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금융人]③ 김예림 NH농협은행 과장 “SNS 팔로워 1위 비결은 농협답지만 농협답지 않은 콘텐츠”

김수정 기자 2023. 10. 15.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NH농협은행 공식 SNS 팔로워 370만명
자유롭고 수평적인 문화가 아이디어 원천
“농협은행이 이런 콘텐츠도 만드네 듣고 싶어”
시중은행, 잘파세대 잡기 위해 SNS 활용
지난 12일 서울 충정로1에 위치한 NH농협은행 본점영업부에서 SNS팀이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NH농협은행 제공
“콘텐츠 제작 후 업로드할 때 고객으로부터 ‘NH농협은행이 이런 콘텐츠도 만드네?’란 이야기를 듣는 게 저희 팀 목표다. 단순히 은행의 소셜미디어(SNS)가 아닌 농협은행이 올리는 영상이 고객과 친근하게 적극 소통하는 인플루언서가 되고자 한다.”

NH농협은행 SNS팀에서 콘텐츠 기획 및 제작 업무를 맡는 김예림 농협은행 SNS팀 과장을 지난 12일 서울 충정로1가 농협은행 본점영업부에서 만났다. 김 과장은 “2011년 국내 금융시장에 은행 유튜브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은행 SNS는 은행 이미지나 금융상품을 광고하는 채널로 한정됐다”며 “그러나 이듬해 본격적으로 유튜브 시장에 발을 넣은 농협은행은 지금까지 다양한 비금융 콘텐츠를 제작하며 구독자 수를 끌어모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시중은행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SNS를 플랫폼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시중은행이 제작하는 콘텐츠의 주요 타깃은 잘파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태어난 Z세대와 2010년 이후 출생한 알파세대의 합성어)다. 이들은 TV, 잡지 등 전통적인 매체보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스마트폰 기반 소셜미디어를 선호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유튜브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4115만명으로 나타났는데 이 중 상당수 사용자가 잘파세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시중은행이 잘파세대 공략에 공을 들이는 데는 미래 잠재 고객 확보를 위해서다. 현재 잘파세대는 딱딱하고 오래된 시중은행보다 젊은 감각을 내세운 인터넷전문은행에 더 친숙함을 느낀다. 실제 카카오뱅크 청소년 선불카드 ‘미니’ 가입자 수는 지난 6월 말 기준 180만명으로 이는 만 14~18세 인구의 77%에 달한다. 청소년기 첫 거래 은행은 성인이 된 후 주거래 은행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카카오뱅크의 만 19~20세 미니 이용 고객 중 카카오뱅크 계좌를 개설한 고객 비중은 70%에 이른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도 SNS를 활용해 젊고 친근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됐다.

농협은행은 은행권 가운데 가장 많은 SNS 팔로워 수를 보유하고 있다. 농협은행 공식 SNS 계정 팔로워는 370만명에 달한다. 유튜브 구독자 수가 70만명,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팔로워 수가 각각 95만명, 204만명에 이른다. 다른 시중은행 공식 SNS 팔로워 수가 ▲신한은행 219만명 ▲국민은행 212만명 ▲우리은행 84만명 ▲하나은행 77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150만~290만명가량 팔로워 수 차이를 보인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유튜브의 경우 지난 2018년 11월 구독자 10만명을 넘긴 후 3년 만인 2021년 50만명을 달성, 2년 후인 현재 70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충정로1에 위치한 농협은행 본점영업부에서 김예림 SNS팀 과장이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농협은행 제공

김 과장은 농협은행 팔로워 수 비결에 대해 ‘농협답지만 농협답지 않은 콘텐츠’를 꼽았다. 농협은행 SNS팀은 영상과 함께 이벤트도 기획·제작한다. 농협은행은 고령층 고객이 많은 만큼 ‘올드하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SNS팀은 이러한 농협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최근 인기 있는 유튜버를 섭외하거나 유행하는 밈(meme·인터넷에서 모방 형태로 전파되는 유행)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러면서도 농협은 농촌과 지역사회에 뿌리를 둔 은행인 만큼 SNS팀은 농촌체험이나 특산물 관련 이벤트로 농협 본연 가치를 실현하고자 한다. 다음은 김 과장과 일문일답.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다양한 금융·비금융 콘텐츠를 제작하고자 노력한다. 유행을 끌 만한 콘텐츠를 제작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회사생활에서 공감할 만한 인스타툰(인스타와 웹툰의 합성어)이나 최신 트렌드에 대해 설명하는 ‘NH트렌드 연구소’ 등 콘텐츠를 제작했다. 유튜브의 경우 농협은행이 후원하는 프로골퍼 선수들이 직접 골프를 설명하는 ‘골프 일타강의’나 서울 방방곡곡의 장소와 소리를 담은 ‘샵(;)소리함’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금융 콘텐츠도 딱딱한 설명보다는 재밌게 전달하고자 한다. 최근에 신도시 엄마를 생생히 묘사하는 스케치 코미디로 유튜브 내 인기를 끄는 ‘서준맘’을 섭외해 금융상품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제작했는데, 회당 100만 조회수를 보이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과 차별화된 농협은행만의 특징을 꼽자면.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농협은행만 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 가령 ‘농촌 체험여행’의 경우 고추장 만들기, 옥수수 수확 등 농촌 일을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다. ‘사과나무 이벤트’의 경우 전국 농장으로부터 분양받은 사과나무 100그루를 고객에 제공해 직접 사과나무를 수확할 수 있도록 한다. 이벤트에 대한 고객 호응도가 매우 높다. 농촌 체험여행의 경우 10개 댓글을 선정하는데 최대 500개가량 댓글이 달린다. 미니 이벤트도 진행한다. 제철 농산물 사진을 보고 무엇인지 맞추는 ‘제철한끼’나 농협은행 금융상품에 대해 문제를 내는 ‘농아띠 능력고사’ 등을 통해 기프티콘을 제공한다. 소확행 이벤트지만 반응이 좋고 팔로워 이탈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잘파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 있다면.

