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人]⑩ 이 카드 없이 해외 가면 바보?… 김형우 트래블월렛 대표 “수수료 없고 외화 바로 사용”
수수료 없고, 외화 바로 사용 가능해 인기
“중간 과정 없애고 자동화로 수수료 낮춰”
B2B 서비스 집중…일본 등 해외 진출도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당시엔 정말 힘들었지만, 지금 보니 기회였습니다.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트래블월렛은 일부 해외 직구족만 아는 플랫폼이었습니다. 이용자 수도 많지 않았습니다. 팬데믹이 오자 국경이 막히게 되면서 상황은 더 악화했죠.
그래서 팬데믹 동안엔 내부적으로 시스템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했습니다. 그리고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이 왔고, 트래블페이가 대박이 났죠. 트래픽이 어마어마하게 몰려드는 데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이유는 팬데믹 동안 시스템을 고도화한 게 큰 것 같아요.”
최근 해외여행 필수품으로 꼽히는 환전·해외 결제 플랫폼 트래블월렛의 김형우 대표는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국제교류가 얼어붙었던 지난 2~3년간의 어려움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트래블월렛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또는 실물 카드 ‘트래블페이’를 통해 38개국 통화를 환전하고, 전 세계 1억 곳의 비자(VISA)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환전 시 달러·유로·엔화는 무료, 그 외 통화는 국내 최저 수준인 0.5~2.5%의 수수료로 환전할 수 있다. 해외 결제 시 수수료는 0%다.
무엇보다 은행이나 환전소를 찾을 필요 없이 바로 외화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트래블월렛은 최근 20~30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트래블페이 카드는 올해 2월 누적 발급 100만장을 돌파한 데 이어 6월 200만장, 8월 260만장을 기록했다. 2021년 94억원에 불과했던 연간 결제액은 지난해 2100억원으로 뛰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5900억원의 거래가 이뤄졌다.
김 대표는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를 넘어 기업 간 거래(B2B)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금융 설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트래블월렛의 주요 수익원은 가맹점 수수료인데, 올해 하반기부턴 B2B 서비스가 매출에 반영되고 있다.
그는 “외부에선 트래블월렛이 여행을 위한 서비스가 전부인 회사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아니다”면서 “창업 초기부터 기존 외환 시스템이 낙후되고 비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이를 10배 개선한 설루션을 기업에 제공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트래블페이는 이 설루션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일종의 샘플이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확신은 그의 이전 경력에서 비롯됐다. 1985년생인 김 대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국제금융센터에서 외환·파생상품 전문 연구원으로 일했다. 이후 런던비즈니스스쿨에서 금융공학 석사를 취득한 뒤 삼성자산운용에서 글로벌 펀드매니저·외환리스크 관리 책임자를 거치며 외환 분야의 문제점을 체감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 일문일답.
―어떤 기업이 주 고객인가.
“지급 결제 분야에서 정보기술(IT)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 기업이다. 대부분의 큰 회사는 시스템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일부분을 바꾸려고 해도 사전 검사에만 6개월, 1년이 걸린다. 게다가 실제로 해당 부분을 수정했을 때 그룹사 전체 시스템이 다운될 가능성도 크다. 이 때문에 혁신적인 제품이나 빠른 상품 피드백이 어렵다. 트래블월렛의 클라우드 기반 설루션을 이용하면 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어려움은 없었나.
“창업 초기엔 자체적인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협업할 은행·카드 등 금융사를 수십 곳 찾아다녔다. 대부분은 흥미로워했지만, 문제는 역시 기존에 구축된 거대한 IT 시스템이었다. 트래블월렛이 제시한 체계로 기존 시스템을 바꾸려면 결국 그룹 전체 시스템을 고쳐야 했다. ‘카드사를 새로 하나 세워야 한다. 근데 이게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럴 수 없다’는 게 중론이었다.
2~3년 동안 실제 개발까지 갔던 여러 프로젝트가 무산되기를 반복하면서 반쯤 포기 상태가 됐다. 너덜너덜한 상태에서 오스트리아의 이름 모를 시골로 도망갔다.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 있다가 답답하면 동네 한 바퀴 걷고 다시 눕고를 반복했다. 그런데 4, 5일쯤 지났을까 같은 번호로 전화가 계속 왔다. 그동안 모든 전화를 무시했지만, 중요한 건인가 싶어 받았다. 그게 비자였다.”
―그 전화가 전환점이 됐겠다.
“맞다. 알고 보니 비자가 우리 회사가 구상한 것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로 국내 카드사를 다 돌았는데, 역시 모든 곳에서 거절을 받았다. 이유를 물어봤더니 ‘트래블월렛이라는 업체가 이미 왔다 갔는데 그때 시스템상 안 된다는 답을 받아놨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비자가 지원할 테니 카드사 안 끼고 직접 해볼 거냐고 물었다. 비자의 핀테크 지원 프로그램인 ‘핀테크 패스트트랙(Fintech Fast Track)’ 첫 수혜사가 될 기회였다.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바로 비행기표를 바꿔 서울로 돌아가 지금의 트래블월렛을 만들었다.”
―수수료 ‘제로(0)’가 어떻게 가능한가.
“기존 환전 및 결제 시스템을 단순화해 기존 국내 카드 상품보다 수수료를 2.5%포인트 넘게 낮췄다. 그동안 환전에서 결제에 이르는 과정엔 국내 및 현지 은행, 카드사 등 관여된 사업자가 많았다. 그런데 선불식 충전 방식을 도입하고 비자 카드 발급에 대한 라이선스를 취득하면서 불필요한 중간 과정을 없애고, 트래블월렛이 대부분을 다이렉트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또 사람 손을 많이 타던 복잡한 업무를 자동화한 점도 비용을 줄였다.”
―선불식 충전 방식이면 소비자 보호 방안은 어떻게 되나.
“전자금융업 등록 업체로서 금융감독원 하에 고객 선불 충전금과 결제 대금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 고객들의 선불충전금은 금융감독원 규정에 따라 분리 보관되고 있으며, 보증보험 가입을 통해 고객들의 충전금과 결제 대금을 완전히 보호하고 있다. 여기에 추가로 오픈뱅킹 관련 금융결제원의 감독도 받고 있어 사실상 100% 이상 보호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난 5월 클라우드 기반 B2B 지급 결제 설루션을 출시했고, 내년 초까지 순차적으로 8, 9개 금융사가 이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미 8월엔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와 ‘PaaS(Payment as a Service) 플랫폼’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PaaS란 결제·정산 등 설루션을 필요로 하는 고객사에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사업 모델을 의미한다. 글로벌 시장에선 일본을 시작으로 북미·유럽 등 해외 진출도 시작할 계획이다.”
☞김형우 트래블월렛 대표는
▲고려대 경제학과 ▲런던비지니스스쿨 금융공학 석사 ▲국제금융센터 외환·파생상품 전문 연구원 ▲삼성자산운용 글로벌 펀드매니저·외환리스크 관리 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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