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효 끝난 워크아웃제도…'금융권 자율협약' 이달 가동키로
금융위, "재입법 추진" 방침 정해…'폐지 vs 상시화' 논란은 반복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채새롬 기자 = 워크아웃 관련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15일 일몰되면서 정부는 이달 중 채권금융기관들이 참여하는 자율 운영협약을 가동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지원 종료 및 경기 여건 악화로 기업들의 구조조정 압력이 커진 상황이라 최대한 빠르게 '플랜 비(B)'를 운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자율협약은 금융권 약속을 기반한 것으로 법적 구속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당분간 구조조정 시장에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업 구조조정 추진 근거 잃어…임시 협약으로 '급한 불 끄기'
금융당국과 국회에 따르면 5년 한시법인 기촉법은 이날 일몰돼 효력을 상실한다.
기촉법은 외환위기를 거치며 워크아웃 제도 시행을 위해 2001년 한시법으로 제정됐다. 이후 실효와 재제정을 거치며 6차례 운영된 후 또다시 일몰을 맞게 됐다.
워크아웃은 채권단이 75% 이상 동의로 일시적 유동성을 겪는 기업에 만기 연장과 자금 지금 등을 해주는 제도다.
기촉법 일몰 이후 출현하는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수단은 사실상 법정관리(회생절차)만 남게 된다.
법정관리는 대규모 채무 탕감이 불가피한 회사가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수주 계약 해지나 외환 거래 중단, 입찰 참여 제한 등 상거래도 지속되기 어렵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기업들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정상화를 위해 기촉법 재입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채권금융기관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기업구조조정 운영 협약을 체결해 입법 공백기에 대응하기로 했다.
은행권의 경우 이미 '채권은행 운영 협약(은행연합회 모범규준)'이 있어 기촉법 실효 후에도 공동관리 절차를 통한 워크아웃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다른 금융권의 경우에도 기촉법 실효에 대비한 자율협약안을 이미 마련해 뒀으며 이달 중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각 협회가 자율협약 필요성을 공감해주고 있으며 사전 협의를 충분히 한 상태"라며 "과거 실효 시에도 자율협약으로 워크아웃 수요에 대응했던 선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율협약의 경우 법적 구속력이 없고 채권자 범위도 금융회사로 한정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구조조정이 어려운 한계가 존재한다.
상장사 5곳 중 1곳이 한계기업인데…산업계 타격 우려도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의 줄도산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금리·고물가· 고환율의 복합 경제 위기 속에서 한계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 수요가 계속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한계기업 비중을 분석한 결과 작년 말 기준 국내 상장사 중 17.5%가 한계기업으로 조사됐다.
상장사 5곳 중 1곳이 영업활동으로 이자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것이다.
은행권이 매년 신용 공여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위험평가 결과 부실 징후 중소기업은 2019년 201개에서 2021년 157개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183개로 다시 늘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의원실이 대법원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전국 법원에서 접수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천34건이었다.
이는 작년 동기(652건) 대비 54% 급증한 수치다. 지난해 연간 건수(1천4건)보다도 많고,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던 2020년 1천69건에 육박했다.
금융위는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 보고한 자료에도 "최근 경제 여건 악화 속에 코로나19 지원 종료로 인한 한계기업 증가 전망을 감안할 때 워크아웃 제도 존치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워크아웃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대비 구조조정 성공률이 높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금융위가 2012~2021년 기업은행에서 선정한 부실징후기업 1천348곳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워크아웃 구조조정 성공률(34.1%)이 회생절차 성공률(12.1%) 대비 높았다.
5년 주기로 재연장 두고 논란…법원행정처 반대도 부담
그러나 5년 주기로 기촉법 일몰 기한이 돌아올 때마다 법 존속 여부에 대한 사회적 논란은 반복되고 있다.
한시법의 형태로 재연장을 반복하는 것보다는 상시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촉법을 없애고 법정관리로 구조조정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견해도 맞선다.
법원행정처는 워크아웃에 동의하지 않는 채권자에 대한 재산권 침해 등 위헌적 요소를 지적해왔다.
구조조정 절차에서 금융 채권자 권한이 우선시되면서 채무기업이 사실상 배제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2011년 법 개정을 통해 반대 채권자에 대한 권리 보호를 강화하는 등 문제 소지 대부분이 제거됐다는 입장이다.
채무자가 배제된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도 채무자 신청이 있어야만 워크아웃이 개시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워크아웃은 법원 주도의 회생절차와 경쟁하는 관계가 아닌, 기업에 추가적인 '선택지'를 준다는 차원으로 이해돼야 한다"며 "회생절차와 차별화되는 고유의 장점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sj9974@yna.co.kr, srch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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