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연·지연은 나라망신, 오직 실력”…현대車·한국양궁 ‘초일류’ 시너지 [세상만車]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gistar@mk.co.kr) 2023. 10.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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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한국양궁을 신궁으로
현대차도 양궁 통해 초일류로
‘give=take’, 시너지도 창출
양궁 딥러닝 비전 AI 코치(왼쪽)와 뉘르부르크링 주행시험장 [사진출처=대한양궁협회, 현대차]
“욕하면서 배운다. 가르치면서 배운다”

인간(人間)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태어나는 순간 가족을 시작으로 친구, 학교, 회사, 단체 등 여러 사회집단과 관계를 맺고 살아갑니다.

무인도에서 혼자 살지 않는 이상 “나 혼자 산다”를 외쳐도 결국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인간은 이 과정에서 서로에게 지식은 물론 행동까지 배웁니다. 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모방행동’을 하게 되죠.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 교육을 위해 세 번 이사했다는 ‘맹모삼천지교’도 이런 의미에서 나왔을 겁니다.

인간은 타인에게 조건없이 베풀 때도 배웁니다. “베풀 게 해줘서 오히려 고마웠다”는 성인군자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베푸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기쁨을 보고 덩달아 기쁨을 느끼는 것은 물론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죠. 평판도 좋아지니 결코 손해는 아닙니다.

조직심리학에서는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을 좋아하는 ‘기버’(giver)가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을 좋아하는 ‘테이커’(taker)보다 단기적으로는 손해를 보지만 장기적으로 이득을 본다고 합니다.

테이커는 100m 달리기, 기버는 마라톤에 강한 셈입니다. 이기적이어야 성공한다는 세상에서 벌써 멸종했을 이타적인 사람들과 행위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겠죠.

기업의 사회공헌이나 노블리스 오블리제(사회고위층의 사회적 책임)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부는 단순히 기브(give)가 아니라 ‘기브 앤 테이크’(give-and-take)가 될 수 있습니다.

베풀면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기브=테이크’ 등식이 성립합니다. 호의는 물론 호혜를 넘어 상호 시너지 효과도 창출합니다.

최근 열렸던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경기를 보면서 ‘기브=테이크’를 다시 떠올렸습니다.

◆서로에 힘이 되는 39년 동행
7일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시상식에서 이우석 선수에게 메달을 걸어주고 있는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 [사진출처=양궁협회]
“텐·텐·텐·텐·텐·텐‘

6번째 화살이 과녁에 꽂힐 때 전율을 느꼈습니다. 지난 6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전, 한국의 완벽한 승리였습니다.

김제덕-이우석-오진혁 순으로 나선 한국은 세 선수 모두 각자 주어진 화살 두 발을 10점에 꽂아 ‘60점 퍼펙트’를 기록했습니다.

기선을 제압한 한국은 인도를 세트 점수 5대1로 누르고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13년 만에 금메달을 땄습니다.

남자 국가대표팀에 뒤질세라 여자 국가대표팀도 리커브 단체전에서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7개 대회 연속 금빛 과녁을 명중시켰습니다. 13년 만에 리커브 단체전에서 남녀 동반 우승을 일궈냈습니다.

양궁 국가대표팀은 금메달 4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를 획득하는 성과를 거둬들였습니다.

한국 양궁을 신궁으로 만든 현대차그룹 기술(왼쪽)과 선수들과 승리의 기쁨을 함께 하고 있는 정의선 회장(오른쪽 사진 가운데) [사진출처= 매경DB, 대한양궁협회]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수없이 땀을 흘린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노력이 비결이겠죠.

세계 대회 금메달 획득보다 더 어렵다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2번이나 치르는 등 치열한 경쟁과 강도 높은 훈련을 이겨내며 아시아와 세계 최강 위상을 공고히 했습니다.

무엇보다 39년간 이어진 현대차그룹의 체계적인 후원도 ‘비인기종목’ 양궁을 발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도 베풀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세계 최강’ 한국 양궁과 39년간 동행하면서 ‘초일류’ 유전자(DNA)를 공유했습니다.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면서 동반 성장했습니다.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세계무대에서 변방에 머물던 한국 양궁은 현대차그룹 후원에 힘입어 세계 최강이 됐습니다.

세계는커녕 아시아에서도 일본 브랜드들에 밀려 존재감이 약했던 현대차도 ‘세계 3위’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생각도 행동도 멈추면 죽는다
현대차그룹과 양궁의 39년 동행 [사진출처=현대차]
한국 양궁은 1984년 첫 금메달, 1988년 첫 여자 단체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세계 최강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과 훈련법을 끊임없이 개발하며 혁신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1985년부터 1997년까지 4번의 대한양궁협회장을 역임하고 현재까지 대한양궁협회 명예회장에 재임하면서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이 되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양궁에 대한 열정을 이어받아 정의선 회장도 양궁의 스포츠 과학화와 체계적인 선수 육성, 각 국제대회별 맞춤형 지원을 통해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죠.

