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중국원정부터 '영광'의 AG 金까지, 황선홍호가 걸어온 길[스한 위클리]

김성수 기자 2023. 10.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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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한국축구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금메달을 따내며 '아시안게임 3연패'를 달성했다. 하지만 황선홍호가 금메달을 따기까지 순탄한 길만 걸어온 건 아니다.

지난 6월 중국과의 평가전 악몽부터 영광의 금메달까지.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던 황선홍호의 여정을 살펴보자.

ⓒ연합뉴스

▶'中 적응' 위한 현지 원정, 오히려 황선홍호를 궁지로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최종 명단 확정 전인 지난 6월15일과 6월19일, 중국 진화에서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최국인 중국과 2차례 평가전을 가졌다. 본선 토너먼트에서 맞붙을 수 있는 중국 축구를 비롯해 현지 환경을 미리 경험하기 위한 평가전이었다.

황선홍호는 중국과의 평가전 첫 경기를 이겼지만, 피해도 컸다. 중국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에 한국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쓰러지고 고통을 호소했다. 엄원상은 부상으로 아웃돼 이후 리그 경기를 결장하기도 했다.

시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한국은 6월19일 열린 두 번째 평가전에서 중국에 0-1로 패했다. 한국 23세 이하 대표팀(1년 연기된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정 24세 이하)은 이번 패배 직전 중국을 상대로 15경기에서 단 1패(2012년 12월 1-2패)만 기록했다. 하지만 6월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1승1패를 기록하며 약 10년6개월 만에 중국에 패했다. '공한증'이 무색해진 셈이었다. 여기에 조영욱, 고영준마저 2차전서 중국 선수의 거친 반칙에 부상당했다. 황선홍호가 결과도 얻지 못하고, 선수 보호도 하지 못해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황선홍 감독은 중국과의 평가전을 마친 후 "아시안게임이 중국에서 열리니 현지 적응 차원에서 기후나 분위기, 실제로 경기할 수도 있는 운동장을 경험해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중국과의 평가전을 잡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로 황재원(대구FC), 고영준(포항 스틸러스) 등 평가전을 소화했던 선수들도 아시안게임 전에 중국과 만난 것이 현지 적응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황선홍호가 등 돌린 여론을 다시 아군으로 만들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연합뉴스

▶'3전 전승 16득점 0실점', 불안감 태워버린 '막강 화력'

황선홍호가 중국과 두 번째 평가전을 치렀던 날로부터 정확히 3개월이 지난 9월19일. 한국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E조 첫 경기가 열렸다. 상대는 쿠웨이트였다.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치러야 하는 7경기 중 첫 단추이기에 너무나 중요한 한판. 이날 한국은 90분 동안 21개의 슈팅과 9골을 몰아친 반면 슈팅 허용은 2개에 그쳤고 실점도 당연히 없었다. 전반에만 4실점한 쿠웨이트는 후반전에 무리한 공격을 자제하고 수비에 몰두했다. 하지만 개인 능력에서도 월등히 밀리다 보니 한국 선수들의 드리블과 연계에 수비가 깨졌고 후반에 전반보다 많은 5실점을 하고 무너졌다.

쿠웨이트를 9-0으로 대파한 한국은 태국과의 2차전에서 전반에만 4골을 넣고 4-0으로 이겼다. 바레인과의 3차전에서 상대 밀집수비에도 당황하지 않고 3골을 챙기며 3-0 완승을 거둔 한국은 E조 1위로 16강에 올라 F조 2위 키르기스스탄을 상대하게 됐다.

조별리그 '3전 전승 16득점 무실점'. 황선홍호가 세운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기록은 금메달 선배인 2014 인천 대회 이광종호(3전 전승 6득점 무실점),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김학범호(2승1패)의 조별리그 성적보다도 좋았다. 이때부터 팬들의 걱정은 서서히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연합뉴스

▶中-우즈벡 '비매너' 넘고, 감동의 한일전... 그 끝에 기다린건 '金'

황선홍호는 키르기스스탄과의 16강에서 백승호의 실수로 대회 첫 실점을 헌납했지만 5골을 몰아치며 무난히 8강에 진출했다. 8강 상대는 6월 평가전 당시 한국 선수들에게 악몽을 안겼던 중국이었다.

중국은 카타르와의 16강 맞대결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거친 파울, 상대 선수 폭행 등 온갖 비매너를 다 동원해 옐로카드를 받았고, 상대 선수들과 벤치 클리어링으로 시간을 지연시켰다. 이에 기존 6분의 추가시간에 상당한 추가시간이 더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주심은 추가시간 6분40초경에 경기를 끝냈다. 추가시간의 추가시간이 고작 40여초를 부여한 것. 카타르 선수들은 종료 휘슬이 불리자 분을 참지 못하고 주심에게 달려가 거칠게 항의했지만 결과를 바꾸지 못했다.

중국과의 8강전을 앞둔 한국은 지난 6월 이미 예방주사를 맞았다. 중국의 비매너를 한 차례 경험했던 한국은 카타르와 달리 전반 19분 홍현석의 왼발 프리킥 골, 전반 35분 송민규의 추가골로 전반전에만 2-0으로 앞서나갔다. 중국은 득점에서 뒤지니 시간을 고의적으로 끌 수 없었다.

중국은 그나마 남은 무기인 '거친 파울'로 한국에 맞섰지만, 이는 태극전사들에게 잔재주에 불과했다. 한국 선수들은 중국의 거친 태클을 유연하게 피했고, 신경질적인 도발에도 걸려들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 수비수 박규현이 중국 팡하오의 반칙성 태클에 '셔츠 잡아 넘어뜨리기'로 응수하는 등 영리하면서도 속 시원한 장면을 만들었다. '개최국' 중국은 결국 한국을 상대로 아무것도 못해보고 짐을 싸야 했다.

황선홍호는 중국보다 더 심한 비매너로 무장했던 4강 상대 우즈베키스탄 마저 2-1로 꺾고 대망의 결승전에 올랐다. 결승 상대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와 마찬가지로 일본. 당시에는 연장 접전 끝에 이승우와 황희찬의 득점으로 먼저 앞서 나간 한국이 뒤늦게 만회골을 터뜨린 일본을 2-1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2023년 항저우에서의 결승전은 5년 전과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한국은 경기 시작 1분18초 만에 일본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한국이 결승전까지 7경기를 치르면서 기록한 '첫 선제실점'이었다.

하지만 전반 27분, 대회 득점왕(7경기 8골)에 오르게 되는 정우영이 헤딩골로 1-1 동점을 만들며 한국의 기세를 끌어올렸다. 한국은 이후로도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일본을 몰아붙이며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고, 결국 후반 11분 일본 페널티 박스 안에서 정우영이 흘린 공을 조영욱이 오른발로 마무리하며 2-1 역전에 성공했다. 황선홍호는 이 리드를 끝까지 지키며 꿈에 그리던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3연패'를 달성, 한편의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연합뉴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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