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양언니 생일 선물로 입양됐다고 해요"
[마야 막달레나 리 고 웨일만 노프타거 (해외입양인의 딸) ]
제 이름은 마야 막달레나 리 고 웨일만 토프타거, 13살이며, 반은 한국인이고 반은 덴마크인입니다. 저는 12살(곧 13살이 될)인 제 친구 로라와 11살인 여동생 클라라와 우리가 가진 생각을 나누기로 했습니다. 로라와 클라라의 어머니는 우리 엄마처럼 입양인이며, 입양에 대해 우리 집처럼 터놓고 이야기합니다. 두 친구의 어머니의 이름은 리사 벡으로, 1980년대 초에 입양됐습니다.
다음은 우리가 지난 일년간 해온 생각들이에요. 우리 엄마는 나와 친구들이 말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어요. 나와 내 친구들이 질문에 답을 하는 방식으로 정리했는데, 이렇게 하면 우리의 생각과 느낌을 설명하기 제일 쉬워요.
저는 가브리엘이라는 오빠가 있고, 우리 남매는 덴마크인 아빠와 입양인 한국인 엄마 사이에서 자랐습니다.
엄마는 내가 자라는 내내 한국에 있었을 때 얼마나 좋았는 지를 말씀하셨어요. 엄마는 4살 때 입양돼서, 내가 일곱 살 때 엄마가 태어난 나라에 처음 가보았어요.
내가 처음으로 한국에 갔을 때가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재미있었고 어딘가 익숙한 느낌도 있었어요. 엄마가 늘 만들어 주신 것과 비슷한 음식들이 특히 그랬어요. 엄마는 작년에 엄마의 고향일지도 모를 제주도에 혼자 다녀오셨어요. 그리고 올해는 6주 일정으로 가족들이 다같이 서울에 다녀왔는데, 몇년 뒤 내 세례식 이후에 다시 방문하기로 약속했어요.
올해 한국에 갔던 이유 중에 하나는 엄마의 한국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였고, 또 한편으론 엄마의 입양과 관계된 퍼즐을 풀어보고 싶은 생각도 조금은 있었어요.
엄마는 작년에 덴마크 한인입양인 권리 그룹(DKRG)에 가입했어요. 이 단체에서 사람들은 한국은 왜 이렇게 해외로 많이 입양을 보냈는지, 왜 이렇게 잘못된 입양 서류가 많은지 그 이유를 서로 도와가며 찾고 있습니다.
이번 겨울과 봄에 엄마는 약속대로 입양인들과 워크샵을 진행했어요. 도움을 줄 많은 이들이 참여했고 한국에 뿌리를 둔 문화를 엿볼 기회가 되기도 했어요. 엄마와는 다르게 참여한 사람들 중 다수는 외양은 한국인처럼 보여도 덴마크인 그 자체였고, 그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입양이나 한국 방문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워크샵은 우리집에서 치룬 큰 행사였어요.
나는 가끔씩 왜 엄마의 입양 가족과 친밀하게 지내지 않는지 궁금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자세히 묻지 않는 편이 좋다는 걸 깨달았어요. 엄마에게 아빠와 우리가 가족으로 있기는 하지만, 이런 질문을 하면 엄마가 더 외로워 한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친할머니, 친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나는 엄마의 생물학적인 부모님이 어떤 분들이신지, 이모나 삼촌이 있는지도 궁금했어요 .
로라와 클라라의 엄마는 작은 아기였을 때 입양됐는데, 우리 엄마가 늘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을 듣고 호기심이 생겼다고해요. 엄마는 그녀에게 입양 관련 서류를 살펴보라고 설득했어요.
DKRG를 통해 우리 엄마와 내 친구들 엄마는 서로의 딸들이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사실 외에도, 입양에 대한 서로의 관점과 경험을 존중하면서 급속히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로라와 클라라의 엄마는 유전자 검사를 받았고, 그 결과 한쪽 부모가 같은 여자 형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분도 입양인이어서 리사 아주머니를 만나러 덴마크로 왔어요. 그분은 미국에서 가족을 찾으려고 엄청 노력했다고 해요. 이 모든 일이 너무 갑작스레 일어나자 내성적인 리사 아주머니는 이런 상황을 버겁게 느끼고 거리 두기를 원했어요.
다음은 우리 엄마가 나, 로라, 클라라에게 한 질문입니다.
1. 엄마가 입양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마야: 네. 비밀이 아니에요. 엄마는 자신이 한국인이라 행복하다고 말했거든요.
로라/클라라: 네. 우리는 우리 엄마가 입양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엄마가 그런 걸 말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 이상할 것 같아요. 엄마를 딱 보면 엄마가 다른 나라에서 왔다는 걸 알 수 있거든요.
2. 엄마가 입양인이 아니라면 당신의 삶이 달랐을 것 같나요?
마야: 그럼요. 저도 많이 생각을 해봤는데요, 우리 엄마는 장애도 있어서 우리 삶에서 입양과 장애는 많은 부분을 차지해요. 우리 가족은 먹는 음식도 100퍼센트 덴마크 식은 아니고 친구들보다 지켜야할 규칙도 많아요.
로라: 우리 부모님 두 분이 다 덴마크인이었다고 해도 내 인생이 크게 달라졌을 것 같진 않아요. 외모만 빼면요.
