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제재는 공급망 재논의 과정…세계, 더 나은 대안으로 연결될 것"

김상희 기자 2023. 10. 1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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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인터뷰 - 차르크 친아초이 TNO 회장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새로운 한주를 준비하며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일요일 아침의 지식충전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차르크 친아초이 TNO 회장/사진=김상희 기자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은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각종 제재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 IT 기업 화웨이에 대해 안보 위협 가능성을 이유로 미국 제품, 더 나아가 미국 기술이 들어간 외국 제품까지 수출을 막았다. 제재에서 가장 핵심적인 제품은 반도체 생산에 필수이면서 네덜란드의 ASML이 독점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다.

한편에서는 이러한 제재가 오히려 중국의 반도체 기술 자립을 촉진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최근 화웨이가 자체 설계한 7나노급 반도체를 탑재했다는 스마트폰을 공개하면서 중국의 기술 자립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최근 한국을 찾은 네덜란드 응용과학연구소(이하 TNO)의 차르크 친아초이 회장을 만나 미중 패권 경쟁에서 대중국 제재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와 재편되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과 네덜란드의 협력 기회를 들어봤다. TNO는 네덜란드의 대표 연구개발(R&D) 기관으로 반도체, 양자, 헬스케어, 안보, 안전, 환경,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R&D를 수행하며 이러한 기술이 상용화할 수 있도록 기업에 대한 기술 이전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TNO는 ASML의 노광장비 개발에도 함께 했다.

"긴밀히 연결된 세계…대중국 제재는 일시적 조치로 결국 서로 의존하는 방향으로 갈 것"
친아초이 회장은 대중국 제재가 글로벌 공급망이 재논의 되는 과정의 하나라고 말한다. 세계가 긴밀히 연결돼 돌아가는 만큼 결국은 서로가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재논의 과정에서 대안과 더 나은 선택지가 제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화웨이의 7나노 공정 프로세서에 대해 수율, 양상 능력, 상용화 가능성 등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지만, 그럼에도 중국의 기술 자립 가능성이 커진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우선 현재는 중국 기술이 ASML에 훨씬 뒤처져 있습니다. 그래서 제재가 단기적으로는 중국에 여러 피해를 줄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도 유럽에 주요 자재를 공급하는 만큼 서방에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단순히 일방적으로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 양쪽이 서로 피해를 주는 것입니다.

무역 제재에 대해서는 찬성, 반대의 입장을 떠나 세계적으로 공급망이 계속 재논의 되는 과정의 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모든 국가들이 긴밀히 연결되고 의존하는데, 무엇인가는 이러한 세계가 돌아가게 해야 합니다. 여기서 멈출 수는 없습니다. 결국 긴밀히 연결됐기 때문에 제재는 일시적 조치라 생각하고 서로가 의존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국은 한국, 일본, 대만에 칩4 동맹을 제안하는 등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구축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미국 주도 반도체 동맹의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걱정되는 부분은 희귀자원, 핵심자원의 중국에 대한 과의존입니다. 다만 반도체 공급망 재편도 반도체만 분리해서 보면 안 됩니다. 이는 서구와 중국 간 무역, 한국, 일본의 무역까지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미국은 현재의 공급망에서 새로운 공급망을 만들고 싶어 하는데,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이런 것들이 다 지정학적 요소를 재논의하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재논의 과정에서 각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면 대안을 가져와야 합니다. 이러한 대안들은 결국 선택지를 가져옵니다. 선택지가 있다는 이 나쁘지 않고 이로 인해 모두가 좋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불확실성 커지는 만큼 유연한 자세를 가지는 게 중요합니다.

-미중 패권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 사회의 진영이 나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 정세가 TNO의 글로벌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TNO는 네덜란드에 본사가 있지만 전 세계적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지정학적 상황에서는 단순하게 전 세계에 다 다 투자하는 게 아니라 특정 국가에 집중하게 됩니다. 최근의 지정학적 문제들을 고려했을 때 우호국, 주변 국가가 안전하고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은 대표적인 우호국이며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한국을 앞으로 주목해야 할 국가로 생각합니다. 많은 성장을 이뤘고, 실용적이면서도 실속을 중시하는 국민들이 있습니다. 오랜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한국 제조 역량-네덜란드 하이테크 기술, 상호 보완으로 시너지
한국과 네덜란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의 글로벌 리더이며, 이러한 반도체 생산에 필수인 노광장비는 네덜란드의 ASML이 독점 공급한다.

