

그렇게 쉴 때 먹이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결국 죽게 되는데 서해안 갯벌을 새만금 간척 사업하면서 다 메워버렸잖아요. 그래서 도요새 멸종에 한국의 간척 사업이 원인을 제공한 부분들이 있고요. 최근에 개봉했었던 황윤 감독의 <수라>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새만금 갯벌 사업이 다 진행되기 전에 도요새가 서해안에 와서 나는 군무를 보여주는 장면이 다큐에 들어가 있거든요. 너무 아름다운데 그 장면이 이제 볼 수 없는 장면이 된 거죠. 우리가 그 갯벌을 메워버렸기 때문에.


◇ 채선아> 이제 새들은 어디로 가나요?  

◆ 손희정> 그러니까요. 그런데 그 <수라>라는 다큐멘터리가 정말 놀라운 건 뭐냐면 새만금의 갯벌이 다 사라진 게 아니라 마지막 갯벌이 하나가 남아 있는데 그게 바로 '수라'거든요. 이름이 '비단을 새긴 수 같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새만금 신공항 얘기 한참 나왔었잖아요. 정부가 '수라'에 새만금 신공항을 지으려고 부지 선정하면서 활동가들이 반대하기도 했었는데 이번에 잼버리가 파행되면서 신공항 건설은 물 건너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죠. 우리가 훨씬 더 관심을 가지고 '수라'를 지키는 목소리를 함께 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채선아> 지금까지 새를 통해 나눈 이야기들을 종합해 보면 결국 인간과 동물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 또 동물의 권리는 무엇인가, 동물의 정치적 권리에 대해서는 우리가 어떻게 판단해야 될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 김만권> 동물권이라는 아이디어를 본격적으로 부각시키고 제시하고 구체화한 사람은 피터 싱어라고 하는 아주 유명한 공리주의자예요. 공리주의를 살펴보면 우리 인간사를 지배하는 두 개의 것이 있으니 하나는 쾌락이고 하나는 고통이다, 그래서 쾌락과 고통을 느끼는 모든 주체에게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이야기하거든요.

우리 정치사에서 공리주의가 정말 중요한 게 공리주의 이전에는 투표권이 남성들밖에 없었어요. 남성 부자, 귀족들. 그런데 가난하건 젊건 늙건 여성이건 상관없이 고통과 행복을 느끼는 주체는 다 권리가 있어야 된다. 그 권리는 다 똑같다고 이야기하면서 등장했던 게 공리주의였거든요. 이런 발상이 인간에서 동물에게 넘어가는 거죠. 동물도 고통과 행복을 느낀다면 마땅히 권리가 있어야 된다는 게 공리주의적 발상이었어요.

그래서 동물권이 등장하게 되는데요. 공리주의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약점이 행복과 고통을 비교했을 때 행복이 더 큰 행위라고 선택하는 거거든요. 동물 실험을 해서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예를 들면 팬데믹 같은 상황에서 동물 실험 같은 건 허용하는 거죠.

◇ 채선아> 거기서 동물권은요?

◆ 김만권> 그런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동물권이 제대로 방어될 수 없는 상황들이 만들어지니까 1980년 대에 '톰 리건'이라는 아주 유명한 동물권 학자가 있어요. 이 사람은 "동물이건 인간이건 자신들이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삶의 경험이 있고 그 경험 안에서 자기들의 내재적 가치 같은 것들이 생긴다"라고 이야기하거든요. 인간이건 동물이건 다 내재적 가치를 갖는다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권리를 동물들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내재적 가치를 가진 존엄한 존재로서 우리가 동물들을 보호해야 된다고 이야기하는 거죠. 이렇게 존엄한 존재는 다 보호해야 된다는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동물 실험이나 집단 축산에 대해서 반대할 수 있는 근거들이 서게 되는데요. 이것도 문제가 뭐냐면 동물이 가지는 주관적 삶의 경험을 인간이 뭔지를 모르는 거예요.  

