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시계제로’… 과거 재보선 승패와 총선 상관관계 살펴보니
내년 총선 승리는 확답 못 해
2011년 서울시장 선거, 박원순 승리했지만
2012년 총선에서 與가 승리
‘혁신’하는 당이 내년 승기 쥘 것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7%포인트(p) 차이로 대승했다. 참패한 국민의힘은 혁신 기구 출범을 고려하는 등 총선 대비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상황은 다르지만, 여야는 모두 ‘겸허한 자세’를 언급하며 자세를 낮추고 있다. 이번 선거가 ‘총선 전초전’으로 불리며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졌지만, 6개월 정도 남은 총선 승리까지는 많은 기회와 고비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에도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총선에서 패배한 사례가 있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1일 치러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교훈 당선인이 56.52%,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가 39.37%를 득표하며 진 당선인이 승리했다. 진 당선인과 김 후보의 격차는 17.15%p였다.
큰 차이로 진 여당은 후폭풍에 휩싸였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2일 “선거 패인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총선 승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결과를 존중하고 겸허히 받아들여 성찰하면서 더욱 분골쇄신하겠다”고 했다. 또 당 쇄신을 위한 기구 출범을 고려하는 등 총선 대비책을 고심 중이다.
반면 야당에서는 ‘완승’이라는 평가에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진 당선인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되자 ‘더 겸허히 민심을 받들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 위대한 승리이자 국정실패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다. 민주당의 승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세를 낮췄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향후 양당의 혁신 정도에 따라 내년 총선의 향방은 얼마든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도 재·보궐선거에서 큰 승리를 거둔 이후 총선에서 패배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MB 정부 시절 치러진 2011년 재·보궐선거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찬반 투표 여파로 사퇴하자,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여기서 야권은 ‘MB정부 심판론’을 내세우며 연대했고, 그 결과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7%p 격차로 나경원 후보에 앞서며 승리했다.
당시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은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며 공천 과정에서 잡음을 빚었다. 또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고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철회하겠다고 하는 등 정책 일관성도 지적됐다.
반면 위기감이 고조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은 박근혜 전 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이어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당시 26세의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를 비대위원으로 영입하는 행보를 펼쳤다. 그 결과 총선에서는 새누리당이 152석을 차지하고 민주통합당이 127석을 획득하며 ‘여대야소’ 국회 지형이 만들어졌다.
2016년에 치러진 20대 총선에서는 반대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이 보궐선거를 이겼음에도 쓴맛을 봤다. 20대 총선 전 치러진 2015년 4월 29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은 4곳 중 3곳에서 승리했다. 새누리당은 재·보궐선거까지 선거에서 7연승을 이어가고 있었다. 당시 새누리당이 차지한 지역구는 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중원, 인천 서구강화을 등으로 전통적인 야권 강세 지역인 만큼 ‘압승’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내에서 친박계와 비박계 간 갈등이 고조되며 ‘진박감별사’ 등의 신조어를 낳았고, 공천 관련 잡음이 새어 나오며 참패했다. 여당이었던 새누리당(122석)은 더불어민주당(123석)에 원내 1당 자리를 내줬고, 국민의당이 38석을 얻으며 캐스팅보터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이번 강서구청장 선거를 계기로 혁신을 추진하는 당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총선에서 공천이 잘못되면 결과가 뒤집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구조적으로 현재는 여당보다는 야당이 유리한 국면이긴 하지만 6개월 동안 어느 정당, 어느 정치 세력이 절박한 마음으로 혁신과 새로움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총선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지금 이 여론이 내년 총선까지 간다고 생각하는 건 바보 같은 생각”이라며 “이번 선거로 6개월 앞두고 수도권 민심을 확인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에 대해 혁신과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에 이 민심을 반영해 총선을 대비하면 국정 안정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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