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미국에 더 다가가는 이유[PADO]

김동규 PADO 편집장 2023. 10.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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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미국은 현재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미국 대사관을 짓고 있습니다. 미국은 그만큼 중국과의 패권경쟁에서 베트남을 핵심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대한 '디리스킹'을 위해 투자를 다변화할 때도 베트남을 주요 투자처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베트남은 아직은 미국과의 전면적인 안보협력 관계에는 주춤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의 공산당 일당독재에 대해 미국식 민주주의가 위협이 되지나 않을까 의구심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변수는 중국의 압박입니다. 중국의 압박이 거세질수록 베트남에게는 선택지가 없게 됩니다. 또한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러시아제 무기의 성능이 형편없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러시아제 무기에 의존해온 베트남이 자국의 안보를 위해 미국이나 서방제 무기를 도입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나라의 외교정책을 보는 하나의 방법은 그 나라가 어느 나라 전투기를 사용하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베트남이 미국제 전투기나 이와 호환되는 한국제 전투기를 사용하게 된다면 확실히 외교적 입장을 정한 것이며, 프랑스나 스웨덴제 전투기를 사용하게 된다면 아직 미중(美中) 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유지하겠다는 속내를 보인 것이 됩니다. 미국의 적극적인 '구애'와 베트남의 '주저'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베트남이 외교기조를 바꾼다면 한국의 자동차, 반도체, 방산 등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글은 포린어페이스 9월 기고문의 발췌본으로,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하노이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하노이 주석 궁에서 열린 오찬서 보 반 트엉 국가 주석과 건배를 하고 있다. 2023.9.12

9월 10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를 방문해 베트남 지도자 응우옌 푸 쫑 서기장과 함께 역사적인 합의를 발표했다. 비교적 양국 외교관계가 짧은데도 불구하고 미국과 베트남은 현재의 외교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관계"로 격상시키기로 합의했는데, 이것은 베트남이 오직 가장 가까운 몇몇 나라들과 유지하는 외교관계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방문이 베트남의 대미 접근에 있어서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다고 평가한다. 두 나라가 낮은 차원의 협력관계(베트남에서는 이를 "포괄적 동반자관계"라고 부른다)를 수립한지 10년이 흐른 지금 새롭게 관계를 격상시킨 것은 베트남의 안보정책에서 미국이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또한 이번 선언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보이는 중국의 공격적 움직임이 과거에 적이었던 이 두 나라를 얼마나 가깝게 만들었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미국-베트남 관계는 1995년 국교정상화 이후 먼 길을 거쳐왔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가장 격렬했던 전쟁 중 하나를 치렀던 두 나라는 이제 베트남 외교에서 가장 높은 협력관계로까지 그 관계를 발전시켰다.

너무나도 이질적인 정치체제를 가진 두 나라지만(베트남은 여전히 일당독재의 공산국가이다) 미국과 베트남은 반도체, 청정에너지, 공공의료 등의 부문에서 협력을 시작했다.

베트남의 남중국해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등 중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안보동맹(비공식적이긴 하지만)이 강화되는 것은 베트남의 국가 지도자들에게 특히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이 미국편에 서려고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단순한 결론이다. 포괄적 전략 동반자관계를 오직 정말 중요한 소수 국가와 맺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중요한 관계 목록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러시아, 한국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베트남은 여러 나라들과 다양한 수준의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많은 나라들과 복잡하고 다층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심지어 경쟁 국가들과도 협력관계를 유지한다)은 베트남 외교의 전통적인 특징이다. 베트남 정부는 오랫동안 한 나라가 아닌 여러 나라들과 친하게 지내는 전통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베트남이 미국과의 격상된 안보관계로 나아가는데 있어서 중국이 장애가 되기도 하고 동시에 촉매가 되기도 한다는 것 역시 명확한 사실이다. 중국정부는 베트남이 너무 빨리 미국에 가까워지는 것을 도발로 간주할 것이며 이에 대해 제재를 가하려 할 것이고, 베트남은 이것을 피하려 한다.

이러한 점에서 베트남이 (중국의 견제를 감수하고) 바이든 행정부와 이번 합의를 맺은 것은 양국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진전인 것은 분명하며, 이 합의는 베트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협정으로 베트남 정부의 근본적인 외교 기조가 바뀔 것 같진 않다. 베트남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쪽을 선택하기 보다 이 두 강대국 사이에서 '등거리'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여러 방향' 외교 기조를 강화하려 할 것이다. 미국과의 외교관계 격상은 이러한 외교 기조의 일환에 불과하다.

(계속)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김동규 PADO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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