제주남방큰돌고래 (연합뉴스)


◆ 손희정> 굉장히 어렵죠. 그런데 어쨌든 한국에서 최근에 동물에게도 법적인 권리를 인정해 줘야 된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어요. 제주도 남방큰돌고래의 '생태 법인'을 허가하자는 논의가 제주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거든요. 우리에게 제일 잘 알려진 남방큰돌고래가 제돌이입니다. 이렇게 생태 법인을 부여하자는 건 동물을 법적인 사람, 즉 법인격으로 인정하자는 논의인데요. 일정한 목적을 위해서 결합한 사람의 단체를 사단 법인. 일정한 어떤 목적에 바쳐진 재산에 법적 인격을 부여하는 것을 재단 법인이라고 할 때 동물에게도 법인격을 주자고 하는 거죠. 재단 법인처럼 재산에도 인격이 부여되는 사회에서 왜 동물에게 인격을 부여하는 것은 안 되냐 이런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 채선아> 실제로 소송이 여러 건 있지 않았나요?

◆ 손희정> 2018년에 문화재청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산양을 소송의 주체로 걸어서 하기도 했는데요. 동물의 판단이나 주관적인 경험을 인간이 이해할 수 없다면서 기각되기도 했고요. 만약 생태 법인이 가능해진다고 하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헌법 소원을 제기할 때 남방큰돌고래를 포함해서 고래 164마리를 청구인에 넣었거든요. 지금까지의 판례로 보면 기각될 텐데 만약 돌고래가 생태 법인이 될 수 있다면 소송의 주체로 나설 수 있게 되는 부분들이 있어요. 그러면 남방큰돌고래 같은 경우에 이들을 위협하는 개발 행위에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고 기후위기 등에 맞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법적 계기가 만들어질 수도 있겠죠.  

제가 흥미롭다고 생각한 건 생태 법인 자체가 작년에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제주도정의 주요 안건으로 제시하면서 굉장히 화제가 되고 1년 동안 활발하게 논의를 진행해 온 거죠. 남방큰돌고래에게만 한정할지 아니면 남방큰돌고래 케이스를 플랫폼으로 삼아서 제주에 있는 다양한 동물들과 생물들로 확장할 것인지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해요. 생태 법인을 시도하는 게 세계 최초예요. 이 점에서 좀 주목해볼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런데 이런 식의 동물이나 자연물에게 법적인 권리를 부여한 게 세계 최초는 아니거든요.

◇ 채선아> 다른 나라도 그런 경우가 있었나요?

◆ 손희정> 뉴질랜드의 경우에 황거누이 강. 그러니까 강한테 법적 권리를 부여했어요.

◇ 채선아> 우리로 치면 한강한테?

◆ 손희정> 그렇죠. 이런 강에게 권리를 줬는데 원주민들이 그곳에서 풍요롭게 여러 가지 자원들을 얻으면서 공존하고 있었던 강이에요. 뉴질랜드 근대 국가가 만들어지면서 이 강을 착취하고 개발하는 것들에 반대하면서 원주민들이 이 강의 권리를 주장했었고 1870년부터 운동이 시작됐다고 하더라고요. 최근에 와서 법적 권리가 인정이 된 건데 법적 권리를 인정한 논리가 너무 흥미로운데요. 이런 식의 얘기를 하더라고요. "강 자체가 모든 물리적 형이상학적 요소들을 통합하는, 분리할 수 없는 살아있는 전체다." 그래서 권리를 인정한다는 거죠. 그동안 인간이 자연을 완전히 타자화시켜서 개발하고 착취하는 대상으로만 생각했었던 거잖아요. 그런데 침해할 수 없는 총체로 인정했다는 게 굉장히 흥미롭더라고요.