친아초이 회장은 반도체뿐 아니라 더 많은 분야에서 한국과 네덜란드가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진 지금 하이테크 분야, 제조 역량에서 강점을 가진 양국이 협력하면 더 큰 기회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한국 방문의 목적은 무엇이며 어떤 성과를 얻었나요?

▶TNO 개발 기술을 알리고 R&D 사업을 같이 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스마트시티, 자율주행차, 안전기준을 집중해서 봤습니다.

한국의 강점은 R&D에 있어 열정적이라는 점입니다.

스마트시티에 대해 말하자면 한국은 전쟁 이후 아무것도 없던 무에서 유를 창조했습니다. 이런 부분이 스마트시티와도 연관 있고, 도시 계획에서 굉장히 많은 기회가 있다 생각합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시티 만드는데 TNO가 기술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TNO의 디지털 트윈 기술은 데이터와 시각화 기술에서 더 나아가 분석할 수 있는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분석이 가능한 모델은 TNO가 앞서고 있습니다. 이 분석 모델은 지자체나 정책 입안자들이 축적된 데이터를 가지고 앞으로 도입될 정책이나 결정들이 도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미리 예측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는 미세먼지, 탄소배출량, 교통체증, 소음 등과 같은 도시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모델링을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데 이러한 모델링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안전과 관련해서는 한국과 유럽이 공통으로 나가야 할 기준을 마련에 힘써야 하며 이 역시 TNO의 기술 지원이 가능합니다. 자율주행차의 경우도 한국에는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차, 기아차가 있고, 이들 기업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며 입지를 다진 걸로 알고 있습니다.

ASML처럼 하이테크에 강점이 있는 네덜란드와 제조 역량이 뛰어난 한국은 서로 상호 보완이 가능합니다.

최근 방한한 차르크 친아초이 TNO 회장이 LH와 양해각서를 교환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TNO 홈페이지

-한국에서는 최근 ESG가 화두였습니다. TNO의 주요 연구개발 주제 중 하나는 지속 가능성인데, 이러한 부분에서는 어떤 협력이 가능할까요?

▶전 세계적으로 주목하는 게 단순히 도시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살기 좋게 만드는 것입니다. 지속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TNO가 가진 도구들로 정책을 폈을 때 교통체증, 소음, 배출량 등에서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볼 수 있습니다.

TNO는 태양, 수소, 풍력 에너지 등 환경과 관련한 연구개발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기존 전력 시스템은 막대한 에너지를 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되지 않았습니다. TNO의 장점 중 하나가 에너지 전환입니다. 이처럼 환경 부문에서도 한국과 협력이 가능하고, 실제 앞으로도 이와 관련해 자주 한국을 찾게 될 것 같습니다.

-국가 R&D의 성과와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는 R&D는 대부분 민간에서는 꺼려 하는 것들입니다. 연구를 통해 수익을 낼 뚜렷한 경로가 있다면 기업들이 하겠지만, 기초연구 등은 기업이 리스크를 떠안고 싶어 하지 않고 그때 정부가 개입합니다.

사람들은 이런 연구들이 의미 없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이를 통해 혁신하면 장기적 관점에서 성과를 얻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성과를 위해서는 우선 사회에서 정부, 대학, 기업이 함께 가는 구조가 중요합니다., TNO도 네덜란드 정부와 대학, 기업이 만드는 삼각의 가운데 위치하고 있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이런 구조를 20세기 초에 이미 깨달아 TNO를 설립했습니다.

이 같은 삼각형 생태계가 명확해야 하고 측정 가능한 목표를 가지는 게 중요합니다. 흔히 말하는 '문샷'입니다. 실제 달 탐사도 인류를 달에 보낸다는 명확한 목표로 학계와 민간 등이 다 모여서 달성한 결과입니다.

지금은 모두가 모여 뚜렷한 목표를 가지는 것이 부족한 면도 있는데,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세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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