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5G' 구분없는 통합요금제…통신비 절감 실효성은?

배한님 기자 2023. 10.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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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통신 요금 인하 정책의 일환으로 5G와 LTE 구분 없는 '통합요금제' 도입이 거론됐다. 무소속 박완주 의원이 지난 11일 4G·5G 등 기술방식 세대별 요금제보다 통합요금제가 더 저렴하다며 도입을 요구하자,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이동통신3사와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5G 기술이 성숙한 국내 통신 환경에서는 통합요금제가 부적합하고, 오히려 세대별로 분리된 요금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5G 요금제 가격을 인하하는 게 소비자 후생이나 산업 발전 측면에서 이득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도 '실효성을 따져봐야 한다'며 회의적인 반응이다.
"통합요금제, LTE·5G 교체기에 적절"
'통합요금제'란 4G(LTE)·5G 등 세대로 요금제를 나누지 않고 데이터 전송속도와 용량, 부가서비스 등에 따라 요금을 내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요금제를 선택할 때 5GB·50GB·무제한 등 사용할 데이터 총용량만 고르면 된다. LTE든 5G든 현재 위치에서 잘 터지는 서비스 를 원하는대로 골라 쓸 수 있다. 5G 음영 지역에 살거나, LTE와 5G 서비스 차별성을 느끼지 못하는 소비자에게 유용한 선택지로 여겨진다.

이통3사 약관에 따르면 현재 5G 전용 단말기에서는 5G 요금제를, LTE 전용 단말기에서는 LTE 요금제를 사용하게 돼 있다. 통합요금제가 도입되면 기기와 관계없이 모든 스마트폰에서 같은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박 의원실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미국 버라이즌과 AT&T, 영국 O2와 EE, 호주 텔스트라와 옵터스, 일본 KDDI 등 주요 해외 통신사에서 통합요금제를 서비스한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5G요금제에 가입해도 5G가 터지지 않으면 LTE로 전환되는데, 이 경우에도 비싼 5G요금을 내야 해 사용자에겐 손해"라며 "통합요금제를 도입하면 최종적으로 통신 요금이 더 저렴해진다"고 설명했다.
5G 전국서 터지고 6G도 준비해야…통합요금제, 韓 현실과 안 맞아
그러나 전문가들은 통합요금제가 국내 현실에 맞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통합요금제는 5G 도입 직후 음영지역이 많아 LTE 전환이 잦았던 것처럼, 새로운 기술 방식 초기에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청한 통신업계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전국적으로 5G를 사용할 수 있고, 중저가까지 다양한 5G 요금제가 있는데 굳이 통합요금제를 고려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합요금제 가격을 LTE와 5G 사이의 어디쯤으로 정할지도 복잡한 문제"라며 "5G 요금제를 초저가 수준까지 다양화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차세대 통신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역효과도 우려한다. 5G나 6G가 대세 기술방식으로 자리 잡았는데도 통합요금제 구현을 위해 3G나 LTE망을 계속 유지하는 건 통신사의 망 관리 및 정부의 주파수 관리 측면에서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신민구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통합요금제가 나와 소비자들이 LTE를 더 많이 쓰게 되면 최신 기술인 5G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제한된다"며 "2030년에는 6G로 이전을 시작해야 하는데, 산업 차원에서 발전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외에선 5G의 대세화에 발맞춰 통합요금제를 축소하는 사례도 나온다. 통합요금제를 운용했던 미국 버라이즌이 최근 5G 보급 확대에 발맞춰 5G 전용 요금제를 출시했다.
정부·이통3사 "통합요금제 실효성 따져봐야"
정부는 통합요금제가 국내 환경에 적합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경만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관(국장)은 "통합요금제가 5G 초기에 도입됐다면 효과적이었을 것"이라면서 "지금 도입하는 게 맞는지는 여러 요소를 생각해봐야 한다. 정책적 측면에서 통합요금제 외에 더 적합한 제도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과기정통부는 통합요금제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특정 요금제 가입 강제 제도 개선' 방안을 우선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7월 발표한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의 일환으로, 5G 단말기 이용자가 LTE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도록 이통3사와 협의 중이다. 김 국장은 "아직 LTE의 저가 요금제 구간을 대체할 만한 5G 요금제가 나오지 않은 만큼, 이 구간 수요층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통신사들과 이용약관 개정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배한님 기자 bhn2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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