◆ 김만권> 너무 아름다운 말이라서 듣는 순간 울컥했는데요. 너무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가 생태 법인 이야기했잖아요. 결국은 생태적 가치가 큰 동물이나 식물에 자연환경의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인데요. 한편으로는 좋은 제도 같지만 한편으로는 결국은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이나 자연 환경에 인간이 행하는 마지막 대응이잖아요. 마지막 대응을 하는 것조차도 마치 우리 인간들의 권리처럼 권리를 부여해야만 가능해지는 이런 상황들, 그런 것들이 좀 안타까운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인간들이 자연에 얼마나 깊숙히 들어가 있고 그 모든 것들을 다 권리화시키고 있다는 건 한편에서는 인간들이 자연을 다 소유하고 있는가, 자연을 소유하고 하나하나 다 통제하고 있는가 이것들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저는 생태 법인이 너무 좋은 일이고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도 하고 동물권이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모든 것들을 다 인간이 하는 방식으로 환원시켜야 보호가 되는 상황이 우리가 얼마나 인간 중심적 세계를 만들어 놓고 살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 손희정> 저는 이 얘기를 들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에 모든 것의 사법화를 걱정하잖아요.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 이런 것들을 걱정하는데 결국은 동물의 권리도 인간의 권리 언어, 사법적 언어로 얘기하지 않으면 지킬 수가 없구나. 굉장히 혼란스러운 부분이죠.

◇ 채선아> 얘기를 들으면서 혹시 이게 또 이용되지 않을까? 이런 걱정도 드네요.

◆ 손희정> 생태 법인이 되면 동물이 자기를 인간의 언어로 대변할 수는 없기 때문에 후견인을 지정하게 되는데요. 지정되는 후견인이 또 그걸 이용해서 어떤 사익을 취한다든지 이럴 수도 있는 가능성은 늘 열려 있기 때문에 그것도 어떻게 제도적으로 잘 만들 것인가가 과제인 것 같고요.

다만 지금 한국에서 동물은 물건이거든요. 그래서 차나 이런 데 동물이 갇혀 있을 때 동물을 구하기 위해 차를 파손하면 재물손괴죄예요. 그런데 동물이 생명으로 인정받게 되면 사실은 구조를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가능성들이 열리거든요. 그래서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는데 생태 법인은 또 하나의 의미가 있겠다 싶기도 했어요.

◇ 채선아> 2014년에 아르헨티나에 있던 일인데요. 동물원에 갇혀 있는 오랑우탄이랑 침팬지가 '나 풀어줘' 하고 소송을 낸 일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걸 법원이 받아들였어요. 심지어 2019년에 얘네가 미국으로 이민 갔어요. 저는 이 일이 가능했다는 것조차 너무 신기했고요. 찾아보니까 그 법원에서 이 오랑오탄과 침팬지를 비인간 인격체로 인정했다고 하더라고요.

◆ 손희정> 저희도 생각해 보면 동물원을 탈출했던 얼룩말 '세로' 같은 경우에 그때 '세로가 봄소풍을 나왔네'라면서 의인화 한다든지 어떤 정치인은 자기를 세로에 비유하면서 '나는 뚜벅뚜벅 걸어 나가겠다'고 한다든지 저는 이거 정말로 나쁜 도둑질이라고 생각해요. 세로의 상황을 갈취한 거죠. 그런데 한국에서 만약에 비인간 인격체로 인정해 준다면 세로도 의견을 표현할 수 있었겠죠.

◆ 김만권> 그 행위 자체가 나를 풀어달라는 행위로도 해석할 수 있고요. 그 얼룩말 이름이 세로였듯이 그 오랑우탄의 이름은 '샌드라'였고 침팬지의 이름은 '세실리아'였어요. 그렇게 부르면 좀 다르게 다가오는 같아요.

◇ 채선아> 저희가 완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동물의 삶을 이해해 보려는 노력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 여기서 두 분과 인사 나눌게요. 함께해 주신 두 분 고맙습니다.

◆ 손희정, 김만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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