클라라: 우리 엄마가 입양 안되었다면 난 태어나지도 않았을 거에요.
3. 입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마야: 어른들이 아이들의 삶을 가지고 놀았다는 점에서 쓰레기같은 일이에요. 저희 어머니는 인형으로 불렸대요. 제 입양 이모가 생일 선물로 살아있는 인형을 받은 셈이죠. 그럴거면 아이들을 잠시 맡겼다가 나중에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해요.
로라/클라라: 저희는 입양이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저희 엄마처럼 친생부모와 헤어진 아이나 몰래 팔려간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맘에 들지 않아요. 입양은 그 아이가 좋은 가정이 필요한 순수한 고아일 때만 좋은 일이에요. 우리엄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왔고 우리는 그분들을 사랑하며 다른 사람이 그들을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4. 자기 자신이나 입양된 부모님 쪽의 뿌리(생물학적 기원)에 대해 생각하기도 하나요?
마야: 일상 생활할 때는 생각 안해요. 하지만 엄마가 저에게 한국어를 조금 가르쳐주려고 하셔서 한국어로 몇 마디씩 말하기도 하고, 또 저는 스트레이 키즈라는 아이돌도 좋아해요.
로라/클라라: 저희는 일상 생활에서 뿌리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요.
5. 어머니쪽 친생가족 찾는 것을 하고 싶나요?
마야: 네, 아주 많이요, 엄마의 가장 큰 소원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진짜 가족을 찾는 것이니까요.
클라라: 아뇨, 난 한국 가족을 찾고 싶지 않아요.
로라: 우리 조부모님이 최고에요. 다른 사람들을 원하지 않아요.
6. 입양인 부모님이 태어난 나라를 방문한 적이 있거나 방문할 계획이 있나요?
마야: 네,두 번 갔었는데 2019년 처음 갔었을 때는 음식 말고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그곳에 머무는 동안 저는 7살 생일이 되었고 올해 서울에서 13살이 되었어요. 올해는 지구상에서 가장 다정한 사람들을 만났어요.
로라/클라라: 저희는 한국을 꼭 여행하고 싶고, 특히 서울을 꼭 가보고 싶어요. 문화를 경험하고 싶은데 저희 엄마가 한국 출신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서울은 도시 자체가 정말 멋져 보이거든요. 예를 들어 한국의 세븐일레븐과 덴마크의 세븐일레븐이 얼마나 다른지 경험해보고 싶어요.
7. 입양인 부모님이 덴마크어가 아닌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요?
마야: 별로요. 우리 엄마는 한국인이에요
로라/클라라: 저희는 엄마의 이름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았지만, 엄마가 한국 이름도 가지고 있다는 건 늘 알고 있었어요.
8. 100% 덴마크인으로 보이지 않아서 다른 시선을 받은 적이 있나요?
마야: 어.........별로요. 딱 한 번 그런적 있었는데 걔는 지적 받고 나서 사과했어요.
9.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바꾸고 싶은 것이 있나요?
마야: 엄마가 장애가 없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 삶은 정말 좋다고 생각해요. 엄마가 저에게 한국어를 조금 더 가르쳐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듀오링고라는 앱으로 연습하고 있어요.
로라: 저도 마야처럼 매일 듀오링고로 글자를 연습하지만 문장을 읽으려고 하면 단어가 이해가 안 돼요.
10. 마지막으로, 입양된 어린이들에게(부모가 입양인 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마야: 저는 엄마의 입양 가족과 엄마의 친부모님에게 질문이 있는데 아직 답을 듣지 못했어요. 그리고 입양 당사자 또는 입양인을 부모로 둔 어린이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입양되어 외로움을 느끼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어떤 삶을 살아왔든 여러분의 삶이 소중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에요. 어머니는 항상 저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셨고, 제 인생에서 제 자리는 다른 사람이 채울 수 없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여러분도 마찬가지에요.
마야의 어머니인 니아 경자 리 고 씨의 후기입니다.
위 답변을 보면 마야와 친구들은 어느정도 비슷한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성장환경에 따라 관점과 기대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입양인들은 입양이 우리에게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그 영향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게 됩니다. 좋은 가정에 입양되었든 나쁜 가정에 입양되었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우리 자신이 물려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DKRG는 2022년과 23년에 입양인들이 느끼는 감정과 겪은 일들이 아무 이유 없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우리 입양인들 중 일부는 평생을 그 안에 있었고, 다른 일부는 휴면 상태에서 깨어 났지만, 우리가 누구이든 상관없이 우리 아이들도 우리 혈통의 일부입니다.
2022년 9월, 283명의 해외입양인들이 진실화해위원회에 입양될 당시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조사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11월15일, 12월9일 두 차례에 걸쳐 추가로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372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권위주의 시기에 한국에서 덴마크와 전세계로 입양된 해외입양인의 입양 과정에서 인권침해 여부와 그 과정에서 정부의 공권력에 의한 개입 여부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다행히 진실화해위는 12월8일 '해외 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조사 개시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한 데 이어 지난 6월 8일 추가로 237명에 대한 조사 개시 입장을 밝혔다. 이는 한국이 해외입양을 시작한지 68년만의 첫 정부 차원의 조사 결정이다. <프레시안>은 진실화해위에 조사를 요청한 해외입양인들의 글을 지속적으로 게재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마야 막달레나 리 고 웨일만 노프타거 (해외입양인의 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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