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방산 수출국 도약 노리는 한국…'서울 ADEX' 기대감 커져
M1 소총 탄약 시작해 전투기까지 '무에서 유 창조'…올해 200억달러 수출 목표
(세종·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김동규 기자 = 폴란드로의 대규모 무기 수출 성사로 세계 방산 시장에서 한국의 존재감이 급속히 커진 가운데 금주 국내 최대 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인 '서울 ADEX 2023'이 개막한다.
격년제로 열리는 서울 ADEX가 지난 2021년 코로나로 인해 제한적으로 치러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4년 만의 온전한 개최다.
그 사이 세계적으로 K-방산의 위상은 크게 달라졌다.
방산업계에서는 올해 서울 ADEX가 세계 4위 방산 수출국 도약을 노리는 한국에 든든한 발판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 방산 수출시장 '성장 1위' 달리는 한국
15일 정부에 따르면 K-2 전차, K-9 자주포, 천무, FA-50 등 다양한 무기체계의 대규모 폴란드 수출 계약 성사로 인해 한국의 지난해 방산 수출 수주액은 173억달러로 급상승했다.
한국의 방산 수출액(수주액 기준)은 2020년까지 오랫동안 연평균 30억달러 수준을 유지하다가 2021년 70억달러대로 올라섰는데, 지난해 폴란드 수출 '잭폿'을 계기로 규모가 또 급증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전후로 세계적으로 K-방산 수출이 확대되는 뚜렷한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에 따르면 2018∼2022년 한국의 세계 무기 수출시장 점유율은 2.4%였다.
미국(40%), 러시아(16%), 프랑스(11%), 중국(5.2%), 독일(4.2%), 이탈리아(38%), 영국(3.2%), 스페인(2.6%)에 이어 9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74%로, 세계 10대 방산 수출국 중에서 압도적으로 높았다. 러시아(-31%), 중국(-23%), 영국(-35%), 이스라엘(-15%), 스페인(-4.4%) 등은 오히려 수출이 감소했다.
심순형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7월 보고서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국방비가 최대 실적을 갱신 중이고, 2위 수출국인 러시아의 방산 경쟁력 훼손으로 한국 등 신흥 수출국에 반사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며 방산 시장 격변기를 맞아 시장을 확대하고 질적 고도화를 이룬다면 한국이 4대 방산 수출국 도약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70여년 전인 6·25 전쟁 당시 전적으로 미국이 지원한 무기로 무장했던 한국이지만, 이젠 방산 수출 강국으로 도약하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11월 세계 4대 방산 수출 강국 목표를 제시한 방산수출전략회의에서 "우리 방위산업이 온 길은 도전의 연속이었고 무에서 유를 창조한 여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975년 풍산이 M1 소총 탄약을 필리핀에 수출한 것이 한국의 첫 방산 수출로 기록돼 있다. 1990년대 들어 말레이시아에 K200 장갑차 111대를 팔아 의미 있는 방산 수출이 본격화했다.
현재 한국의 수출 무기는 탄약, 소총, 전차, 자주포, 훈련기, 전투기, 미사일, 경비정, 호위함, 잠수함 등 육·해·공을 망라한다. 수출 대상국도 미국, 호주, 이집트, 인도,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폴란드,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다양하다.
'신속 납품' K-방산 최대 매력…"ADEX, 韓 방산 수출 기회"
냉전 이후 서방을 중심으로 재래식 무기 감축 흐름이 이어졌지만, 한국은 남북 대치라는 특수한 안보 환경 탓에 대규모 군 병력을 유지하기 위한 체계적인 무기 체계 생산 시스템을 가동해왔다.
한국이 의도했던 바는 아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신속하게, 우수한 성능의 무기를 경쟁력 있는 가격에 납품할 수 있는 K-방산의 최대 강점이 됐다.
외교 소식통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국가들이 안보 우려로 미국에서 운용 중인 기존의 무기를 보충하고 싶어도 생산 기반 확충이 어려워 원하는 시기에 공급받기 어렵게 되자 대안으로 한국이 부상했다"며 "생각보다 여러 유럽 국가가 우리나라의 무기 도입에 관심을 보인다"고 전했다.
정부는 올해 200억달러의 사상 최대 규모 방산 수출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세계적으로도 K-방산의 상승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생산 공장발 기사에서 빠른 납기와 가격 경쟁력이 한국 방산 수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에먼 웨즈먼 SIPRI 연구원은 WSJ과 인터뷰에서 한국이 수년 안에 세계 5위 무기 수출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이 현재 수출 5∼8위 국가인 독일,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을 차례로 제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상을 반영하듯 올해 서울 ADEX에 대한 해외의 관심도 크게 높아져 K-방산 세일즈의 주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 ADEX 2023'은 오는 17일부터 22일까지 엿새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다.
참가 업체는 직전 2021년 28개국, 440개사에서 올해 35개국, 550개사로 늘었다. 말레이시아, 호주, 이라크 등 9개국의 국방부 장관과 14개국의 공군참모총장이 참석하는 등 외국 대표단도 55개국, 114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한 대형 방산업체 관계자는 "한국 방산의 수준이 높아지고 국제적인 관심도 커진 만큼 많은 나라의 관계자들이 서울 ADEX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 방산 수출 홍보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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