정 명예회장 시절인 1996년 애틀랜타대회에서 토너먼트 형태의 새로운 경기 방식이 도입되자 양궁협회는 선수들이 흔들림 없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정 명예회장의 아이디어로 관중이 가득한 야구장에서 활을 쏘면서 소음을 극복하고 흔들림없이 평정심을 유지하는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의 지원을 받아 활 비파괴 검사, 고정밀슈팅머신,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비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해 장비의 품질과 성능도 향상했죠.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 이미지 [사진출처=현대차]
현대차그룹도 지난 2020년 정의선 회장이 취임한 뒤 일하는 방식에서의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업 영역에서도 투자와 제휴를 통해 차만 만들고 팔던 ‘자동차 제조사’에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경쟁력 갖춘 차를 계속 선보이는 것은 물론 수소전기차, 도심 항공 모빌리티, 로봇 등 첨단 영역에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글로벌시장에서 총 684만5000대를 판매하며 처음으로 세계 판매 3위를 달성했습니다.

일본 도요타그룹(1048만3000대), 독일 폭스바겐그룹(848만1000대) 다음입니다. 올해 상반기에도 판매량이 전년동기보다 10% 늘며 3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신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수소 분야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명실상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수소 에너지의 가능성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다른 메이커들이 포기하는 순간에도 개발을 이어가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에 성공했습니다.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도 인수해 로봇사업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학연·지연·나이·경력보다 ‘실력’
고정밀 슈팅머신 [사진출처=현대차]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팀은 학연·지연 등에 얽매이지 않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그해 최고의 실력을 갖춘 인재만 선발하고 있습니다. 실력만 있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대표선수로 발탁돼 활약할 수 있습니다.

양궁협회 후원사인 현대차그룹은 39년간 아낌없는 지원을 하면서도 선수단 선발 및 협회 운영에 일체의 관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단 한 가지 원칙만은 주문하고 있습니다. 협회 운영은 투명하게, 선수 선발은 공정하게 해달라는 것이죠.

이러한 원칙은 한국 양궁의 힘이 됐고, 한국에서 대표선수로 선발되며 세계무대에서 초일류 실력을 발산하게 했습니다.

이번 양궁 남자 대표팀도 오진혁(42), 이우석(26), 김제덕(19)이 한 팀을 이뤄 금빛 화살을 쐈습니다.

현대차그룹도 연공서열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젊은 인재를 발탁하고 있습니다. 성능, 디자인, 미래 기술 부문에서 과감한 인재 영입을 통해 치열한 글로벌 자동차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직급과 호칭 체계를 축소 통합하고 승진연차 제도를 폐지했습니다.

기존에는 한 직급당 4~5년차가 돼야 승진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능력만 있다면 바로 상위직급으로 승진합니다.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팀장과 임원이 될 수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연구개발 역량이 뛰어난 전문가들이 은퇴하지 않고 자기 연구 분야에 자유롭게 집중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연구위원’으로 위촉하고 임원과 동등한 직급으로 대우할 뿐 아니라 개인 연구실, 프로젝트 수행시 예산 우선 지원,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옥에서 살아서 돌아와라
뉘르부르크링 주행 시험장 [사진출처=현대차]
대한양궁협회의 정신력 향상을 위한 훈련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실력뿐 아니라 집중력과 정신력이 중요한 만큼 경기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죠.

헝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진천선수촌에 항저우 양궁 경기장을 그대로 모사한 ‘가상의 항저우’를 만들고, 대회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도록 했습니다.

사대와 사로 등 경기장 색상, 전광관 디스플레이, 구조물, 경기장 현장의 소음까지 철저하게 준비했죠.

한국보다 조금 더운 날씨인 항저우의 기후 적응 훈련뿐 아니라 소음 훈련을 꾸준히 해 관중들의 소음에도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올해 세계선수권대회, 파리월드컵에서 다진 실전 감각을 항저우 대회까지 지속 유지할 수 있도록 8월 말 정몽구배 양궁대회를 최대 규모로 열었습니다.

선수들은 예선부터 치열한 승부를 거치면서 다시 한번 메달에 대한 목표를 다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지옥훈련을 마치고 최근 출시된 제네시스 GV80 쿠페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가 출시하는 모든 차량도 극한의 테스트를 거칩니다. 가장 가혹한 레이싱 서킷에서의 주행 테스트, 여름 평균 온도 49도의 사막 테스트, 영하 40도의 혹한지역 테스트가 대표적이죠.

현대차그룹은 세계에서 가장 길고 자동차 주행에 가혹한 것으로 알려진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혹독한 평가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20.8km 길이의 뉘르부르크링 트랙은 300m에 달하는 심한 고저차와 73개의 코너, 급격한 내리막길, S자 코스, 고속 직선로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도로 조건도 재현하고 있습니다. 뉘르부르크링 트랙은 1만㎞ 고속 주행만으로도 일반 도로 18만㎞를 달린 것과 같은 ‘피로 현상’이 누적될 정도죠.

이곳에서 주행 체험은 각 차량의 장단점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인 코스로 손꼽힙니다.

가장 뜨거운 여름을 견딜 수 있도록 현대차그룹은 미국 모하비 사막에서 혹서 테스트도 진행합니다.

여름 평균 온도가 최대 49도에 달하는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 여름의 다양한 상황들에도 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테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최저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스웨덴 북부의 소도시 아르예플로그(Arjeplog)에도 현대차그룹의 주행시험장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눈길, 빙판 등 자동차와 노면의 마찰이 적어지는 구간이 많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자동차의 접지력이 크게 떨어져 자동차가 쉽게 미끄러지기 때문에 차의 주행 안정성을 한계치까지 몰아붙이며 검증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현대차와 기아는 제이디(JD)파워 신차품질평가, 내구평가에서 1위에 오르는 등 까다롭기로 유명한 글로벌 품질평가 기관에서 세계적 품질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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