“잘파세대는 전 세대 중 가장 트렌드에 민감한 세대다. 그만큼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밈이나 구독자 이름 등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가령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농협은행을 ‘너무 예쁘네요’라는 말로 잘못 들었던 게 인터넷상 밈으로 큰 화제를 끌었던 적이 있다. SNS팀에서는 이를 활용해 이번에 예쁜 마음을 저축하는 농협은행이란 뜻으로 ‘넘흐옙은행’ 광고를 만들었다. 잘파세대를 타깃으로 한 만큼 TV 광고가 아닌 유튜브 광고로 활용할 예정이다. 또 SNS에서도 구독자 이름 등을 개발했다. 농협은행 SNS에서 운영자는 농협은행 대장이란 뜻의 ‘농대장’, 팔로워는 친구란 의미인 아띠를 붙여 ‘농아띠’로 불린다. 이를 통해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한다.”

지난 12일 서울 충정로1에 위치한 농협은행 본점영업부에서 SNS팀이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농협은행 제공

—콘텐츠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얻는가.

“SNS팀은 20~30대 젊은 직원 5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나이 특성상 SNS 콘텐츠를 보며 자라왔고 좋아한다. 팀원들 모두 일상적으로 SNS를 보면서 이슈 팔로잉을 하고 있으며 구독자 입장에서 어떤 콘텐츠가 재밌을지 고민한다. 이를 바탕으로 팀원들끼리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 전날 재밌게 본 콘텐츠가 있으면 출근하자마자 공유하고 해당 콘텐츠를 농협은행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눈다. 여기에는 저희 팀만의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큰 힘을 발휘한다. SNS팀은 농협은행에서 가장 수평적인 부서라고 꼽힌다. 형식적인 회의를 열어 아이디어를 보고하는 방식이 아니라, 생각나는 아이디어는 팀 테이블에서 즉각적으로 주고받는다. 서로의 생각에 생각을 얹다 보면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온다.”

—콘텐츠 제작 과정은 어떻게 되는가.

“콘텐츠의 경우 은행 내 사업부서로부터 요청이 들어와 만들거나 SNS팀이 직접 만드는 경우가 있다. 저희 팀은 팀원 각각 역할이 나뉘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감독이 되는 구조다. 가장 먼저 아이디어를 낸 팀원이 메인 감독이 되고 나머지는 서포트하는 형식으로 하나의 영상이 제작된다. 하나의 영상 콘텐츠 제작까지는 보통 3~4주가 걸린다. 기획, 시나리오를 짜는데 1주일 정도 걸린다. 사업부서와 협의해야 할 영상은 경우에 따라 시간이 더 소요된다. 이후 촬영과 편집에 2주 정도가 소요된다. 숏폼 콘텐츠인 쇼츠나 릴스의 경우는 제작에 이틀 정도가 소요된다.”

—다른 부서와 다른 SNS팀의 특징이 있다면.

“4년간 영업부에서 일하다가 지난해 SNS팀에 오게 됐다. 일반 영업부에서는 고객을 만나 대면 영업업무를 했다면 지금은 유튜브 촬영부터 편집, 송출하는 작업을 맡는다. 은행원이지만 유튜브를 촬영하고 편집하는 유튜버인 셈이다. 또 자리에 앉아서 일하기보다 전국 방방곡곡 출장도 많이 다닌다. 지난해에는 울릉도부터 제주도까지 직접 다니며 콘텐츠를 제작했다.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할 때면 일한다는 기분이 들지 않을 정도로 즐겁다. 또 유튜브에 동영상이 올라갔을 때 ‘재밌다’, ‘응원합니다’ 등 피드백을 받았을 때 보람을 느낀다. 팔로워 수가 늘어날 때마다 영상을 더 잘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한다.”

☞ 김예림 과장은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사 ▲NH농협은행 수지구청<출>(2018~2019) ▲NH농협은행 청와대지점(2020~2021) ▲NH농협은행 직원 홍보모델(2021) ▲NH농협은행 홍보부(2022~)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