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심화수학 신설될까…"사교육 우려" vs "첨단인재 양성 기반"

김수현 2023. 10. 15.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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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분Ⅱ+기하' 심화수학 절대평가 방식 도입에 찬반양론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발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발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이 공개된 이후 심화수학 신설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심화수학 도입을 반대하는 쪽에선 사교육 증가 우려가 적지 않다며 부정적인 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첨단 인재 양성을 위해 수학적 사고력이 중요해지는 만큼 심화수학 신설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현 중학교 2학년에게 적용되는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하면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심화수학 영역 신설을 검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선택과목이 사라지는 2028학년도 수능부터는 수학 영역에서 수험생들이 모두 똑같은 문항으로 시험을 보게 된다.

출제 범위는 수학Ⅰ, 수학Ⅱ(이상 공통과목),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이하 선택과목)에서 대수,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로 좁혀진다.

교육부가 검토 중인 심화수학 도입안은 출제 범위에서 사라지는 미적분Ⅱ와 기하를 시험 범위로 한다.

현재 영어, 한국사, 제2외국어/한문 영역과 같이 절대평가 방식 도입도 고려된다.

6월 모의평가 보는 수험생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열린 지난 6월 1일 오전 서울의 한 학원에서 수험생들이 문제를 풀고 있다. [공동취재. 연합뉴스 자료사진]

"학습 부담 2배 이상…수학 흥미·자신감 떨어져"

심화수학 도입안을 두고 일부에서는 사교육이 폭증할 우려가 있다며 벌써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선택과목 체제인 수능 수학 영역에서 수험생은 공통과목 두 과목과, 선택과목 세 과목 중 한 과목을 골라 시험을 본다.

수험생 한 명이 총 세 과목을 공부하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심화수학이 편성되면 수학 영역에서 세 과목, 심화수학으로 두 과목 등 총 다섯 과목을 공부하게 돼 학습량이 급증할 수 있다.

결국 어릴 때부터 미리 학습하지 않으면 고등학교 때 따라잡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선행 사교육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상위권 수험생의 학습량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

심화수학이 신설될 경우 의약학 계열·서울 주요 대학은 변별을 위해 심화수학 응시자에게 가점을 주는 방식 등으로 사실상 필수 영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028 대입 개편 때 적용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확률과 통계, 기하는 이전보다 어려운 학습 내용이 늘어난 상태여서 실제 학습 부담은 두 배 이상이 될 것"이라며 "사교육이 성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지 않아도 수학 교과에 대한 우리나라 학생들의 흥미·자신감 등의 성취도가 세계 최하위인 상황에서 수학 학습 부담 증가는 최악의 상태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등학교 교육과정 편성에 파행을 불러와 고교학점제 도입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심화수학이 수능에 편성되면 수학 출제 범위인 다섯 과목 모두를 고2, 고3에 편성해야 하고, 이렇게 되면 어떤 학기에는 수학을 두 과목 편성해야 한다"며 "수학 교과 편성 때문에 다른 과목 편성이 심하게 꼬이게 되는 기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6월 모의고사 준비하는 수험생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치러진 지난 6월 1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자료사진]

"현 인문계 수준으로만 공부…범위 좁으면 킬러문제만 생겨"

그러나 이공계 전문가들은 심화수학이 도입되지 않을 경우 학생들이 고교에서 쌓을 수 있는 수학적 소양이 지나치게 얕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심화수학이 신설되지 않으면 2028학년도 수능부터 수학 영역 출제 범위는 현재 인문계열 수험생 수학 수준에 그친다.

이공계열 수험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미적분 심화 영역이나 기하가 빠지게 돼서다.

이는 첨단 분야 인재 양성이라는 국가적 방침과 세계적 흐름과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주목받는 인공지능(AI), 데이터사이언스에는 모두 수학적 개념이 중요한데, 심화수학이 신설되지 않을 경우 10대 시절 수학적 소양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학생들이 양산될 것이란 우려다.

결국 대학 진학 후 수업을 따라가기 벅찬 학생들이 늘어나고, 장차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고자 수년째 수학 교육과정과 수능 출제범위가 축소됐지만 수포자는 줄어들지 않았고 사교육비 감소 효과도 눈에 띄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금종해 고등과학원 석학교수는 "(수학 출제범위 축소는) 경쟁국들 속에 혼자 역행하는 것"이라며 "1980년대 고교 이과생과 비교해 현재 배우는 내용은 30% 이상 삭감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출제 범위가 줄어들다 보니) 최상위권 변별을 위한 문제 제작 기술만 발전해 학생들의 기만 죽이고 있다"라며 "학습 내용을 회복시키고 시험을 쉽게 내서 학생들이 수학에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고 강조했다.

사교육비 증가 우려에 대해서는 "수학이 어려울수록 사교육비가 증가한다는 논리는 맥을 잘못 짚은 것"이라며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구구단만 학생들한테 가르친다고 해서 사교육비가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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