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파리서 'CEO 세미나'…이·팔 전쟁 영향도 주요 화두
부산엑스포 유치 막판 지원도…최태원, 일주일새 파리-서울-파리 '강행군'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이번 주 열리는 SK그룹의 경영전략 논의 행사 'CEO(최고경영자) 세미나'에서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16∼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CEO 세미나에서 최근 중동 사태를 비롯한 대외 경영환경 변수를 주요 의제로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월 열리는 CEO 세미나는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요 계열사 CEO 등이 한자리에 모여 대내외 경영환경을 점검하고 향후 전략을 논의하는 중요 일정이다.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양측 간 전쟁 상황으로까지 이어지고, 그 여파로 글로벌 경영환경이 한층 더 예측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선 터라 사태 발발 직후 열리는 이번 CEO 세미나는 예년보다 긴장감 높은 분위기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SK의 주요 사업 분야에는 정유와 석유화학도 포함돼 있어 현 상황을 심각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원유 생산국은 아니지만, 전쟁 장기화로 중동지역 산유국에까지 여파가 닿아 원유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국내 석유제품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들이 가격 상승 폭을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를 경우 수요가 위축돼 실적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석유화학 역시 원유에서 뽑아낸 물질로 제품을 생산하는 업종이라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면 수익성 감소가 불가피해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이전부터 SK의 주력 분야에 꾸준히 불확실성을 안겨 왔다.
글로벌 공급망 전체에 타격을 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 수단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수출통제 조치 등 여러 대외 변수로 배터리, 반도체 등 SK그룹의 핵심 사업 분야가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다.
SK는 연례행사인 그룹 지식경영 플랫폼 이천포럼이 시작된 2017년부터 지정학적 위기를 주요 의제로 삼고 대응책을 논의해 왔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CEO 세미나에서도 "앞으로 지정학적 긴장 등 거시 환경의 위기 요인이 더 증가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시나리오별 전략 수립을 주문했다.
최 회장은 올해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는 "글로벌 경기침체 등 각종 위험 변수와 기회요인에 맞춰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 플래닝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CEO 세미나에서는 이처럼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도 국가·사업별 생존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존의 글로벌 사업 시스템을 점검하는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 8월 이천포럼에서는 해외 현지에서 근무하는 구성원들이 현장과 한국 본사 간 인식 차이에 관한 의견을 적극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세미나에서는 해외 현지와 본사 간 유기적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이 중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이천포럼에서 발표된 조직별 유연근무제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최근 그룹의 화두인 '딥 체인지'(근본적 혁신)를 실현하고 구성원들의 행복도를 높일 근무 방식 혁신안도 구체화할 예정이다.
파리에서 개최되는 이번 CEO 세미나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원에 막판까지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파리에는 국제박람회기구(BIE) 본부가 있고, 파리에 주재하는 각국 대사들은 내달 28일 BIE 총회에서 개최지 선정 투표에 참여한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주 파리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공식 심포지엄'과 외신기자 간담회 등에 참석했고, 이후 잠시 귀국해 서울에서 카리브공동체(CARICOM·카리콤) 정상 등을 만나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한 뒤 다시 파리로 출국하며 개최지 투표를 앞두고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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